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경쟁 이전투구, 박근혜 말발도 안 먹힌다

서울이어 부산서 재연... 경기·제주·경남서도 파열음

등록 2006.03.14 15:20수정 2006.03.1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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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당내 지방선거 후보간 경쟁이 과열양상으로 치닫는 조짐을 보이자 13일 오전 9시 당 회의에서 "당내에서 경쟁자끼리 서로 비방하는 일들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무거운 표정으로 의원총회를 주재하고 있는 박근혜 대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당내 지방선거 후보간 경쟁이 과열양상으로 치닫는 조짐을 보이자 13일 오전 9시 당 회의에서 "당내에서 경쟁자끼리 서로 비방하는 일들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무거운 표정으로 의원총회를 주재하고 있는 박근혜 대표. ⓒ 오마이뉴스 이종호

"경쟁자에 대한 비방을 자제하라"는 대표의 주의도 아랑곳없다.

5·31 지방선거를 위한 한나라당의 내부 공천 경쟁이 진흙탕 싸움 양상을 보이면서, 당내에서 "아슬아슬해 보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내부 경선과 공천과정에서의 구태가 재연돼 선거를 망칠 수도 있다는 우려다.

박근혜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중인 맹형규 전 의원과 홍준표 의원이 "뒷골목 양아치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비방전을 벌이자, 13일 오전 9시 당 회의에서 "당내에서 경쟁자끼리 서로 비방하는 일들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후보를 비롯해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한 공개경고였다.

그러나, 박 대표의 발언이 있은 지 불과 4시간 만에 이번에는 허남식 부산시장과 권철현 의원이 경쟁하고 있는 부산에서 똑같은 사건이 터졌다.

허남식 시장 쪽의 이석희 총괄본부장이 이날 오후 1시 부산시의회에서 "권철현 후보측이 '내 고향 부산이 이렇게 죽어가고 있습니다'라는 유인물을 대량으로 뿌리고 있는데, 이는 불법 선거운동이자 심각한 해당행위"라며 권 의원의 후보사퇴를 촉구했다.

그로부터 1시간 뒤, 오후 2시에는 권 의원 쪽이 반격에 나섰다. 오정환 선거대책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허 시장의 저서 '부산, APEC을 넘어 세계로 뛴다'는 부산시보와 부산발전연구원의 연구보고서를 베낀 것으로, 도덕성과 자질에 중대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역시 허 시장의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박 대표의 '말발'이 먹히지 않고 있는 셈이다. 박 대표는 이전에도 지방선거 관련해 내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일벌백계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지난 7일에도 권 의원 쪽은, 허 시장 쪽의 노기태 선거대책위원장이 구의원 공천신청자들에게 "허 시장을 도우면 공천을 받도록 해주겠다"고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어, 양쪽의 갈등이 매우 깊은 상황이다.

홍준표 "비방문건 관련자 사법처리해야... 당 대응 지켜보겠다"


a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치열해 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일 오전  염창동 당사에 홍준표 의원 비난 내부 문건 유출에 대해 사과하는 맹형규 전 의원과 맹 전 의원에 대해 당 차원의 조치를 촉구하는 홍준표 (우측) 의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치열해 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일 오전 염창동 당사에 홍준표 의원 비난 내부 문건 유출에 대해 사과하는 맹형규 전 의원과 맹 전 의원에 대해 당 차원의 조치를 촉구하는 홍준표 (우측)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연합뉴스 이상학

서울의 맹-홍 갈등도 평범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홍 의원은 맹 전 의원 쪽의 '홍준표 비방문건'과 관련해, 1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당 차원에서 사법처리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당의 추이를 보고 직접 고소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성격은 다르지만 경기도 매끄럽지 않다. 광주고검장을 지낸 이범관 변호사의 입당보류 관련이다. 선관위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 변호사는 "'과거 대검 공안부장 시절 때 한나라당을 탄압해 한나라당에 의해 고발당했다'는 괴문서가 공천심사위에 제출됐고 언론에도 유포됐다"면서 "당이 사실규명을 하지 않을 경우 법적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제주에서는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이라는 '대어' 영입에 성공했으나, 김태환 현 지사가 탈당한 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해 빛이 바랬다. 김 지사는 열린우리당 입당이 거론되는 등 선거판도의 핵심변수가 되고 있다.

오근섭 경남 양산시장은 도 공천심사위원인 6명의 국회의원들에게 유명 사찰 스님의 서화를 전달해 공천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조사가 시작되자 지난 11일 탈당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등의 공천권을 시·도당으로 넘기는 획기적인 조치를 취했다. 지방자치제의 본연의 취지를 살리자는 취지였으나 중앙당 차원의 통제가 약해지는 부작용이 생기면서, 지역의 공천심사위원장이 의혹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김태환 제주지사, 현명관 입당에 반발... 탈당 뒤 무소속 출마

홍문종 경기도당 위원장 겸 공천심사위원장은 지난 2일 의정부 지역 광역·기초의원 후보들과 식사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또 의정부의 한 시의원이 홍문종 위원장의 대리인 행세를 하며 공천 희망자에게 금품을 받았다 뒤늦게 돌려줬다는 제보가 당에 들어오기도 했다.

이처럼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고 있는 가운데, 박 대표는 14일 호남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앞둔 지역정책투어를 시작했다.

a 권철현 의원 측 오정환 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13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허남식 시장의 개인 저서 상당수 내용이 부산시보를 베꼈다고 주장했다.

권철현 의원 측 오정환 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13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허남식 시장의 개인 저서 상당수 내용이 부산시보를 베꼈다고 주장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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