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을 느낀다고? 정말 모욕적인 말"

[인터뷰 ⓛ]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 "노조탄압, 말도 안된다"

등록 2006.03.13 14:40수정 2006.03.1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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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철도공사 사장
이철 철도공사 사장오마이뉴스 남소연

"사형수 이철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다고? 정말 모욕적인 말이다."

10일 오후 서울 한국철도공사 본사에서 만난 이철(57)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최근 '철도파업'과 관련, 보수언론과 노동계로부터 동시에 공격받는 처지에 대해 억울함부터 토로했다.

특히 이번 파업으로 자신을 '변절자' 취급하는 노동계와 진보진영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에 대해 "연민을 느낀다"고 말한 김영훈 노조위원장의 발언(<오마이뉴스> 7일자 인터뷰)과 관련, "모욕적"이라고 반박했다.

이 사장은 "노동운동을 탄압하거나 부당노동행위를 강요한 적이 없다"며 "나는 파업직전까지 '친노조' 정도의 비판이 아니라 노조와 짜고 국민을 협박하는 '협박범'으로까지 몰렸던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히려 노조가 그동안 회사경영까지 좌우해 왔다고 그는 비판했다.

그는 "우리 공사에 '사장은 없고 위원장은 있다'는 말이 있다"고 전한 뒤 "만약 직원들이 노조를 따르지 않으면 엄청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심지어 승급이나 승진까지도 그랬다는 얘기가 파다하다"며 노조의 과도한 경영권 간섭 관행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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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공사에 사장은 없고 '노조위원장'은 있다고 한다"

국내 철도산업 책임자로서 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누구도 알아주지 않을 상처만 남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노동계의 '파업 강경진압' 주장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과거에는 파업 들어가기 전부터 (지도부에 대한) 고소장을 다 접수해 수배자를 미리 만들었지만 자신은 끝까지 하지 않았다는 반박이다. 그러다 보니 경찰에서는 '철도공사 사장이 대단히 미온적'이라고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것.

이 사장은 파업 이후 '대량징계'가 단행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850여명의 노조원들이 직위해제 상태에 있지만 모두 징계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노조탄압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되는 '대규모 손해배상청구소송'에도 비교적 신중한 입장이었다.


그는 "예전 대우조선에서 (노조 간부에게) 몇억원을 청구해서 결국 자살까지 이르게 했던 일이 있었는데 그런 식으로 인권을 유린하고 목숨까지 빼앗는 일은 절대로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조합원들도 자기 책임을 인식하고 파업이나 집단행동에 들어가야 한다"며 "불법행위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은 일정한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음은 이철 사장과의 일문일답.

- 노조위원장은 민주화운동 유공자 출신의 사장이 노조를 탄압한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는데.
"군사정권시절 사형선고를 받았던 사람이 애처롭고 연민까지 느껴진다고 했는데 정말 모욕적인 말이었다. 내겐 가장 심한 욕설이다.

내가 권력에 눈이 어두워 노조를 탄압한다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파업을 막기 위한 나의 노력을 노조위원장이 너무 잘 알고 있다.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 지금이 상대를 그렇게 비하하는 표현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가. 노조위원장이 정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본다. 투쟁성을 나타내기 위해 표현한 것 같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 파업사태 해결로 일각에서는 '뚝심있는' CEO로 평가하지만, 노동계로부터 '사형수 이철'이 맞느냐는 비난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그 당시 민주화운동은 명백한 사회정의에 어긋나는 헌법과 법규 아래 말할 자유도 없었다. 지금은 정당한 운동과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지고 있고, 적어도 정상적인 운동이 가능하다. 노동운동 자체를 탄압하는 사람은 없다.

나도 노동운동을 탄압하거나 부당노동행위를 강요한 적이 없다. 나는 오히려 파업 직전까지 '친노조' 정도의 비판이 아니라, 노조와 짜고 국민을 협박하는 '협박범'으로까지 몰렸던 사람이다. 이제는 KTX 여승무원들을 협박하는 협박범으로 몰리고 있다. 둘 다 사실이 아니다."

-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강경 대응이 노조를 탄압하려 한 의도는 아니었다는 말인가.
"오히려 거꾸로다. 우리 공사에 '사장은 없고 위원장은 있다'는 말이 있다. 현장에도 '소장은 없고 지부장만 있다'는 얘기를 직원들에게 많이 들을 것이다. 그게 정말인지는 논외로 치더라도 현장의 많은 직원들은 노조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만약 따르지 않으면 엄청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많았다. 심지어 승급이나 승진까지도 그랬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부당한 법체계가 있거나 권력을 행사해서 부당노동행위를 강요하는 사업주가 있다면, 저항하는 게 너무 당연하다. 그러나 법을 정면으로 무력화시켜 노동운동의 목표를 성취하겠다는 방법 밖에 없는지 (노조에) 그걸 묻고 싶다."

"900여명 아직도 직위해제... 그래도 철도운송 위험하지 않다"

- 지난 1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철도파업 때 모두 2244명을 직위해제해 대량해고 우려도 있는데.
"직위해제는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지역본부장이 결정한다. 언론이나 국민들은 2244명을 직위해제한다고 하면 '이제 자르는구나' 하고 본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직위해제는 특정인이 그 업무에 계속 종사할 경우 추가적인 위험 요소가 있으니까 사전에 예방하자는 것이다. 반드시 징계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 그 중 일부는 복귀했지만 900여명 정도는 아직도 직위해제 상태다. 여객이나 운송 등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모두 업무에 복귀시키는 게 옳지 않나.
"파업 뒤 정시운행율(정해진 시간내 열차를 운행하는 비율)이 더 잘 지켜지고 있다. 평생을 철도에 바쳐온 현업 소장들이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데 적절한 인원이라고 건의한 것을 토대로 직위해제를 했다. 그래서 현재 철도운송도 전혀 위험하지 않다."

- 사장이 파업을 너무 강경기조로 몰아붙였다는 비판도 있다.
"3월 1일 마지막 협상이라고 못 박았다. 더 이상 타협이 없다는 것을 서로 알고 있었다. 나는 협상이라는 게 시간끌기, 즉 파업기간을 늘릴 뿐이라고 판단하고 협상은 없다고 했다. 그 뒤 민주노총이나 정부 고위층 등 여러 라인에서 협상을 재개하라는 제안이 왔지만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경진압은 없었다. 오히려 과거에는 파업에 들어가기 전부터 (지도부에 대한) 고소장을 다 접수해 수배자를 미리 만들었다. 나는 끝까지 안 했다. 안 하다보니 경찰에서는 '철도공사 사장이 대단히 미온적'이라고 청와대까지 보고했다. 그 보고에는 일부 보수언론의 말처럼 '노조와 공사가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 '(부채를 정부가 갚으라며) 국민을 협박하는 것 아니냐'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 파업 막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는데, 노조가 받아들일 만한 대안을 제시한 게 있는가.
"어떻게든 파업을 막아보려고 마지막까지 애썼다. 심지어 3월 1일에는 내가 제시할 수 있는 선을 훨씬 넘어선 제안도 했다. 노조는 해고자 복직에 대해 '선입선출'을 내세웠다. 먼저 해고된 사람이 먼저 복직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사규엔 위배되지만 특례조항을 둬서 6명이 복직할 수 있는 안을 제안했다. 그것조차 노조가 거부했다."

"손해배상청구로 목숨 빼앗는 인권유린은 없어야지만..."

이철 철도공사 사장은?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사형수 출신 정치인'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948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사회학과 재학 중 박정희 정권의 3선개헌을 반대하는 데 앞장섰다가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유인태 열린우리당 의원, 김지하 시인 등과 함께 사형선고를 받았다. 1975년 형집행정지로 출옥한 뒤 1980년 광주민중항쟁 때 다시 투옥됐다.

1985년 총선에서 '신민당 돌풍'의 일원으로 12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발을 들여놓았고, 3선 의원이기도 하다. 3당합당에 반대한 '꼬마 민주당' 창당(1990년),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 결성 및 생고기집 '하로동선' 운영(1997년) 등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활동했다.

그러나 2002년 16대 대선에서는 정몽준 의원 캠프의 국민통합 21 조직위원장을 맡으며 노 대통령과 잠시 다른 길을 걷기도 했다.
- 공사 측이 노조에 거액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예전 대우조선인가? (노조 간부에게) 몇 억원을 청구해서 결국 자살까지 이르게 했던 일이 있었다. 그런 식으로 인권을 유린하고 목숨까지 빼앗는 일은 절대로 안 된다.

다만 조합원들도 자기 책임을 인식하고 파업이나 집단행동에 들어가야 한다. 과거에는 파업지도부 지시에 무조건 따랐고 지도부만 집단적으로 해고당하는, 소위 십자가를 지는 희생이 있었다. 불법행위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은 일정한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

- 결국 손배소를 하겠다는 얘긴가.
"손배소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게 법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현실성을 감안해 감봉이나 징계로 가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 기술적 부분은 검토하겠다. 원칙은 앞으로 모든 집단행동에는 조합원들이 일정 부분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 협상은 재개되나. 공사가 마지막에 제안한 협상안은 아직도 유효한가.
"협상은 항상 적극적으로 한다. 파업에 참가했든 안 했든, 적극가담자였든 단순가담자였든 복귀한 사람은 모두 우리 가족이다. 협상테이블은 언제든지 열려 있다. 하지만 파업을 막기 위해 마지막에 제안했던 내용은 모두 철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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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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