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탉이 암탉들을 이끌고 다닙니다.이승숙
이렇게 말하고 보니 아주 거창해 보입니다만 사실 우리 집에 있는 토종닭은 현재 4마리밖에 안 됩니다. 암탉 2마리에 수탉 2마리, 이렇게 달랑 4마리만 남아 있습니다.
제가 '남아 있다'고 그랬지요? 그래요, 우리 집 닭들은 사냥에서 살아남은 우수 종자들입니다.
우리 집엔 삽살개가 있습니다. 토종닭도 삽살개도 우리 집에 온 역사는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토종닭들의 세계였어요. 삽살개는 아직 어린 강아지였는 데 비해 토종닭들은 빨리 컸습니다. 그래서 그 해는 집 안팎을 닭들이 점령했고 삽살개는 사람들 뒤만 따라다니며 놀던 평화롭던 공존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평화는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삽살개는 어미 개가 되었고 그리고 본능이 시키는 대로 닭 사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닭장을 만들어서 닭들은 그 안에서만 놀게 했습니다. 30마리가 넘는 닭들은 닭장 안에서만 자유를 구가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각자 애정을 가지는 대상이 조금 다릅니다. 제 남편은 삽살개도 좋아하지만 토종닭에 더 큰 의미를 둡니다. 그에 비해 나는 닭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오로지 삽살개만 좋아합니다.
남편은 자기가 좋아하는 닭들이 닭장 안에 갇혀서 사는 게 보기에 안 좋았나 봅니다. 그 사람은 닭들이 집 안팎을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아 땅을 헤집으며 노는 모습을 보기 좋아합니다. 그이는 뒷산에서 닭들이 판을 치는 그런 모습을 꿈꾸며 닭을 키우는데 삽살개 때문에 감옥 아닌 감옥살이를 하는 닭들이 보기에 안 좋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