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브릭 벽지 붙이는 거, 별거 아니네!

등록 2006.03.10 14:57수정 2006.03.1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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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기 옹알이 소리에 눈꺼풀이 살며시 올라간다. 아기의 웃는 얼굴이 마치 천사처럼 맑고 깨끗하다. 커튼 사이로 따뜻한 햇살이 나의 뺨에 살포시 앉는 기분이다.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주부들이 즐겨보는 아침 프로그램 <팔방미인>을 보고 있는데, 한 재주 많은 주부가 봄을 맞아 새 단장한 집을 공개했다. 거실 벽지며 테이블 소파 할 것 없이 패브릭을 이용해 너무너무 예쁘게 꾸며 놓았다. 어쩜 저렇게 손재주가 좋을까? 부럽기도 하고 손재주라곤 하나 없는 내가 실망스럽기도 했다.

큰아이가 커가며 소파 뒤에 있는 벽지는 심한 낙서로 찌들어 있었다. 손님이라도 오는 날이면 나는 무언가로 가리고 싶었지만, 예쁜 그림 종이로 가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나는 큰 결심을 하고 TV에서 일러준 대로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 패브릭 벽지를 검색해 봤다. 아기자기하고 고풍스러운 무늬와 예쁜 꽃그림이 새겨진 벽지들이 많았다.

나는 맘에 드는 화사한 꽃그림 벽지를 택했고 고심 끝에 두마 정도 주문했다. 그런 다음 붙이는 방법까지 검색하고 다른 회원들의 꾸며놓은 집들도 구경했다. 과연 우리 집 거실도 저렇게 변신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래도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드디어 패브릭 벽지가 도착했고 나는 아기를 꿈나라로 보낸 채 빠르게 일을 진행했다.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하지만 맨 위에 시침핀으로 고정을 시킨 후 딱풀을 이용해 가장자리부터 붙여보니 금세 완성 되었다. 이 성취감 나도 해냈다는 자부심이 오랜만에 나를 행복감에 젖어들게 했다.

나는 남편이 퇴근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남편의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여보 짜잔 어때 예쁘지."
"야야…. 눈 아프다. 왜 이렇게 어지러운 걸 붙여놨어."
"뭐가 어지러워, 봄이니까 꽃무늬로 했지."

정말 남자들이란…. 예쁘다고 수고했다고 하면 엉덩이에 뿔이라도 나나? 어쩔 땐 이 매너없는 남자와 평생을 같이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슬퍼질 때도 있다. 어린이집을 다녀온 큰아들은 "와 꽃이다" 하며 굉장히 좋아했다. 아들이라도 좋아해주니 조금은 위안이 된다.


다음에는 다른 가구들도 도전해 보려고 한다. 나는 지금까지 무슨 일이든 해보기도 전에 '난 안돼' 하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던 것 같다. 막상 맘 먹고 도전해보니 요즘한창 뜨고 있는 개그맨 고해성 말처럼 대한민국에서 안 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도전 정신을 갖고 열심히 살아야겠다.

덧붙이는 글 | 주부님들 심난해 하지 마세요 생각보다 쉽습니다. 올 봄 칙칙했던 집안을 내 손으로 예쁘게 꾸며보세요.

덧붙이는 글 주부님들 심난해 하지 마세요 생각보다 쉽습니다. 올 봄 칙칙했던 집안을 내 손으로 예쁘게 꾸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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