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먹으면 좋은 힘 솟는 보양음식들

[맛대맛⑤] 꿩전복전골 VS 염소전골

등록 2006.03.28 09:11수정 2006.05.0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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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따뜻해지고 봄이 오면서 벌써 몸이 나른해진다. 점심을 먹고 나면 바로 잠이 온다. 지난 겨울, 몸보신에 소홀히 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여름이 오면 아예 퍼져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음식의 힘을 빌리자. ‘밥이 보약 이다’라는 말처럼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가 이 나른함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꿩전복전골’과 ‘염소전골’ 을 소개한다.


코를 석자로 만들어 버린 꿩전복전골

a 꿩, 전복 그리고 각종 야채가 어우려져 진정한 전골을 만들어 낸다.

꿩, 전복 그리고 각종 야채가 어우려져 진정한 전골을 만들어 낸다. ⓒ 전득렬

‘꿩전복전골’을 기다리는 동안 내 코는 석자가 되었다. 전골이라는 게 어떤 음식인가? 각종 양념이 골고루 들어가 보글보글 끓여서 나오는 음식 아닌가? 그 매운 향과 양념 맛들이 꽤 먼 주방에서 흘러나와 어느새 무감각했던 내 코를 자극하고 있는 게 아닌가.

정말 빨리 먹어 보고 싶었다. 음식이 나온 후 사진을 찍어야 하는 시간은 정말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대충 사진을 찍을 수도 없는 노릇. 수없이 셔터를 누른 후에야 ‘꿩전복전골’을 ‘앞접시’에 담을 수 있었다.

기왕 먹을 바에 많이 담았다. 그리고 골고루 담았다. 푸른 바다 향 가득한 전복과 꿩고기 그리고 표고, 새송이, 팽이, 싸리버섯까지 싹 담았다. 그러나 앞접시의 크기가 작아서 15가지나 되는 신선한 재료를 다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얼른, 국물을 한 숟갈 떠먹었다. '아-, 국물만 있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물에 밥을, 아니 밥을 떠 국물에 적셔 먹으니 지금까지 퍼 놓은 각종 버섯류와 전복과 꿩고기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대로 밥과 국물만 먹어도 내 입은 이태백이 부럽지 않은 호사를 누리는 것이리라.


실타래 풀어지듯 입안에서 풀어지다

a 실타래처럼 풀어지는 꿩고기, 미각을 휘감아 돌며 녹는다.

실타래처럼 풀어지는 꿩고기, 미각을 휘감아 돌며 녹는다. ⓒ 전득렬

꿩고기는 특별했다. 어찌 고기가 실타래가 풀어지듯 툴툴툴 풀린단 말인가. 젓가락으로 고기를 찢어보니 그야 말로 굵은 명주실처럼 하나둘씩 풀어지는 게 아닌가. 명주실 같은 이 고기를 하나로 엮으면 웬만한 짚신 한 짝은 만들 수 있을 듯싶었다.


부드러웠다. 명주실을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 없어진다고 생각해보자. 질길 것이라 생각했던 꿩고기는 의외의 해답을 주었다. 꿩고기는 다른 육류와는 달리 그 조직이 가늘고 연하며 지방질이 적은 것이 특징이었다.

여덟 가지의 필수아미노산을 가지고 있으며 콜레스테롤을 억제시키는 작용을 하는 오메가3 지방산을 함유하고 있다. 그러니 몸의 원기를 북돋워줄 수밖에. 우리 몸의 세포를 윤택하게 해주고 피부노화를 방지하는 데도 좋다고 한다. 당본초에는 여러 가지의 ‘종기’를 치유한다고 적혀 있을 정도다.

토속음식의 미학, 불로장생의 전설

a 바다 향을 품은 전골, 꿩과 만나 그 맛이 더욱 빛난다.

바다 향을 품은 전골, 꿩과 만나 그 맛이 더욱 빛난다. ⓒ 전득렬

전복은 쫄깃했다. 때로는 젤리를 먹을 때처럼 부드러운 느낌으로 녹아들었다. 진시황제가 선택한 불로장생음식의 하나가 전복일 만큼 그 값어치나 진가는 전골 속에 깊숙이 녹아 있었다. 꿩요리의 진한 맛을 상생시켜주는 역할을 하며 남모르게 그 맛과 가치를 빛나게 하는 것이 전복의 역할이었다.

꿩전복전골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경북 구미 광평동의 토속음식 전문점 ‘산노을’ 임미자 대표는 선재스님의 사찰음식과 황혜선 선생님에게 요리를 배웠다고 한다. 10년 넘게 우리 고유의 깊고 그윽한 음식 맛을 만들어낸 정평이 난 곳이다.

전통 가옥을 그대로 음식점으로 만들었고 음식의 밑반찬도 ‘토속’을 고집한다. 우거지나물볶음, 우엉김치, 무말랭이, 산나물, 가죽나물, 버섯모듬전, 산초열매로 만든 장아찌 등이 인상적인 곳이다.

허할 때 좋은 담백하고 깊은 맛, 염소전골

a 염소전골의 염소고기를 양념초장에 살짝 찍어먹는다.

염소전골의 염소고기를 양념초장에 살짝 찍어먹는다. ⓒ 전득렬

누가 염소고기가 냄새나는 음식이라고 했던가. 음식 맛에 민감한 여성단골이 더 많이 찾는 구미 사곡의 보양음식 전문점 ‘일송정(대표 박순옥)’. 복날에는 삼계탕이 무색할 정도로 관광버스가 줄을 서는 염소요리의 명소다.

한방에서 염소고기는 온양성 음식으로 분류해 노인이나 허약한 사람들이 몸이 허할 때 먹으면 온 몸이 따뜻해지고 원기를 회복하는 효능이 있다고 전한다. 염소고기에 곁들여지는 깻잎은 칼륨 칼슘 철분 등의 무기질 성분이 함유 되어 있는 알칼리성 식품이라 염소요리와는 최상의 궁합을 이룬다.

다진 마늘과 빨간 고춧가루를 버무려 만든 양념들 속으로 쑥갓, 미나리, 팽이버섯, 부추 등이 춤을 춘다. 일단 깊게 끓어야 제 맛을 낸다는 주인장의 말에 이 또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염소고기를 뒤덮은 깻잎과 미나리 등 각종 야채들이 끓으면서 숨을 죽인다.

뒷심 좋은 향기, 염소전골 맛을 두 배로

a 염소고기는 쇠고기 사태를 먹는 듯 부드러움이 특징이다.

염소고기는 쇠고기 사태를 먹는 듯 부드러움이 특징이다. ⓒ 전득렬

염소전골은 몸에 좋다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쇠고기 사태를 먹는 듯한 부드러움이 마치 먹자마자 온 몸으로 흡수 되어 근육이 불룩 불룩 솟아오르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미나리의 향긋함이 뒷심 좋게 끝까지 입안에 남아서 향기로움을 더했고, 쑥갓과 부추는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입안으로 빨려 들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몸에 좋은 것은 다 들어 있으니 먹는 그 자체가 바로 힘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a 전골을 다 먹은 후 졸인 국물에 볶은 밥맛도 일품이다.

전골을 다 먹은 후 졸인 국물에 볶은 밥맛도 일품이다. ⓒ 전득렬

염소전골의 별미는 볶음밥. 전골을 다 먹고 난 후 졸인 국물에 김, 야채 등 을 잘게 송송 썰어 넣고, 거기다 각종 다대기를 넣어서 밥을 볶아 준다. 이 맛을 한번 본 사람은 배불러 숟가락을 놓았다가도 다시 숟가락을 들게 만든다. 그래서 ‘숟가락 들 힘조차 없는 사람도 염소고기를 먹으면 숟가락을 번쩍 든다’는 말이 유래 됐다는 후문이다.

염소 뼈를 푹 고아 만든 육수에 언뜻 쇠고기처럼 보이는 염소고기와 볶음밥은 입안에서 남아 나지 않는다. 점심시간에 먹었던 고기들이 그 밥들이 어찌나 힘이 좋던지 저녁시간이 훨씬 지난 밤 9시에도 뱃속에 남아 있어 배가 고플 겨를이 없었다.

이 봄날, 이 나른함을 한방에 날려 버리고 힘이 불끈 솟는 보양 음식들을 만나 보는 것도 봄을 맞는 식객들의 예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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