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는 개소 5주년을 맞아 '여성장애인 성폭력 실태와 대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자리에서는 지난 5년간 상담소에 들어온 접수 사례들을 토대로 법적·사회적 지원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해마다 늘어나는 여성장애인 성폭력... 상담소 전국 14곳뿐
27세 정신지체 장애여성 B씨는 이웃 남성들에게 '동네북'이었다. 그는 농촌 마을에서 정신지체장애인 어머니, 오빠와 살고 있었다. B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처벌받은 가해자는 모두 8명. 주로 동네 이장을 포함한 이웃 주민, 근처 낚시터 방문객, 동네 공장 노동자 등이었다.
동네 주민들은 신고보다는 방송사 제보를 택했다. 제보를 받은 방송사는 피해규모가 큰 것을 알고 경찰에 이 사건을 신고했다. 그 때까지도 주민들은 "피해자가 합의금을 노리고 거짓말을 한다" "꼬리 치면서 돌아다닐 때 알아봤다" "동네망신이다" 등 피해자를 비난했고, 합의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협박하는 가해자도 있었다.
이처럼 여성장애인 성폭력의 가해자는 동네 주민에 의한 사건이 많았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장명숙 부산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장은 장애인성폭력상담소가 집계한 피해실태를 공개하면서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와의 관계는 친·인척, 동네사람, 복지시설 종사자 등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이 63.7%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2001년부터 집계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1593건 중 가해자가 동네사람인 경우가 454건(28.4%)로 가장 높았고, 동급생이나 학교 선후배가 107건(6.7%), 친·인척에 의한 사건은 147건(9.1%)이었다. 그 밖에 가해자가 '모르는 사람'인 경우 262건(16.4%), 아직까지 파악하지 못한 사건도 212건(13.3%)에 달했다.
또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장소 중 피해자의 집이 23%(367건)으로 가장 많았고, 가해자의 집도 12.8%(204건)였다. 피해자 1명 당 가해자가 2명 이상인 사례도 전체의 14.7%로 높게 나타났다.
장 소장은 "여성장애인에 대한 성폭력은 지역과 연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해마다 점점 증가하고 있다"며 "상담 의뢰인은 본인보다 가족, 친·인척, 동료·이웃 등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20∼29세 정신지체 장애인이, 학력은 초졸~중졸 이하가, 직업은 무직, 미혼상태인 사람이 성폭력에 가장 많이 노출됐다"고 덧붙였다.
장 소장은 "현재 여성장애인 성폭력 상담을 하는 곳이 전국 14개소에 불과해 중소도시나 소도시에서 발생한 성폭력 피해자들은 무방비상태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4개 보호시설에서는 인원 초과로 더 이상 피해자를 보호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보호시설 확충을 촉구했다.
그는 "현재 6개월로 된 짧은 보호기간을 연장해서 피해자가 충분한 치유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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