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들방 아궁이에 장작불을 때면 불길이 이글이글 타오른다이승숙
구들방에서 자글자글 지지고
우리는 시골 농가를 사 조금 고쳐 살고 있다. 본래 우리가 샀을 당시엔 방마다 구들이 다 놓여 있었지만 우리는 구들의 장점을 그때만 해도 잘 몰라서 구들장을 뜯어내고 보일러를 깔고 말았다. 그리고 나무와 기름을 같이 땔 수 있는 보일러를 놓았다.
위채 방 하나는 구들을 그냥 살려놓았는데 겨울만 되면 우리 부부는 그 방에서 지낸다. 장작 몇 개만 때면 하루종일 잘잘 끓는 방에서 지낼 수 있으니 연료 효율적인 면으로 봐서는 구들방만한 방이 없는 거 같다.
그에 비해서 나무와 기름을 혼용해서 때는 화목보일러는 나무를 엄청 많이 먹는 하마다. 그리고 시간 맞춰서 나무를 때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래도 기름값이 하도 비싸서 지난 겨울에는 나무만 땠는데, 그래서 연료비를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작은 거에 별로 연연해 하지 않는 남편인데 기름만은 아낀다. 보일러 등유 한 드럼에 보통 17만 원이 넘으니 기름값이 사실 겁나기는 겁난다. 한겨울에 기름만으로 보일러를 돌린다면 우리 집 같은 경우엔 아래 위채 합해서 한 달에 4드럼으로도 모자랄 정도다. 그러니 기름을 아끼지 않을래야 안 아낄 수 없는 거다.
한겨울에는 타이머로 맞춰놓고 4시간마다 보일러가 돌아가도록 해놓았다. 날이 좀 풀리자 남편은 실내온도에 맞춰서 '지정온도'가 되어야지만 보일러가 돌아가도록 해놓았다. 그런데 문제는 온도를 낮게 맞추는 데 있다. 낮에는 괜찮지만 저녁이 되면 좀 추운 듯하여 나는 곧잘 타이머로 바꿔버리곤 한다.
여보, 돈 날아간다!
보일러가 윙하고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면 남편은 긴장한다.
"여보, 보일라 좀 낮춰 또 돌아가잖아."
"아유 여보, 내가 일부러 타이머로 해놨어. 밤엔 좀 뜨뜻하게 지내야지."
"응, 그래도 너무 돌아간다. 기름이 우리나라에서 나왔으마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