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촐폰아타에서 바라본 이식쿨 호수.김준희
바람소리에 잠을 깬 나는 밖을 내다보았다. 산악지역인데다 호수가라서 그런지 밤과 새벽에 불어오는 바람소리를 듣고 있자면 마치 빗소리가 연상될 정도다. 기온이 낮아서가 아니라 바람 때문에 춥다고 느껴지는 곳이다. 쌀쌀한 오전 날씨 때문에 다시 침대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강했지만,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나니 그런대로 참을 수 있을 것 같다. 빵과 주스로 대충 밥을 때우고 밖으로 나왔다.
촐폰아타는 작은 도시다. 도시라기보다는 그냥 마을이라고 하는 것이 어울릴 만큼 작은 곳이다. 내가 타고 온 버스의 길이 중심가이고 그 주변으로 많은 민박집과 카페와 상점과 바자르가 늘어서 있다. 민박집의 상당수는 시즌이 지나서인지 영업을 하지 않고 있고 카페도 문을 닫은 곳이 많다.
햇살은 따갑지만 산악지대인데다가 호수에서 불어오는 찬바람 때문에 낮에도 긴 옷이 필요한 곳이다. 이런 촐폰아타는 중심가에 원형으로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호숫가를 따라서 길게 늘어서 있다.
난 중심가에서 호수쪽으로 뻗어 있는 작은 길을 걸었다. 햇살은 따갑고 인적이 없는 거리에는 개가 뛰어다니고 있다. 양옆으로 나무가 늘어서있는 길을 따라서 10분 정도 걸어가니까 이식쿨 호수가 나타났다. 그곳에서 맞은편을 보면 촐폰아타의 다른 편이 보인다. 내가 본 이식쿨 호수의 첫인상은 바로 그 장면이었다.
정상에 만년설이 쌓인 높은 산과 그 아래로 늘어선 키 큰 나무들,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작은 집들. 파란 호수와 만년설 위에 얹혀진 구름과 파란 하늘. 이 장면은 여태껏 보아왔던 다른 호수들보다 더 아름다웠다. 바이칼의 웅장함, 홉스골의 아늑함과도 다른 이식쿨 호수의 첫 느낌은 아름다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