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 정보기술 안내책자에 있는 터널 내 전기집진기 구성도.
현지 실사 참가자들은 제작 현장을 눈으로 직접 보기는커녕, 전기집진기 자재를 구입했다는 문서조차 못보고 돌아왔다. 당시 실사에 참가한 관계자는 "전기집진기가 완성돼 성능시험을 하는 줄 알고 갔는데, 제작이 안돼 있어 성능시험을 못했다"고 털어놨다. 로얄정보기술은 "감리단에서 (외국 공급사) 승인이 늦게 떨어져 제작이 안 되고 있었다"고 뒤늦게 해명했다.
하지만 실사에 참가한 감리단 관계자는 "(KGD를) 가서 보니 5평 남짓한 사무실에 사장 혼자서 근무하는 '원맨컴퍼니(OneMan-Company)'였다"고 말했다. 감리단의 공급사 승인과는 상관없이, KGD가 수십억원에 달하는 전기집진기를 생산할 능력이 없는 일종의 '유령회사'처럼 보였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로얄정보기술 여주공장에서 전기집진기를 제작하고 있는 현장이 포착되면서 '국산→수입품' 둔갑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이 업체 공장에서 목격된 제작물은 전기집진기의 핵심 부품인 '셀(CELL)'. 먼지를 빨아들여 정화시키는 장비다. 지난 2월 이 공장을 방문한 한 관계자는 "미완성의 셀 장비와 재료가 되는 알루미늄판이 공장에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고 증언했다.
감리단은 파산 업체 기술을 내세워 공사권을 따낸 점, 허술한 외국 공급사, 국내 여주공장에서의 전기집진기 핵심 부품 제작 등 세 가지를 의혹을 들어 로얄정보기술이 해외 기술과 실적을 앞세워 공사를 따낸 뒤, 국내에서 '짝퉁' 제품을 제작해 납품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업체는 지난 2005년 6월 완공된 경주터널(건천IC-현곡)에도 국산 제품을 사용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20억원 규모의 경주터널 전기집진기 공사는 이 업체가 CTA로부터 62개의 셀 부품을 수입해 납품했다.
물론 로얄정보기술은 모든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다. 정종승 대표는 "전기집진기는 모두 적법한 절차를 거쳐 수입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여주공장에서 만들어진 셀 부품은 기술의 국산화를 위해 시제품으로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정 대표는 경주터널에 들어간 셀 부품이 모두 노르웨이에서 생산된 것이라며 '수입신고필증'을 근거로 내밀었다. '수입신고필증'에는 2005년 6월 27일 모두 62개의 셀 부품이 홍콩을 거쳐 부산항으로 수입된 것으로 나와 있다.
"수입품 속이려 반출 후 반입"- "경쟁업체 음해"
하지만 감리단은 '수입신고필증'이 오히려 전기집진기가 국내에서 생산된 증거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주터널에 설치된 셀의 전체 개수는 62개, 하나당 무게는 82kg이다. 따라서 수입 당시 중량은 모두 5톤 정도 된다. 그러나 정 대표가 증거로 내민 수입신고필증에는 당시 수입된 셀 부품의 총중량이 2.5톤으로 기록돼 있다. 수입품 무게가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수락산터널 감리단의 한 관계자는 "로얄정보기술이 국내 여주공장에서 생산한 셀 제품을 노르웨이산으로 속이기 위해 절반 정도를 해외에 반출했다가 재수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 업체는 수락산터널 구간에 이어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터널 공사에서도 전기집진기를 납품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패산터널 구간은 경주터널(20억원), 수락산터널(25억원) 보다 훨씬 액수가 큰 100억원 규모의 공사다.
로얄정보기술 정 대표는 "경쟁업체들이 우리 회사의 입찰을 방해하기 위해 노르웨이산 제품을 국내에서 만들었다며 음해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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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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