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록 수사, 현대차 후계자 정의선으로 불똥튀나

[분석] 현대차 확장 경영과 부의 대물림에도 '빨간 불'

등록 2006.03.27 19:58수정 2006.03.2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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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005 서울모터쇼'에 참석한 정의선 사장.
지난해 '2005 서울모터쇼'에 참석한 정의선 사장.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2001년 2월에 만들어진 회사가 있다. 그 해 매출은 1895억원이었다. 순이익은 65억. 4년이 지났다. 작년 이 회사의 매출은 무려 1조5408억원으로 늘었다. 엄청난 성장이다. 당기순이익도 799억원. 이 회사는 작년 말 주식시장에 상장됐다. 한 때 시가총액이 2조원을 훌쩍 넘기도 했다.

이는 글로비스라는 회사의 성장사다. 이 회사는 현대자동차의 운송사업 등을 독점하고 있다. 최대 주주는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이다. 이 회사는 정몽구-정의선으로 이어지는 현대차 승계구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회사로 알려져 있다.

이 곳이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수백억원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됐고, 검찰은 그 사용처를 캐고 있다. 현대차그룹 핵심관계자 10여명이 출국 금지됐고, 글로비스 사장은 27일 체포됐다.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다. 또 거대 금융게이트로 번지고 있는 김재록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대차의 무리한 계열사 확장과 함께 정씨 일가의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현대차 "검찰 의도 명확하게 몰라 답답한 지경"

지난 일요일(26일) 검찰의 기습적인(?) 압수수색을 당한 현대차는 27일 하루종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그룹 기획핵심 부서 쪽에선 각종 정보채널을 가동하면서 검찰 수사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와중에 이은주 글로비스 사장과 곽아무개 자금담당 팀장의 체포 소식이 전해졌다.

현대차 기획총괄본부 관계자는 "이 사장 등에 대한 신변을 이미 일요일에 확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검찰의 의도를 명확하게 알 수 없어 답답한 지경"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글로비스가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 가운데 수십억원이 김재록 전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에게 건네진 정황을 이미 파악했다. 현대차 그룹의 핵심관계자 10여명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도 이뤄졌다.

문제는 글로비스가 어떻게 비자금을 만들었느냐와 어디로 흘러갔느냐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 사장과 곽 팀장에 대해 비자금 사용처 등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비스는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활용했던 창구 역할"이라고 밝혔다.

글로비스의 경우 현대차 물류를 담당하면서 하청업체 쪽과 거래 관계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예를 들어 운송을 담당하는 업체를 상대로 운송량이나 거리, 요금 등을 실제보다 부풀려서 돈을 지급한 것처럼 장부에 적는 방법이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 업체에 대해 구체적인 확인을 거부하면서 "현대차와 관련있는 하청업체 정도"라고 밝혔다.

주목받는 현대차 '부의 대물림'... 6년새 계열사 8곳→40여곳

오마이뉴스 한은희
얼마나, 어디로 흘러갔느냐도 중요하다. 김씨 개인에게 수십억원대의 돈이 흘러갔고 글로비스의 규모와 자금 흐름상 수백억원대의 자금이 조성됐다는 정황은 나오고 있다.

글로비스가 현대차 그룹 경영의 핵심 계열사인 점과 비자금의 창구 역할을 했던 점 등을 볼때 비자금의 용처는 그룹 핵심 경영 사안과 맞물려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와 관련해 최근 수년동안의 현대자동차의 확장 경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 그룹은 지난 2000년 8개였던 부품공장과 계열사를 40여개로 늘려나갔다. 자동차 부품 주력계열사였던 현대모비스와 오토넷, 파워텍을 통해 다른 부품업체들을 사들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라는 특수한 사업 성격상 나뉘어져 있는 부품업체들을 통폐합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올릴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부에선 이같은 인수합병이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재연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도 이번 수사를 통해 현대차의 확장경영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씨가 어떤 식으로 개입했는지, 정부 등을 상대로 금품 로비를 벌였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고 있다.

정의선 사장 경영권 승계도 차질빚을 듯

오마이뉴스 한은희
현대차의 확장경영과 함께 정의선 사장으로의 경영권 대물림 과정도 관심거리다. 검찰은 지난 25일 "현재로서는 현대차 경영권 승계과정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현재로선'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사안에 따라선 경영권 승계과정에서의 편법 또는 불법적인 요소도 볼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이었던 글로비스, 현대오토넷 등은 정의선 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곳이다. 또 이들 업체들은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정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발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 그룹의 계열사 확장 과정에서 글로비스를 비롯해 오토넷, 엠코(현대차 건설계열사) 등이 동원됐다. 또 글로비스의 경우 지난해 말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대주주인 정의선 사장과 정몽구 회장은 1조원 대의 평가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시장 감시 밖에 있는 비상장회사를 밀어주고 상장하거나 합병으로 주요 계열사 지분을 취득하게 하는 것도 편법 상속"이라고 지적했다.

재계에선 벌써부터 현대차의 경영권 승계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A그룹의 한 임원은 "글로비스와 오토넷, 엠코 등은 현대차 경영권 승계의 핵심 계열사들"이라며 "이들 회사들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의선 사장으로의 승계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검찰의 비자금 수사 결과에 따라서 그룹 최고위층의 검찰 소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부에서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나 정의선 기아차 사장 등의 이름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올 정도다.

물론 검찰에선 "오늘 벼를 수확했는데 밥을 내놓으라는 것"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비자금과 연루된 것으로 파악될 경우 그룹 고위층이든 정치인이든 불러서 조사한다는 입장은 분명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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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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