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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무언가 해 줄 것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책을 읽어 주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초등학생이니까 이때쯤 아버지를 통해 좋은 책을 접하게 되면 그 영향이 나쁘지는 않겠다는 것이었지요.
어떤 내용이 좋을까 생각하다가 지난번에 읽어 주었던 '메밀꽃 필 무렵'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들은 그때 대단히 흥미로워 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표 단편집을 고르기로 했습니다.
'10대에 꼭 읽어야 할 우리 명작 단편 10선'(가람문학사)이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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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 가람문학사
이 책에는 초등학생이 꼭 읽어야 할 대표 단편소설 총 10편이 담겨 있습니다. 1920~1940년대의 대표 작가인 채만식, 이상, 김유정, 이효석 등의 대표작들인데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왕치와 소새와 개미와 - 채만식
2. 황소와 도깨비 - 이상
3. 동백꽃 - 김유정
4. 봄봄 - 김유정
5. 메밀꽃 필 무렵 - 이효석
6. B사감과 러브레터 - 현진건
7. 운수 좋은 날 - 현진건
8. 벙어리 삼룡이 - 나도향
9. 배따라기 - 김동인
10. 감자 - 김동인
책을 사 놓고도 사정상 며칠을 그냥 보내고 있었는데 오늘은 기어이 작심을 하고는 아이들을 불렀습니다. 마침 저도 처음 접하는 내용이라 흥미진진했습니다. 큰 놈은 눈을 반짝거리며 귀를 쫑긋 세운 다음 제가 읽어주는 내용이 다 끝나기도 전에 책에 있는 삽화를 보여 달라며 굉장히 좋아 했습니다.
작은 놈은 책의 제목에 '10대들이 알아야 할'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는 근거(?)를 들어 자신은 9살이어서 아직 10대가 아니기 때문에 읽거나 듣지 않아도 된다며 그냥 자 버리더군요. 참으로 그런 쪽으로는 머리가 기가 막히게 돌아가는 대단한 녀석입니다.
그러나 저는 알고 있습니다. 작은 아이가 눈을 감고 잠을 청하고 있기는 하나 이불속에서 제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자장가 삼아 재미있게 듣고 있으리라는 것을 말입니다. 다음에 작은 녀석도 제게 바짝 붙어 앉아 즐겁게 이야기를 들으리라는 것을 말입니다.
이렇게 행복한 시간이 얼마나 계속될 수 있겠습니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 자신들에게 어울리는 읽을거리를 찾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때로는 부모의 관심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불 위를 뒹굴 거리며 눈을 반짝이는 녀석들과 그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이 시간이 더더욱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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