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도 우리 소리는 못 막아"

젊은 국악인 그룹 '지금'과 '유희', 여의도서 거리 공연

등록 2006.03.13 17:29수정 2006.03.1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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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가야금 3중주 '지금'

가야금 3중주 '지금' ⓒ 김영우

때아닌 추위가 몰아닥친 11일(토) 오후 여의도공원에서 이색적인 공연이 벌어지고 있었다. 체감온도가 영하까지 내려가는 꽃샘추위와 황사까지 겹친 주말, 나들이 나온 시민들을 찾아보기 힘든 공원에서 가야금 소리와 국악실내악단의 연주가 이어지고 있던 것.

그 앞에 모인 사람은 불과 20~30명 남짓. 공연장의 조명과 박수 갈채에 익숙한 연주자들에게는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한 광경이지만, 그들의 연주와 또 그 연주자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표정에는 금세 진지함과 '공감'의 표정이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여성 가야금 3중주단 '지금'과 국악실내악단 '유희'가 초라하기까지 한 길거리 공연을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 거리 공연을 주도한 '한국전통무형문화재진흥재단'(이하 재단)의 한 관계자는 "국악공연장엘 가보면, 일반 관객보다는 공연자의 친인척과 동료 국악계의 사람들이 객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아무리 수준 높은 국악공연일지라도, 체계적인 홍보를 통한 관객 개발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장르의 전통문화를 거리로 들고 나와 시민들과 같은 논높이에서 우리 전통문화를 홍보해 잠재적인 전통문화 소비층을 개발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날 거리공연에 참가한 실내악단 '유희'의 김영훈 단장은 "공연장이 아닌 거리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막상 바로 코앞에서 관람하는 시민들이 진지하게 감상해주시는 모습을 보니, 또 연주가 끝난 뒤 '정말 훌륭한 일을 한다'고 격려해주는 말을 들으니 거리공연을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 같은 시민들을 위해 더 좋은 곡들을 연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a 국악실내악단 '유희'

국악실내악단 '유희' ⓒ 김영우


공연을 지켜본 몇몇 시민들은 "우리 국악의 소리가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다"면서 "시민들에게 국악을 알리기 위해 거리에서 공연할 용기를 낸 젊은 국악인들이 대견하고 안쓰럽기도 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이번 거리공연을 기획한 재단의 한 관계자는 오는 18일 오후 2시 '여의도공원 8번 출입구'(한국전통의 숲)에서 전통문화인들과 포크송연합회(회장 이필원)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함께하는 전통문화 국민 캠페인 '우리문화 나란히 보기' 국민운동본부 출범식을 갖는다고 전했다. 그는 "낮은 곳에서부터의 실천을 통해 국악과 전통공예 등의 전통문화도 '문화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스갯소리로 자신들을 '한류' 하기 위한 '잔류'라고 말하며 거리로 나선 젊은 국악인과 전통문화인들의 아름다운 반란(?)이 그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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