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돌을 본 적이 있나요?

마음을 주면 다가오는 고인돌

등록 2006.03.31 15:52수정 2006.03.3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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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을 본 적이 있나요?

고인돌을 본 적이 있으세요? 남방식, 북방식 고인돌, 또는 지석묘란 이름만 학교 다닐 때 배웠지 실제로 고인돌을 본 사람은 드물 거란 생각이 듭니다.


고인돌은 유라시아 대륙에 걸쳐서 두루 볼 수 있는데 유럽 전역에 수천 기, 중국과 일본에 각 수백 기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한반도 전역에 걸쳐서 3만여 기가 분포되어 있다 하니 우리나라는 '고인돌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인류 태초의 문명은 강 근처에서 발현했습니다. 그리고 강과 바다를 통해서 널리 전파되었습니다. 바다는 '문명의 고속도로'라고도 볼 수 있겠지요. 유라시아 전역에 걸쳐서 보이는 고인돌 문화는 난류를 타고 우리나라까지 전파가 된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강화도에서는 현재까지 140여 기의 고인돌이 발견되었답니다. 그 중에서도 특출한 고인돌은 역시 하점면 부근리에 있는 고인돌입니다. 높이 2.6m, 길이 7.1m, 무게가 무려 50t이나 되는 덮개돌은 보는 사람에게 위압감을 느끼게 합니다.

고인돌의 제왕 부근리 고인돌입니다
고인돌의 제왕 부근리 고인돌입니다이승숙
고인돌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대개 다음과 같은 물음을 던집니다. 기원전 2~3천 년 전에 어떻게 저런 엄청난 역사를 벌일 수 있었는가 의아해 합니다. 기계도 없던 옛날에 저렇게 큰 돌을 어떻게 잘랐으며 자른 돌을 산에서 평지까지 운반해 온 과정도 역시 궁금합니다. 밑에 굄돌을 세우고 다시 그 위에 거대한 덮개돌을 올려놓은 것도 참 신기해 보입니다. 사람의 힘으로 했다고 보기에는 너무 대단합니다. 그것도 몇 천 년 전에 말입니다.

고인돌을 만드는 과정


고인돌을 만드는 과정은 대개 이러하리라 여겨집니다. 자연적으로 생긴 바위틈이나 아니면 바위에 구멍을 파고 그 사이에 나무 말뚝을 박습니다. 그 말뚝에 물을 부어서 나무가 불게 만듭니다. 시간이 지나면 말뚝이 팽창하면서 바위가 갈라진다고 합니다.

그러면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서 돌을 운반해 옵니다. 통나무를 밑에 깔고 줄을 엮어서 밀고 당기면서 운반해 왔으리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땅을 파고 두 개의 굄돌을 묻고 흙을 덮어서 비스듬하게 만듭니다. 그리고는 덮개돌을 끌어다 얹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합니다.


부근리 고인돌의 덮개돌 무게는 50t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 큰 돌덩어리를 운반하여 굄돌 위에 얹기 위해서는 장정 500여 명이 동원되었을 거라고 추정합니다. 딸린 가족까지 합치면 2500여 명의 사람을 동원할 수 있는 지배층이 존재하였다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현재의 강화도는 하나의 큰 섬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간척 사업이 벌어지기 전에는 5개의 조각 섬으로 이루어져 있었답니다. 고려 시대 때부터 바다를 메우기 시작해서 가장 최근으로는 영·정조 시대에 선두리 앞 바다를 메웠는데 강화의 너른 들판은 바다를 메워서 얻은 거지요. 고인돌이 많이 보이는 하점면 쪽도 옛날에는 작은 섬에 불과했는데 그 정도의 세력을 지닌 부족이 있었다니 지금의 계산으로는 어림잡기에도 힘이 듭니다.

그때도 사람이 살았겠지요

그동안 고인돌은 부족장의 무덤이라고 알려졌지만 최근의 연구 결과로는 마을의 공동묘지 같은 역할을 했으리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또는 제례의식을 행했던 곳이었을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부족민이 모두 모여 고인돌 위에 제물을 얹고 제례의식을 행하는 모습을 한 번 그려보세요. 지금의 우리와는 다른 차림새를 하고 있겠지만 그때에도 사람이 살았던 거지요. 지금의 우리처럼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았겠지요. 어쩌면 생존의 당면과제 앞에서 그런 감정을 느낄 새도 없었을까요?

지나간 세월 동안 고인돌은 그냥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였을 테고 염소를 풀어놓고 키웠던 곳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가족이 처음 고인돌을 보러 왔던 90년대 중반쯤에는 실제로 염소 똥도 굴러다니고 있었고 굄돌 사이에 불 피운 흔적도 있더군요. 비가 오면 그 밑에서 비를 피했을 테고 추우면 불을 피워서 손을 쬐었을지도 모르죠.

밭 한가운데도 고인돌이 있습니다. 그 옆에 보이는 돌 무더기들도 다 고인돌입니다
밭 한가운데도 고인돌이 있습니다. 그 옆에 보이는 돌 무더기들도 다 고인돌입니다이승숙
부근리에 있는 고인돌 광장을 찾아가는 길목에는 또 다른 고인돌이 있습니다. 송해면 의용소방서 건물을 마주보는 길 밑의 밭 한가운데 고인돌은 있습니다. 밭 가운데 놓여 있어서 농사일에 방해가 될 거도 같습니다. 기계로 밭을 갈다가 고인돌 근처에 와서는 앞이 막혔습니다. 기계는 멈춰 섰을 테고 그리고 둘러서 갔겠지요. 돼지똥 거름이랑 비료도 고인돌에 걸쳐져서 쌓여 있었습니다.

지금 부근리 고인돌 광장은 한창 공사 중입니다. 널찍한 잔디광장에 여러 모형물들을 설치해서 볼거리를 많이 만들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인공이 가미되지 않은 자연 속의 고인돌을 만나고 싶다면 발품을 팔더라도 찾아다녀야 합니다. 그러면 커다란 바위를 깬 흔적도 볼 수 있고 돌을 끌고 오다가 놔둔 건지 누워 있는 돌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밭 한가운데나 논 귀퉁이에 고인돌이 널브러져 있기도 하답니다.

고인돌을 만나기에 특별히 좋은 계절이 따로 있진 않겠지만 그래도 농사가 다 끝난 가을에서 봄까지가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인돌 중에는 밭이나 논에 있는 것들도 있거든요. 농사 끝낸 빈 밭이나 논에 들어가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어서 그때가 가장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고인돌 광장에는 누런 흙먼지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 바람 속에 고인돌은 서 있었습니다. 저는 새삼스런 마음으로 고인돌을 바라보았습니다. 장엄하기까지 한 고인돌을 열심히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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