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높다하되 등록금 아래 뫼이로다"

[현장] 서울지역 대학생들, 광화문서 3보 1배 시위..."500보라도 하려고 왔는데"

등록 2006.03.10 19:15수정 2006.03.10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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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김하얀(홍익대4년)씨는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3보1배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마스크 등으로 만든 보호대로 무릎을 감쌌다.
10일 김하얀(홍익대4년)씨는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3보1배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마스크 등으로 만든 보호대로 무릎을 감쌌다.오마이뉴스 이민정

김하얀(홍익대 총학생회장·4학년)씨는 은색 돗자리를 손바닥 크기 정도로 잘라 무릎에 덧댔다. 떨어지지 않게 면바지 위에 청테이프를 발랐다. 테이프가 땅바닥에 닿아 떨어질까봐 흰색 마스크로 무릎을 감쌌다.

김씨가 이처럼 '무릎 무장'을 한 이유는 10일 오후 3시부터 3보 1배 집회에 참가해야 하기 때문. 이날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서울지역 대학생 교육대책위원회(상임대표 강동기 항공대 총학생회장·이하 대책위)는 광화문에서 정부종합청사까지 3보 1배 시위를 하기로 계획했다.

김씨는 "등록금 1000만원 시대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등록금이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이라며 "월수입 150~200만원의 한 가정에서 비싼 등록금을 어떻게 충당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생존과 교육을 맞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이날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부터 물가가 높다하되 등록금 아래 뫼이로다'라는 제목의 첫 번째 장외집회를 계획했다. 대책위는 지난 3월 4일 결성됐다.

이들은 "3월~4월 집중 투쟁의 첫 포문으로, 정부와 교육부의 잘못된 교육 철학에 대한 문제제기와 등록금 1000만원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생들과 부모들의 심정을 시민들에게 알리고자 한다"고 집회 목적을 밝혔다.

"3보 1배 시위도 막나... 기가 막혀"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서울지역 대학생 교육대책위원회 소속 대학생들은 서울 광화문에서 교육부가 있는 정부종합청사까지 3보1배를 할 예정이었지만, 집회 신고가 세종문화회관 뒤편부터라 경찰에 의해 제지당했다.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서울지역 대학생 교육대책위원회 소속 대학생들은 서울 광화문에서 교육부가 있는 정부종합청사까지 3보1배를 할 예정이었지만, 집회 신고가 세종문화회관 뒤편부터라 경찰에 의해 제지당했다.오마이뉴스 이민정

집회 곳곳에는 대학 등록금 인상을 규탄하는 구호 등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집회 곳곳에는 대학 등록금 인상을 규탄하는 구호 등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서울 각지에서 모인 100여명의 참가자들은 3보 1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모들이 자신을 희생하면서 국가 인재를 키우는 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느냐"며 "정부의 대학설립과 등록금 책정 자율화 정책, 교육개방 정책 등은 대학 교육을 황폐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결국 부자 부모의 자식은 고등교육을 받고, 그렇지 못한 대다수 부모들은 자기 희생을 감내해야만 자식을 대학 보낼 수 있게 됐다"며 "유전유학, 무전무학의 시대가 이어지고, 부의 대물림으로 귀결된다"고 꼬집었다.

10여분간의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학생들은 3보 1배 준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은색 돗자리를 잘라 보호대를 만들어 무릎에 투명 테이프로 감는가 하면, 하늘색 천으로 두툼한 보호대를 만들어 무릎에 묶기도 했다.


출발은 교보문고 앞이었지만, 정작 3보 1배가 가능했던 곳은 광화문 사거리를 건넌 뒤였다. "등록금 인상에 반대한다"는 구호와 함께 세 걸음을 걸어 절을 하려고 했지만, 3보 1배를 5번도 하지 못하고 3시 45분께 정지해야 했다. 이날 소집된 경찰 병력 2중대에 막혔기 때문.

서울 종로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3보 1배 집회신고는 세종문화회관 뒤부터"라며 3보 1배를 가로막았다. 참가자들은 자리에 앉아 "평화시위 보장하라", "경찰당국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며 대치했다.

이성호(연세대 총학생회장)씨는 "정부가 교육재정 확충없이 등록금을 인상한 무책임에 대해 규탄하거 왔는데, 뭐가 그리 무서워서 방패로 막고 있느냐"며 "어이가 없다 못해 기가 막힌다"고 경찰을 비난했다.

결성 이후 첫 번째 장외집회, 충돌 없이 마무리

100여명의 참가학생들은 세종문화회관 뒤편에서부터 3보1배를 할 수 있었다. 이들은 3보1배 도중 "등록금 인상 반대한다", "교육재정 확보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100여명의 참가학생들은 세종문화회관 뒤편에서부터 3보1배를 할 수 있었다. 이들은 3보1배 도중 "등록금 인상 반대한다", "교육재정 확보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참가자들은 할 수 없이 세종문화회관 뒤편 주차장까지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그들은 행진하면서 "교육재정 6% 확보", "교육개방 전면 중단하라"는 등의 요구사항을 외쳤다.

집회가 허락된 위치에 도착한 4시께부터 3보 1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인도가 좁은 탓에 100여명의 인원은 세 명씩 한 줄을 이뤄 3보 1배를 이어갔다.

세종문화회관 뒤부터 외교통상부 후문까지 100여m 인도를 3보 1배로 오는 데 걸린 시간은 30여분. 곳곳에서 탄성소리가 이어졌고, 느슨한 대열을 맞추느라 3보를 할 때는 "하나, 둘, 셋"하며 숫자를 셌다.

집회 신고지점에 도착하자 일부 학생들은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두꺼운 윗옷을 벗었다. 무릎보호대를 떼내며 "무릎 까졌다"는 호소도 들렸다. 한 남학생에게 소감을 묻자 "500보라도 하려고 왔는데…"라며 50보도 진행하지 못한 이날의 집회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들은 외교통상부 후문 앞에서 마무리 집회를 한 뒤 길 건너편 교육인적자원부가 있는 정부종합청사를 향해 함성을 지르고 집회를 마쳤다.

대책위는 앞으로 신촌, 서울역 등에서 시민 홍보활동, 촛불문화제, 서명운동 등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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