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버려야 할 남자들, 총 집합?

[서평] 서은규의 <그 남자를 차 버려라>

등록 2006.03.28 17:06수정 2006.03.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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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젊은 날의 많은 시간 중, 나는 물론이고 내 주변 사람 중 소위 공식적으로 '연애'라는 것을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어쩌다 한사람 '연애 중'이라는 친구를 만나면 부럽다기보다 자유를 차압당한 듯해 보여 홀가분한 나 자신에 새삼 만족하곤 했다.

다들 운명의 그 사람은 도대체 어디에 있나 땅을 치긴 했어도 나름대로 희망은 있었다. 때 되면 나타나겠지. 내가 내 길을 열심히 가다 보면 어느새 그의 길과 내 길은 만나게 되어 우린 강물이 되어 흐르리라. 물론 지나고 보니 그 꿈은 말짱 '황'이었고 운명의 그 사람을 만나는데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튼 얼추 불혹인 우리 때는 그러했으나 요즘은 사뭇 다른 듯했다. 젊은 후배 하나는 연인이 없는 것을 한때 몹시 쓸쓸해 했다.

"연인이 중요한 게 아니라 네 삶의 굳건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아? 공식적인 연인이 없다 해도 짝사랑 상대를 여럿 두고 저울질해 보는 것도 재밌잖아."
"내 친구 다섯 중 나만 애인이 없는디?"
"물론 그렇다면 좀 울적해 질 수도 있겠지만 알고 보면 연애 하나도 부러워할 것 없다. 그녀들은 나름대로 연애란 것을 하면서 남성을 탐구한다 하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 남자에 대한 탐구일 뿐이고, 연애가 길어지다 보면 탐구는 고사하고 길들 뿐이야. 한 남자에 길들다니 세상에 얼마나 많은 종류의 남자가 있는데."

"위로가 될 듯도 하지만 노인네들은 역시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몰라. '화이트 데이' 때 사탕 한 바구니 못 받고 지나치는 그 기분을 어찌 알겠어."
"물론 그 기분 모를 수도 있다만 한 남자를 알기 전에 어떤 종류의 남자들이 산재하는지 탐구해 보는 것이 우선 아닐까. 그런 다음 그 중 내 타입은 어떤 남자인가를 알아야 결정적인 순간에 낚시를 하지.(웃음)"

남자? 곳곳이 지뢰밭

젊은 날의 나는 실질적인 연애 대신 연애소설을 많이 읽었으며 그 단계가 지나자 소위 정신과 의사들이 쓴 남녀의 심리에 관한 책들을 눈에 띄는 대로 읽었다. <남자를 알아야 사랑이 자유롭다>. 두말하면 잔소리지. <여자는 모른다>. 정말 우리 여자들은 남자를 너무 몰라. 남자의 심리를 엿볼 수 있는 책들은 예나 지금이나 풍족하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


아무튼 남녀의 심리를 엿보는 과정에서 내가 느낀 것은 '연애'는 빛 좋은 개살구란 것이었다. 이 때문에 연애에 전부를 걸고 허덕이다 젊은 날의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아깝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그러한 결론도 과히 좋은 것은 아니었으나 짝사랑도 벅찬 사람들에겐 나름대로 위로가 되기도.

서은규씨의 <그 남자를 차 버려라>(예문당)는 내가 그동안 봐왔던 연애지침서 혹은 남녀 심리를 다룬 책들 중 가장 '솔직'하고도 '직설적'이며 '설득력' 있는 책이었다. 사례에 나온 여성들과 비슷한 연령 때 혹은 선배라 할 수 있는 저자기에 마치 친한 친구나 언니가 충고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는 말 그대로 '차 버려야 할 남자들'의 목록이 풍부한 사례들과 함께 빽빽하게 들어있다.

군대 간 남자: 지극하게 기다리면 제대한 그가 날 차고, 내가 차버리면 군 생활 내내 그가 운다. 왜 그럴까? 그러니 어떡해야 할까.

돈 안 쓰는 남자: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직장 생활하는 여자친구에게 빈대 붙어서 뜯어 먹을 대로 뜯어 먹으면서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다. 이런 남자에게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뜯겨야 하나. 저도 졸업하고 취직하면 보답해 주겠지? 천만에.

잠수 타는 남자: 너 없이는 못산다며 졸졸 따라다니던 남자가 있어, '그래 좋다, 사귀자' 허락하면 얼마 안 가 시들시들 이 핑계 저 핑계 대다가 결국 연락 두절? 아니 저 좋다고 할 때는 언제고 내 마음 다 흔들어 놓고 이제 와서 어쩌란 말인지.

이 책에 의하면 이런 남자들,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상대방 여자들은 이유를 모른 채 인내하며 기다리거나 눈물로 하 세월을 보내는데 저자는 그럴 필요 없는 이유를 직설적으로 설득력 있게 이야기해준다.

그런가 하면 절대 만남을 지속해서는 안 될 악질적인 남자들도 있었으니.

성실하지 못한 남자: 옛날 남자들에게 있어 구제불능 중독이라 하면 흔히 술과 도박이 주였으나 요즘은 그것 못지않게 '게임중독'도 한 몫을 하는 듯하다. 게임중독 자녀를 두었을 경우 전문가들은 우선 너무 몰아세우지 말고 자녀와 함께 게임을 해보며 대화를 하면서 차차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게임에 중독된 사람이 애인일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위의 방법으로 접근해볼 필요는 있겠으나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데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매달리는 것은 어리석다고 이 책은 말한다. 물론, 술 도박은 말할 필요도 없이 아웃이다.

폭력적인 남자: '모든 것을 떠나서, 두 번째 폭력에는 이별을 고하라.' 폭력적인 남자에 대한 서은규씨의 주문이다. 연인 사이에 폭력이라니. 나로선 금시초문이다. 게다가 분명 상습적 폭력임에도 폭력 후 손이 발이 되게 빌고 다정이 넘치는 것에 속아 계속 관계를 유지하는 여성들이 많다니 놀랄 노자로다.

약자를 향한 폭력은 '재발'하기 쉽고 그 정도가 '가중'되기 쉬우므로 성질난다고 '탁자를 세차게 내리치거나 팔목을 확 잡아당기는' 남자를 연인으로 두고 있는 여성이 있다면 그의 거친 모습에 빠져들지 말고 싹수가 노란 것임을 알아차려야 하리라.

이 밖에도 이 책에는 차버려야 할 남자들을 굴비처럼 엮어놓았다. 무뚝뚝한 남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무심한 남자', 효자라 착각하기 쉬운 '마마보이', 전 애인과 연락하는 남자, 성적으로 문제 있는 남자, 지극한 사랑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의처증' 등 사랑의 길에는 곳곳이 '지뢰밭'이었다.

그렇다고 아니 갈 수도 없고. 요는 극단적인 지뢰밭만 피하면 단점이 있더라도 서로 장점으로 감싸며 행복해 질 수 있을 터. 저자가 연애에 빠진 여성들이 지뢰인가 아닌가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을 사례들을 통해 손쉽게 예시해 주므로 이 책을 읽고 나면 아하! 하고 '지뢰성' 남자를 저절로 '콕' 짚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깔끔하게 헤어지는 법'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놓았는데 간단했다. 구구 절절 설명하지 말고 간단하게 '우리 이제 헤어지자' 단 한 줄만 얘기하라고. 상대가 그래도 뭔가 아쉬워한다면 경우에 따라 '이제까지 당신을 사랑했던 마음은 진심이야.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정도의 서비스를 보태라고.

물론 이 책을 다 읽고 난 남성들은 차버릴 남자들만 예시해주고 차버릴 여자에 대한 정보가 없음에 답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저자의 다음 숙제가 아닐까 싶다.

그 남자를 차버려라

서은규 지음,
예문당,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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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라는 말이 좋습니다. 이 순간 그 순간 어느 순간 혹은 매 순간 순간들.... 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그런 순간을 살고 싶습니다. # 저서 <당신이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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