TV속 배우들의 재발견, 볼만하네

김민희, 한은정 , 한고은 기존 선입견 깨고 선전

등록 2006.03.10 14:43수정 2006.03.1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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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솔로>의 김민희
<굿바이 솔로>의 김민희kbs
기존의 이미지가 강한 배우들에게 새로운 캐릭터로의 변신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차라리 아예 신인인 경우에는 대중들이 그에 대한 선입견이 없기 때문에 어떤 이미지라도 그 자체를 받아들일 수 있지만, 기성 배우들의 경우는 그렇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기존의 이미지를 복제하는데만 안주하다가는 언젠간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화석처럼 굳어져 사라져 버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배우들은 때로 위험을 무릅쓰고 변신이라는 승부수를 던지곤 한다.

최근에 새로운 모습으로 안방극장에 돌아온 배우들의 변신이 눈에 띈다. 대부분 그간 연기력보다는 특정한 이미지나 '사건'으로서만 기억되던 배우들이다. 전작들에서 연상할 수 없는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은, 시청자들에게 때로 '미스 캐스팅' 논란을 유발하며 거부감을 보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기존의 이미지에 안주하지 않고 진정한 '연기자'로 인정받으려는 배우들의 노력이 서서히 안티 여론을 잠재우며 공감대를 얻고 있다.

김민희, 한은정, 한고은… '화려하던' 그녀들의 변신

<서울1945> 한은정
<서울1945> 한은정kbs
지난 1일 첫 방영을 시작한 이래, 안정된 시청률을 기록하며 호평받고 있는 KBS 2TV 수목드라마 <굿바이 솔로>는 주인공만 무려 7명이나 되는 '다중 시점의 러브스토리'라는 독특한 구성이 돋보이는 노희경표 멜로드라마다.

지적인 엘리트의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 이재룡의 깡패 연기 변신이나, 상처를 간직한 중년 여성으로 돌아온 배종옥이 능청스럽게 망가지는 연기도 일품이지만, 가장 시선을 끄는 변신은 역시 '미리' 역을 맡은 김민희다.

전형적인 '노희경 사단'으로 불리우는 이재룡, 배종옥, 나문희 같은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포진한 가운데, 천정명, 윤소이와 함께 새롭게 합류한 '젊은 피'로 불리우는 배우들 가운데서도 김민희는 가장 의외의 캐스팅이었다.


2000년대 초반, 다수의 CF와 청춘드라마를 통해 도발적이고 통통 튀는 신세대의 상징으로 그려지며 주목받았지만, 솔직히 연기력으로는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게 사실. 더구나 방송을 통해 보여진 그녀의 지나치게 '튀는' 이미지가 배역 선정에 내내 걸림돌이 되었다.

실제로 김민희는 <굿바이 솔로>의 오디션에 응모하고도 무려 5번이나 퇴짜를 맞는 우여곡절을 겪는 가운데서도, 실망하지 않고 노희경 작가를 직접 찾아가 배역을 맡고 싶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그녀의 적극적인 모습에 마음이 움직인 제작진은 결국 김민희에게 미리 역을 맡겼다.


<서울 1945>의 소유진
<서울 1945>의 소유진kbs
화려하면서도 다소 제멋대로인 신세대의 이미지로만 각인되는 김민희는 <굿바이 솔로>에 없다. 오히려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가슴 아파하고, 고단한 삶의 상처를 가슴 속에 삭이는 성인 연기를 소화하고 있는 김민희의 성숙한 변신에, 한동안 반신반의하던 시청자들도 점차 호평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KBS 1TV 대하드라마 <서울 1945>를 이끌어가고 있는 투톱 소유진과 한은정도 이와 비슷한 경우다. 워낙 현대적인 이미지가 강한 두 여배우의 이미지는, 그간 시대극과는 거리가 있었던 게 사실. 발랄한 신세대의 상징이었던 소유진은 물론이고, 새침하면서도 도시적인 세련미를 뿜어내던 한은정이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변신하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던 게 사실.

방영 초반만 하더라도 어색한 연기로 우려를 자아내던 두 여배우는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된 호흡을 보여주며 극의 흐름을 주도해나가고 있다. 격동의 시대를 각자 다른 방식으로 헤쳐나가는 모습과, 한 남자(류수영)을 사이에 두고 비극적인 삼각관계를 엮어나가는 소유진과 한은정의 팽팽한 갈등 구도가 <서울 1945>의 중심축을 지탱하고 있다.

특히 전작에서 다소 얄밉고 이기적인 악역의 이미지가 강했던 한은정은, 이번 작품에서는 화장기를 걷어내고, 비극적인 운명의 굴레를 헤쳐나가는 억척스러우면서 순수한 이미지의 개희 역을 통해 초반의 캐스팅 논란을 점차 잠재우며 호평받고 있다.

<사랑과 야망>의 한고은
<사랑과 야망>의 한고은sbs
김수현 작가의 동명 히트작인 20년 만에 리메이크한 <사랑과 야망>에서는 여주인공 미자 역에 한고은을 캐스팅한 것을 두고 말이 많았다. 사실상 극의 중심을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에, 그동안 '주연급 조연' 정도로 활약해왔던 한고은이 선정된 것도 예상 밖이었지만, 전작들에서도 주로 어색하고 불분명한 발음으로 지적을 많이 받았던 전례를 감안할 때, 대사의 분량과 비중이 막대한 김수현 드라마의 주인공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대세였던 것.

한고은 역시 그동안 도도하고 화려한 이미지가 강한 여배우였다. 그러나 일찍부터 한고은은 다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이미지 변신을 위해 노력해왔던 여배우 중 하나이다. <장길산>에서는 처음 시대극 역할에 도전하기도 했고, <봄날>에서는 쾌활하면서도 털털한 커리어 우먼을, <변호사들>에서는 성공과 사랑에 집착하는 팜므 파탈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차근차근 연기 경력을 쌓아왔다.

비록 그녀의 노력이 언제나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 것은 아니지만,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려했던 그녀의 노력만큼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현재 그녀의 연기는 여전히 찬반 양론에 직면해있는 게 사실.

감정의 기복이 큰 미자 역을 나름대로 잘 소화하고 있다는 찬사도 있지만, 아킬레스건인 대사와 발성의 문제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종종 감정선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발음이 분명하게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서시히 중반부로 접어들고 있는 <사랑과 야망>에서 한고은 식의 미자가 앞으로 중장년층 시청자들의 공감을 얼마나 끌어낼수 있을지에 드라마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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