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을 입은 초정약수를 아십니까?

세종대왕이 눈병 고친 약수...톡 쏘는 맛 일품

등록 2006.03.29 09:39수정 2006.04.09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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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여러 곳에서 약수가 나옵니다. 사람들은 흔히, 지하에서 나오는 깨끗한 물을 약수라 이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 제가 이야기하려는 약수(藥水)는 일반 지하수와는 맛이 전혀 다른, 특별한 지하수를 의미합니다.

a 약수터 옆, 조형물 공원에 설치된 '약수터의 여인상'

약수터 옆, 조형물 공원에 설치된 '약수터의 여인상' ⓒ 김청구

산으로 이름 높은 강원도에는, 인제와 양양 사이 국도변에 '오색약수'가 있고, 충청북도 청원군 내수면에는 '초정약수'가 있으며, 역시 청원군 부용면에 '부강약수'가 있습니다. 필자는 지난 27일, 청원군 내수면에 있는 초정(椒井)약수에 다녀왔습니다.


이 광천수(鑛泉水)에 '초정'이란 이름이 붙은 이유는 그 물맛이 산에 흔히 있는 '산초나무' 잎이나 열매에서 풍기는 향처럼 '톡 쏘는 맛'이 있기 때문입니다. 초정(椒井)의 초(椒)는, 산초나무 '초'자입니다. 초정약수의 명성을 성인들은 들어서 대개 다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 초정약수는 우리 민족에게 크나큰 은혜를 베푸신 세종대왕의 성은(聖恩)(?)을 입은, 유서 깊은 약수입니다.

a 세종대왕 앞의 신하들 상(償)

세종대왕 앞의 신하들 상(償) ⓒ 김청구

국민 모두가 다 아시는 이야기지만, 대왕께서는 '우리나라 말은 중국말과 달라, 중국의 한자로는 백성들이 서로 뜻을 통할 수 없는 까닭'으로, 신하들의 도움을 받아 한글을 만드셨습니다.

훈민정음(한글)을 만들어 이 글을 갈고 다듬던 때인 1444년, 세종대왕은 눈병이 났다고 합니다. 대궐에서 어의(御醫)의 치료를 많이 받으셨겠지만, 잘 낫지 않아 근심이 크던 차에, 충청도 청주 근교(현, 청원군 내수면 초정리)에 안질에 좋은 약수가 있다는 말을 들으시고 이곳에 거둥(擧動)하셨다 합니다.

약수터 옆 공원 안내문에 따르면 1444년, 대왕은 이곳에 행재소(行在所. 전란이나 질병 등을 피하려고 왕이 궁궐을 떠나 임시 거처하던 곳)를 차리고, 그해 3월 2일부터 60일간 이곳 초정약수를 이용해 눈병을 치료하셨다고 합니다.

대왕께서, 이 약수로 눈병을 치료하기 위해 대궐을 떠나실 때, 여러 가지 나랏일 결재권을 그 아드님(문종)에게 넘겼지만, 한글 창제에 관련된 일은 이 행재소에까지 가지고 내려와 연구를 계속하셨다는 말이 있습니다.


대왕께서는 훈민정음(한글)을 다 만들고(1443년), 그 후 3년간 용비어천가 등을 지어 글의 실용성을 알아본 뒤, 이를 백성들에게 반포하셨는데(1446년), 눈병이 난 때는 한글 창제가 다 이루어진 다음 해인 1444년이었습니다. 대왕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심히 크고 어질지 않았다면, 한글 관련 문서를 초정에까지 가지고 오시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 초정약수는 광천수로서, 미국의 샤스터 약수, 영국의 나포리나스 약수와 함께 '세계 3대 광천수' 중의 하나라 하며, 이 물은 미국의 식약청(FDA)에서도 좋은 광천수라는 인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안내문을 읽고나서 물을 한 컵 마셔보니, 그 짜릿함이 단맛을 빼낸 사이다맛과 다를 게 없었습니다.


a 한가한 시골동네지만, 약수터 주변엔 목욕탕, 숙박업소 등이 여럿 있음

한가한 시골동네지만, 약수터 주변엔 목욕탕, 숙박업소 등이 여럿 있음 ⓒ 김청구

<동국여지승람>이나 이수광의 <지봉유설>에도 나온 이 초정약수는 '피부병 치료에 좋다'는 유명세를 타서, 약수터 인근에는 시골인데도 '목욕탕ㆍ숙박업소'들이 여럿 있고, 이름을 대면 금방 알 수 있는 이름 있는 사이다 제조회사 간판도 보였습니다.

초정약수에서 하루에 물이 나오는 양은 약 8,500리터인데, 이 물의 성분은 탄산칼슘, 나트륨, 중탄산칼륨, 마그네슘, 구리, 철, 망간…등이라고 합니다.

a 한 주민이 고무관에서 나오는 약수를 받고 있다

한 주민이 고무관에서 나오는 약수를 받고 있다 ⓒ 김청구

관광객들이 이 약수를 받아갈 수 있는 시설도 2곳 있는데, 아쉽게도 한 곳은 유료였습니다. 멀리서 찾아오는 관광객을 위하여, 약수 받는 수도시설을 위생적으로 더 현대화하고, 수도꼭지 수량도 더 여러 개 설치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한편, 이 초정이 유명해진 원인은 물 자체에도 있지만, 세종대왕께서 '행재소'를 차리고, 이 물을 이용해 눈병을 치료하셨다는 성은(?) 때문이기도 하니, 역사적 고증을 통하여 대왕의 행재소를 복원하면, 관광객의 견문과 군민의 관광수입에 도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 중부고속도로 '증평 나들목' → (동쪽으로 진행)내수읍 → 초정삼거리(현장)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 중부고속도로 '증평 나들목' → (동쪽으로 진행)내수읍 → 초정삼거리(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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