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콜 시내의 동상김준희
촐폰아타에서 편하게 며칠을 보내고 나서 나는 카라콜로 향했다. '카라콜'은 이식쿨 호수의 동쪽에 위치한 도시다. 이식쿨 호수 주변에서 가장 큰 도시인 이곳에는 약 7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러시아의 여행가 프르제발스키 대령이 묻힌 곳이기도 하다. 19세기에 중국, 몽골, 중앙아시아를 지나서 시베리아를 탐험했던 프르제발스키 대령은, 다른 탐험가들처럼 여행가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던 인물이다. 특히 그가 탐험한 지역이 현재에도 낯선 지역인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라는 점이 더욱 그렇게 느껴질지 모른다.
프르제발스키 대령은 1888년에 카라콜에서 죽었다고 한다. 유언에 따라 탐험가의 옷을 입은 채로 간소한 관속에 들어간 그의 시신은 이식쿨 호수가 보이는 카라콜의 외곽에 묻혔다고.
촐폰아타에서 택시로 2시간 가량을 달리고 나서 카라콜에 도착했다. 카라콜의 중심가에서 내린 나는 가지고 있던 작은 지도를 보면서 거리를 익히려 했다. 중심가에 서서 둘러보자니 카라콜은 무척 넓어 보였다. 비쉬켁에서 바로 카라콜로 왔다면 이곳은 작아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도로 하나를 사이로 모든 것이 놓여져 있던 촐폰아타와 비교하니까, 카라콜은 마치 타쉬켄트 만큼이나 넓어 보였다. 많은 사람과 길 사이에서 난 어안이 벙벙해졌다. 더운 날씨는 아니지만 햇살은 여전히 따갑고, 거리에는 무엇이 좋은지 모여서 깔깔거리는 많은 젊은이들이 있다.
지도를 보면서 대충 방향을 잡은 나는 호텔로 향했다. 호텔에 묵지는 않을 가능성이 많지만, 어쨌건 가격이라도 한번 알아보자는 생각이었다. 지도를 보면서 천천히 거리를 걸었다. 중심가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키르키즈 텔레콤'이 나오고 거기서 우측으로 두 블록을 간 지점에 호텔이 있다고 지도상에 나와 있다.
그곳으로 가니 베이지 색의 큰 건물이 있다. 깨끗한 외관의 4층 건물에는 큰 창이 연이어 붙어 있다. 비싸 보이는 곳이지만 일단 들어가 보기라도 하자는 생각에 정문으로 향했다. 정문 안쪽에는 수위실처럼 보이는 곳이 있고, 그 안쪽으로 넥타이를 매고 정장을 입은 젊은 남자 2명이 나란히 서서 얘기를 하고 있다. 난 그 앞으로 다가갔다.
"여기 호텔이에요?"
한 남자가 웃는다.
"아뇨. 학교에요"
난 뒤돌아서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 보니까 이 건물의 생김새는 호텔이라기보다는 학교에 가깝다. 키르키즈스탄 남학생들의 교복도 정장에 넥타이 차림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