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뒤의 삶, 사후시신기증을 생각하며

[서평] 메리 로취의 <스티프 : 죽음 이후의 새로운 삶>을 읽다

등록 2006.03.13 16:58수정 2006.03.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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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프 : 죽음 이후의 새로운 삶> 책 표지.
<스티프 : 죽음 이후의 새로운 삶> 책 표지.파라북스
개그맨 '김형곤'씨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사인은 '심장마비'였다고 한다. 김형곤씨는 사후시신기증을 서약했고 그래서 그의 시신은 약속대로 카톨릭의과대학에 기증된다고 한다.

김형곤씨의 시신기증을 보면서 며칠 전에 읽은 책이 떠올랐다. 사후에 강직된 시체라는 뜻의 '스티프'가 바로 그 책이다. 스티프는 흔히 다뤄지지 않는 분야를 다룬 책이다. 작가인 메리 로취는 실험실과 해부실을 돌아다니며 '스티프(stiff)', 즉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버린 시체들이 과학사에 기여하는 장면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체에 대해서는 누구나 말하기를 꺼린다. 숙연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부자연스럽게 언급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메리 로취는 유머와 재치를 담아서 죽은 사체에 생명을 부여한다.


책을 펼쳐 들자마자 나오는 첫 장면부터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시체의 머리를 목 위로 잘라 일렬로 늘어놓고, 그 늘어놓은 머리 앞에 앉아 안면 성형수술의 새로운 방법에 대한 세미나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계속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작가가 인체 해부를 단지 흥미로만 그리는 게 아니라 각종 보고서나 관련 서적을 통해서 진지하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인간은 보드라운 육체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리고 숨을 다하면 인간의 몸은 점차 딱딱하게 굳어간다. 그러다가 뻣뻣하게 굳어버리는 즉 스티프가 되는 것이다. 살이 보드라운 살아있는 인간과 뻣뻣하게 굳은 죽은 인간의 차이는 운동성에 달려 있다고 본다. 활동을 하면 살아있는 거지만 활동을 못하면 죽은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사체는 해부학 실습의 재료로만 이용될 것 같지만 사실 사체는 살아있는 인간을 대신하여 여러 실험에 이용되고 있다. 우주 비행선을 타고 무중력 상태에서 온갖 실험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자동차의 안전도를 측정하기 위한 모의실험에도 쓰인다. 유효 사거리나 방탄복 제작을 위해서도 사체는 이용된다. 그 외에도 사체는 우리가 상상치도 못하는 여러 용도로 실험된다.

죽었다는 것은 곧 삶의 끝이다. 그러나 기증된 사체들은 삶이 끝나지 않았다. 그들은 살았을 때보다 더 많은 일을 한다.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인류의 과학사는 발전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그들의 삶은 숭고한 선행(善行)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의과대학 해부학 교실에 딱딱한 시체로 누워 해부 실습을 당하는 사체를 생각하면 한편으론 꺼림칙하고 또 한편으론 무섭기까지 하다. 하지만 살아생전에 남을 위해서 좋은 일을 제대로 못하고 살았다면 죽어서라도 좋은 일을 할 수도 있다.


안도현 시인의 시가 갑자기 생각난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덧붙이는 글 | 살아 있다는 것은 참으로 큰 축복인 것 같습니다. 따뜻한 피가 내 온 몸을 돌고, 들이쉬고 내쉬는 숨쉬기도 자연스럽습니다. 살아 있을 때 하고싶은 일들 열심히 하고 그리고 주변에 따뜻한 기운을 전하며 살아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살아 있다는 것은 참으로 큰 축복인 것 같습니다. 따뜻한 피가 내 온 몸을 돌고, 들이쉬고 내쉬는 숨쉬기도 자연스럽습니다. 살아 있을 때 하고싶은 일들 열심히 하고 그리고 주변에 따뜻한 기운을 전하며 살아야겠습니다.

스티프 - 죽음 이후의 새로운 삶

메리 로취 지음, 권 루시안 옮김,
파라북스,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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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을 '놀이'처럼 합니다. 신명나게 살다보면 내 삶의 키도 따라서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뭐 재미있는 일이 없나 살핍니다. 이웃과 함께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아침이 반갑고 저녁은 평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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