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검찰에 의해 구속되는 김재록씨.연합뉴스 김상희
김재록(사진)씨의 정관계 로비의혹을 파고든 검찰의 수사가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2일 김씨를 전격적으로 체포한 뒤 이틀 뒤인 24일 김씨에 대한 구속이 집행됐다. 다시 이틀 뒤, 휴일인 26일에는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을 압수수색했고, 글로비스 이주은 사장 체포, 임직원 출국금지까지 이어졌다.
대형 금융게이트로 번지고 있는 '김재록 게이트'를 두고 재계를 비롯해 금융권, 정치권 등에서 온갖 말들이 무성하다.
"왜 지금 이 때 현대차인가" 하는 질문부터 비자금 규모와 용처를 둘러싼 해석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급성장한 현대차 그룹의 문어발식 경영 확장과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전현직 경제 고위인사들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김재록 게이트의 실체와 의혹을 10가지로 정리해 봤다.
1. '금융브로커' '인수합병의 달인'... 김재록은 누구인가
김재록씨에게는 '금융브로커', '기업인수합병의 달인' 등 여러 별명이 있다. 원래 직업은 중국과 러시아 지역을 전공으로 하는 경영 컨설턴트. 그러다가 89년 우연히 이한동 한나라당 의원을 만나 정치권과 연을 맺었다. 97년 신한국당 경선 때 이 의원의 언론 및 정책담당 특별보좌역을 맡았다.
이후 기아경제연구소 홍보기획담당 이사 등 일을 하다가 97년 대선 직전에 김대중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전략기획특보로 전격 발탁돼 활약했다. 97년말 미국계 컨설팅업체인 아더앤더슨 한국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다음 국민의정부에서 각종 기업금융 구조조정에 간여하기 시작했다. 대우증권을 비롯해 대우자동차, 쌍용차, 하이닉스 반도체 실사 계약 등에 개입했다.
2002년에 미국 엔론 사태로 아더앤더슨 본사가 파산하자 한국지사도 문을 닫게 된다. 김씨는 이 멤버들을 모아 인베스투스글로벌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이 회사는 후에 대우상용차, 진로 외자유치 등 굵직한 사업의 자문사로 참여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정부 고위관료와 재계, 금융계 인사들과의 관계도 돈독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왜 하필 현대차?... 혹시 코드수사?
여러 관측이 나돌고 있다. 기업 쪽에서 나오는 것중 하나가 이른바 정권에 밉보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부에선 이를 두고 '코드수사론'이라고 했다.
여기엔 현대차가 그동안 국가경제 운영 기조에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중소기업과의 상생경영을 강조해온 정부 입장과 반대로 현대차가 협력회사에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해온 점이 지적된다. 또 국내투자보단 미국 등지에 공장을 짓는 등 해외투자에 적극적이었던 점도 마찬가지다.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사장으로의 편법적 경영승계에 대한 시민단체의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펄쩍 뛴다. 28일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시중에 여러 가지 불필요한 의혹과 설이 있는 것 같다"면서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쪽도 마찬가지다. 현대차 쪽에서도 기업 경영 판단과 검찰 수사를 연결짓는 것에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3. 김재록씨와 현대차의 인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