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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현장의 명지대교 조감도. 을숙도 하단부분을 관통하는 대형 공사이다. ⓒ 이종혁
2006년 3월16일 대법원은 새만금 공사 재개 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한·일전 야구승리 뉴스에 밀려 언론에서도 크게 다루어 지지 않았습니다. 판결이 나기 일주일 전인 3월9일 부산에서도 비슷한 판결이 나왔습니다. 한 때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였던 을숙도 중간을 가로지르는 명지대교 공사의 착공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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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숙도의 갈대밭과 새들 ⓒ 이종혁
3월9일 발표된 이번 판결은 2월20일 부임한 신임재판장이 결결정해야 하는데도 구재판부의 명의로 2월17일에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낙동강 살리기 시민연대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즉각 항고할 것을 밝히고 명지대교 건설을 저지 해 갈 것을 천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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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을숙도의 허리는 잘려있다. 다리가 놓일 자리를 따라서 만들어진 공사현장. ⓒ 이종혁
비온 뒤 안개가 뿌옇게 낀 일요일, 명지대교 건설현장을 찾았습니다. 공사차량들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나 있는 흙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쉽게 현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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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현장의 폐 콘크리트 야적장 ⓒ 이종혁
발전기 돌아가는 요란스런 소리와 삼삼오오 모여 무언가 작업을 하고 있는 듯 보이는 사람들. 아주 멀리서 인기척이 느껴지기만 해도 날아올라 자리를 피하는 철새들에게 더 이상 안락한 보금자리로 여겨지지 못할 것입니다. 도로가 놓아지고 차량들이 질주하는 곳이라면 더욱 가까지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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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선 넘어 걱정스런 모습으로 출렁이고 있는 갈대밭 ⓒ 이종혁
이미 을숙도는 자연의 모습을 많이 잃었습니다.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곳은 흙으로 덮인 채 황량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초소의 출입금지 경고 문구를 무시한 채 일주도로를 내달리는 몰지각한 시민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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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지대교로 인한 환경영향의 최소화를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문구의 그림과 갈대밭이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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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숙도 일주 포장도로에서 공사현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다리 ⓒ 이종혁
을숙도 입구에는 생태공원으로 만들기 위한 조감도가 있습니다. 물론 그 조감도에는 명지대교 그림은 빠져 있습니다. 어울리지 않는 공사현장 조감도와 생태공원 조감도 두개를 바라보면서 결국 사람이 선택하게 되는 것은 어느 것일까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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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들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을숙도는 가능할 것인가. ⓒ 이종혁
자연과 사람이 공생하는 을숙도는 가능할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의 편함을 조금만 양보하고, 명지대교가 지나갈 자리가 자연의 소중함을 알리는 소중한 교훈의 학습장으로 깨끗하게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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