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공자를 죽이려 했는가?

[서평]2500년 시공간을 초월한 역사추리소설 <소정묘파일>

등록 2006.03.17 17:56수정 2006.03.18 10:33
0
원고료로 응원
많은 독자는 소설을 읽을 때 주인공의 삶에 동화되어 함께 울고 웃는다. 특히 역사 소설의 경우 그 사건에 대한 명확한 지식이 없는 독자라면 픽션(fiction)과 논픽션(nonfiction)을 구분하지 못해 소설을 사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역사소설은 흡입력이 있다.

2500년 전 공자 학당과 현대 대학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그린 역사추리소설 <소정묘 파일>


a 소정묘파일 책표지

소정묘파일 책표지 ⓒ 달궁출판사

이 책은 <논어>를 완역한 적이 있는 현직 교수가 어떻게 보면 <논어>로 현재까지 동양의 성인(聖人)으로 추앙받고 있는 공자와 그의 제자들을 새롭게 해석한 책이다.

역사학을 전공한 내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경계했던 것은 책 속의 이야기들이 역사적 사실과는 무관한 '소설'이라는 점, 즉 역사적 인물을 바탕으로 했지만 그 내용은 창작된 이야기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 경계심을 무너뜨린 것은 논어를 연구하는 한문학자이자 현직 교수인 작가의 치밀하면서도 해박한 <논어>해석과 그 시대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사실 묘사였다. 그만큼 이 책은 공자와 그의 제자 사이에 일어난 일을 마치 사료(史料)를 보는 것처럼 자세하게 묘사했다.

그러나 그 사실 묘사와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고사의 예가 지나쳐 소설이 다소 지루하다는 점과 추리소설을 처음 쓰는 작가의 글이기에 마지막 반전이 소설의 중반부에서 예측이 되는 다소 허술한 극 전개가 조금 아쉬웠다.

의문의 시작, 이래저래 허점이 많은 <논어>에서 찾는다!

소설은 공자가 활동하던 2500년 전 중국의 공자학당과 현대 한국의 한 대학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그럼 과연 2500년 전 공자 학당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작가는 공자 사후 그의 언행을 기록한 <논어>에서 생전 공자에게 그 언행과 학문의 정도에서 극찬을 받은 수제자 안연의 언행과 그의 죽음에 관한 기록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포착해 상상력을 발휘한다.

여기에 공자가 노나라 대사구(大司究 현재 법무장관 급)에 오른 지 7일 만에 당시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있던 대부(大夫) 소정묘를 주살하게 된 사건에 주목한다.


현대 한국, 서지학을 전공하던 중국 유학생 위천익이 자신의 한국 유학을 주선한 모 대학 이준섭 교수 연구실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이를 발견한 사람은 이준섭 교수의 운전기사 마번지. 이후 이준섭 교수, 위천익과 관련된 김오명, 한병준 등이 연쇄적으로 살해된 채 마번지에 의해 발견이 되고, 마번지는 경찰에 의해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는 가운데 제일 먼저 살해된 위천익에게서 굉장한 비밀이 담긴 소포를 받게 된다.

사건을 취재하며 우연히 깊이 관여하게 된 이소정 기자는 이 소포에서 위천익이 만들어낸 퀴즈를 풀어가다가 이 사건들이 제2의 논어라 알려진 공자의 마부 번지가 기록한 '번지의 일기'와 그에 따른 사람들 간의 이해관계로 인해 벌어지는 것임을 알게 된다.

번지, 과거와 현재의 사건을 연결하는 '키워드'

여하튼 소설은 시공간을 뛰어넘는 배경인 두 시대에 모두 존재하는 단 한 사람 '번지'를 주목한다. 2500년 전 중국에서는 공자의 수레를 몰며 비서역할을 한 번지로 현대 한국에서는 공자를 연구하는 원로 교수인 이준섭 교수의 운전기사인 마번지로.

두 사람 다 과거와 현재 살인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계(과거 마번지는 의미심장한 문구가 적힌 죽간을 발견하고, 현재 마번지는 살인현장을 매번 처음 발견해 신고하게 된다)있는 인물이다.

현재 한국의 대학. 고서 연구에 관한 저명한 학자인 이 대학의 이준섭 교수는 <논어>이외에 공자의 마부였던 번지가 지은 기록(번지일기)를 찾는 것을 자신의 논어 연구에 관한 주장을 실증해줄 수 있는 유일한 물증으로 생각한다.

과거 공자의 학당. 고국 노나라로 돌아와 후진 양성에 힘쓰는 공자. 그러나 그의 학당 내에서 수년 전에 일어났던 의문의 죽음이 다시 찾아오게 되고 이를 해결하고자 공자의 제자 자로와 담대멸명이 나서게 된다. 이 사건의 주변에서 조용히 이를 관찰하고 기록한 사람이 바로 공자의 수레를 몰던 마번지다.

바로 그 글 속에 2500년 전 공자 학당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한 진실이 숨겨 있다.

과거 공자학당과 현재 대학에서 벌이는 음모들 그 결말은?

이 소설의 결말은 파격적이다. 대사구에 오른 공자에 의해 주살된 소정묘. 그를 따르던 제자들은 이 사건으로 공자에게 복수하려고 공자 암살을 계획하는데 그 계획의 중심에 공자가 평소 그의 학문과 언행에 대해 극찬했던 수제자 안연이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작가는 <논어>의 허술한 서술에서 찾고 있다. 공자가 그렇게 아낀 안연에 대한 언행과 그가 왜 죽었는지에 대한 원인이 자세히 서술되지 않고 그 사후에 대한 내용 역시 후기에 편집된 것으로 알려진 후론 10편중 11편 선진편에 집중적으로 실려있다는 데서 의문점이 있다는 것이다.

즉, 소설 속에서는 이런 안연에 대한 석연찮은 기록을 바탕으로 2500년 전 공자와 대립하다 주살된 소정묘의 제자들이 공자의 수제자 안연을 섭외해 공자를 죽이려 했고 이를 알게 된 공자 학당에서는 안연을 자살하게 한 뒤 그를 공자의 이상을 몸소 실천하며 모범적으로 살다간 제자로 둔갑시켰다는 것이다.

자~ 과거 공자학당에서 일어났던 살인사건에 대한 설명은 이 서평을 통해 독자에게 알려드렸다. 그럼 현대 한국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길에서 만난 세상 - 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를 찾아

,
우리교육, 2006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3. 3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