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의 새로운 가능성 제시했던 <서동요>

[포커스] 아쉬움과 호평속에 성공리 종영

등록 2006.03.22 15:16수정 2006.03.2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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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첫 방영된 이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던 SBS <서동요>가 지난 21일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6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성공리에 종영했다.

결국 서동은 기나긴 시련을 극복하고 마침내 백제 30대 무왕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행복의 순간도 잠시 뿐, 평생의 사랑을 다짐했던 선화공주는 짧은 행복의 여운을 만끽하기도 전에 서둘러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고 서동은 다시 홀로 남겨진다.

어렵게 이룬 사랑의 결실에 비해 행복의 순간은 너무나 짧게 그려졌던 것은 시청자들에게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서동요>는 결국 낭만적인 해피엔딩보다는 삶과 권력의 유상함을 돌아보게 만드는 가슴시린 여운으로 마무리를 장식했다.

<서동요>의 새로운 가능성과 미완의 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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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서동요> 마지막회 시청률은 21.4%(닐슨 미디어리서치)로 경쟁작들이었던 KBS <봄의 왈츠>와 MBC <너 어느 별에서 왔니>를 큰 폭으로 따돌리며 마지막까지 월화드라마 최강자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서동요>의 성공은, 단순한 시청률을 떠나서 정형화된 한국 사극의 틀을 깨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지난해 방영되어 큰 인기를 몰았던 <해신>에 이어, <서동요>는 사극=조선시대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나 드라마의 무대를 삼국시대로 확장하면서 한 차원 달라진 스케일과 신선한 이야기 구조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멜로에서 휴먼드라마, 전쟁 액션, 정치 스릴러를 넘나드는 다양한 장르적 색채, 삼국시대의 과학기술에서 궁중 야사의 재해석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소재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이야기 구조는, <서동요>가 세대를 초월하여 넓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었다.


방영 초반만 하더라도 스타 파워가 부족한데다, 시대극 이미지와도 다소 거리가 있던 조현재, 이보영, 류진, 허영란 등의 젊은 피 캐스팅은 다소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지만, 회를 거듭하며 안정된 앙상블로 오히려 젊은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이병훈 표 사극에 빠지지 않는 임현식, 맹상훈을 비롯하여 이창훈, 김영호 등 감초 조연들이 빼어난 연기도 드라마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무엇보다 <허준>, <상도>, <대장금>등의 굵직한 히트작을 배출해내며 국내의 대표적인 사극 전문 콤비로 명성을 쌓아온 이병훈 PD의 연출력과 김영현 작가의 탄탄한 극본이, <서동요>가 기나긴 대장정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지탱해 올수 있었던 밑바탕이었다.


한편으로 기대만큼이나 아쉬웠던 순간도 있었다. 백제의 학문과 기술이 집결된 태학사를 배경으로 삼국시대의 과학기술과 문화. 풍속사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 전개는 신선했지만, 인물간의 갈등 구조와 권력 투쟁에 치중하는 일반 사극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는 낯설게 다가오며 초반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사실 이것은 이병훈식 사극의 특징이기도 하다. <허준>, <대장금>등을 통해 권력 투쟁 위주의 정치 사극을 배제하고, 선조들의 생활사 속에서 드러나는 휴머니즘과 장인정신의 구현을 예찬하는 것이 이병훈 사극만의 스타일이다. 대개 주인공은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이상주의자'이며, 탁월한 재능보다는 꾸준한 노력과 반복되는 시련을 극복하며 성장하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그러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처음부터 정치적 인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서동의 극적 구성과 이병훈식 사극의 개성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드라마는 중반으로 접어들며, 서동과 선화공주의 운명적인 사랑을 다룬 멜로드라마, 후반부에는 왕위계승과 출생의 비밀을 둘러싼 부여선(김영호)과 서동의 권력투쟁이 주류를 이루게 된다. 이야기의 템포가 빨라지고 갈등 구조가 분명해지며 극적 매력은 회복했지만, 상대적으로 이병훈식 사극만의 개성은 다소 희미해져버려 아쉬움이 남았다.

방영기간이 길어지고 제작진의 피로가 심해지며 드라마 중반 악재가 잇달았던 것도 극의 활력을 저해했던 요인이었다. 실제로 허영란과 류진 같은 배우들은 촬영 중 큰 부상을 당하기도 했고, 후반 들어 오랫동안 미뤄왔던 갈등 구도의 해소를 막판에 한꺼번에 소화해내느라 호흡이 가빠지기도 했다. 촉박한 촬영일정으로 극 후반에는 한눈에 봐도 배우들의 모습에서 피로한 기색이 역력할 만큼 몰입도가 떨어졌던 것도 다소 아쉬움을 준다.

하지만 <서동요>는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오늘날 시대극이 '안방극장의 블록버스터'로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만하다. 천편일률적인 가족드라마, 혹은 불륜과 신파, 신데렐라 일색의 멜로드라마들에 식상한 시청자들에게 '복합 장르'를 내세운 퓨전 사극의 매력으로 사랑받았던 <서동요>는, 시대극 열풍이 불어 닥치고 있는 2006 안방극장에서 가장먼저 찾아왔던 '웰메이드 사극'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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