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가려면 3명씩 짝을 지으세요

이슬람의 자존심 블루 모스크

등록 2006.03.12 10:26수정 2006.03.12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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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날씨가 우중충해 약간 어둡게 보이는 블루 모스크

날씨가 우중충해 약간 어둡게 보이는 블루 모스크 ⓒ 이태욱

겉모습이 낡아 보이는 성 소피아 사원과는 달리 맞은편에 있는 블루 모스크는 겉모습부터 무척이나 화려하다. 블루 모스크의 정식 이름은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이다. 사진을 멋있게 찍어 보려고 이쪽, 저쪽으로 자리를 옮기니 정면의 의자에 앉아서 이 건축물을 정성스레 판에 새기고 있는 나이든 한 외국인이 이 장소가 사진 찍기가 가장 좋다고 알려준다.

그곳에서 사진을 찍었더니 위처럼 멋있는 사진이 나왔다. 이 건축물은 오스만 튀르크의 14대 술탄인 아흐메트 1세가 이슬람 세력의 위대성을 과시하기 위해 성 소피아 사원을 능가하는 멋진 건물을 짓겠다는 야심으로 지었다.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잘 지은 사원이라고 한다.


울긋불긋 화려한 터키 고유의 복장을 입고 물통 하나를 메고 관광객 사이로 왔다갔다 하는 사람이 보인다. 터키식 홍차인 차이를 팔고 있는 사람이다. 이들과 같이 서서 사진을 찍으면 비싼 모델료를 지불한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서 이들이 주위에 오면 무서워서(?) 슬금슬금 피한다.

터키에는 공짜가 없다. 물도 사 먹어야 하고 화장실 갈 때에도 보통 500원 가량 돈을 내야 한다. 조금이라도 아끼려면 3명이서 조를 짜서 가야 한다. 1달러(1000원 가량)를 준다. 그래서 변소를 한 번 가려도 제법 신경이 쓰인다. 장례 치를 돈이 없어 죽지도 못한다고 하더니만 여기에선 돈이 없으면 화장실도 못 간다.

사원 내부에 들어서면 벽면은 2만 여장의 화려한 타일로 장식되어 있다. 이슬람에서는 교리상 동물의 형상을 사용하지 못하므로 장식은 주로 꽃 모양이 많다. 기하학적인 꽃문양과 푸름이 천장과 내벽을 가득 메우고 있다. 돔으로 덮인 내부는 착색한 유리창을 통해 빛이 들어와 조화를 이룬다. 실내를 밝히는 수많은 전등과도 조화를 이루고 있다.

a 블루모스크 내부. 옛날에는 램프를 사용했지만 지금은 전등을 사용한다

블루모스크 내부. 옛날에는 램프를 사용했지만 지금은 전등을 사용한다 ⓒ 이태욱

사원의 원래 이름인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란 이름이 너무나 길고 복잡하다. 이 사원은 푸른색의 이미지가 강하므로 간단히 푸른 사원, 즉 블루 모스크라 불린다. 지금도 회교사원으로 사용되고 있어 성 소피아 사원과는 다른 모습이다. 입장료는 무료이지만 출구에 성금함이 놓여 있다. 갑자기 눈에 보여 작은 성의도 미리 준비 못한 마음을 미안케 한다.

회교사원으로 고쳤던 성 소피아의 사원의 첨탑은 4개다. 첨탑의 기능은 기도시간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시간에 맞춰 목청 좋은 사람이 첨탑에 올라가 코란을 큰 소리로 읊으면 그 소리를 이어받아 서쪽으로, 서쪽으로 이어져 갔다고 한다. 지금은 모두 스피커로 소리가 전달될 뿐이다.


a 첨탑이 1개인 사원

첨탑이 1개인 사원 ⓒ 이태욱

이제 첨탑은 역할을 다하고 장식용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첨탑이 1개일 경우에는 개인이 세운 사원이다. 2개는 관공서에서 세운 사원이다. 3개는 왕이 세운 사원이다. 그러면 4개의 첨탑은 어느 정도 권위인지 알 수 있다. 블루 모스크의 첨탑은 6개다. 터키에서 유일하다.

a 첨탑이 2개인 사원

첨탑이 2개인 사원 ⓒ 이태욱

사연은 다음과 같다. 술탄 아흐메트 1세는 자기가 성지순례를 마치고 올 동안에 건축가인 메흐메트 아아에게 금으로 첨탑을 완성하라고 명령했다. 왕의 명령은 절대적이다(특히 이슬람의 술탄에 대한 나의 느낌은 염라대왕과 비슷하다). 술탄의 명령은 신의 명령이다.


도저히 불가능한 명령을 받은 건축가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머리를 써서 터키어로 금과 발음이 비슷한 6을 이용하여 첨탑 6개를 지어 바침으로써 이 위기를 모면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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