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05 서울모터쇼'에 참석한 정의선 사장.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2001년 2월에 만들어진 회사가 있다. 그 해 매출은 1895억원이었다. 순이익은 65억. 4년이 지났다. 작년 이 회사의 매출은 무려 1조5408억원으로 늘었다. 엄청난 성장이다. 당기순이익도 799억원. 이 회사는 작년 말 주식시장에 상장됐다. 한 때 시가총액이 2조원을 훌쩍 넘기도 했다.
이는 글로비스라는 회사의 성장사다. 이 회사는 현대자동차의 운송사업 등을 독점하고 있다. 최대 주주는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이다. 이 회사는 정몽구-정의선으로 이어지는 현대차 승계구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회사로 알려져 있다.
이 곳이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수백억원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됐고, 검찰은 그 사용처를 캐고 있다. 현대차그룹 핵심관계자 10여명이 출국 금지됐고, 글로비스 사장은 27일 체포됐다.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다. 또 거대 금융게이트로 번지고 있는 김재록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대차의 무리한 계열사 확장과 함께 정씨 일가의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현대차 "검찰 의도 명확하게 몰라 답답한 지경"
지난 일요일(26일) 검찰의 기습적인(?) 압수수색을 당한 현대차는 27일 하루종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그룹 기획핵심 부서 쪽에선 각종 정보채널을 가동하면서 검찰 수사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와중에 이은주 글로비스 사장과 곽아무개 자금담당 팀장의 체포 소식이 전해졌다.
현대차 기획총괄본부 관계자는 "이 사장 등에 대한 신변을 이미 일요일에 확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검찰의 의도를 명확하게 알 수 없어 답답한 지경"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글로비스가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 가운데 수십억원이 김재록 전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에게 건네진 정황을 이미 파악했다. 현대차 그룹의 핵심관계자 10여명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도 이뤄졌다.
문제는 글로비스가 어떻게 비자금을 만들었느냐와 어디로 흘러갔느냐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 사장과 곽 팀장에 대해 비자금 사용처 등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비스는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활용했던 창구 역할"이라고 밝혔다.
글로비스의 경우 현대차 물류를 담당하면서 하청업체 쪽과 거래 관계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예를 들어 운송을 담당하는 업체를 상대로 운송량이나 거리, 요금 등을 실제보다 부풀려서 돈을 지급한 것처럼 장부에 적는 방법이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 업체에 대해 구체적인 확인을 거부하면서 "현대차와 관련있는 하청업체 정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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