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신화, 신화 속의 나

[서평]신화로 읽는 영화, 영화로 읽는 신화

등록 2006.03.31 18:03수정 2006.03.3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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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미지 ⓒ 김도형

근래 들어 관객 1000만의 시대를 맞이한 한국영화는 그야말로 르네상스를 맞이한 느낌이다. 이에 발맞춰 영화비평도 덩달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아울러 영화를 비평하는 글들도 우리 주위에서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몇 천 원 안 되는 돈이면 우리는 그 많은 비평가들의 주옥같은 글들을 편의점에서 패스트푸드를 사먹는 것처럼 살 수 있다. 따라서 비평의 형태 또한 매우 다양하고 질적 수준도 천차만별인 것도 사실이다.


유재원 교수의 <신화로 읽는 영화, 영화로 읽는 신화>도 그 지평에 서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태생자체는 요즘 흔히 쓰는 비평들과는 좀 다르다. 그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이 좀 더 신화를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글을 쓰게 됐다고 한다.

그에 의하면 신화를 배우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법이 필요한데 첫째로 신화의 내용을 파악하고, 둘째로 신화의 각 이야기나 인물들이 어떻게 하나의 체계를 이루는지, 그 체계 안에서 어떤 가치나 의미를 가지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라고. 이른바 의미 분석 단계이다.

다음으로는 신화적 인물들과 사건들이 어떤 상징과 이미지를 가지느냐에 대한 연구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각 신화가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의미 작용을 하고 있는지 연구하는 것이다. 이 마지막 단계가 바로 유 교수가 영화를 신화의 세계로 끌어들인 이유이다. 영화는 현대 사회에서 친숙한 대중적 매체임과 동시에 영화의 내러티브와 이미지 속에는 알게 모르게 신화적 상징들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책을 한 장 한 장 읽어 내려가다 보면 우리가 어려서 보았던 친숙한 영화들부터 좀 어렵다하는 영화들, 명작으로 꼽혔던 영화들, 그리고 첨단의 최신영화들까지 소개하고 있다.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신화적 의미들을 하나하나 캐 가는 재미는 그 어두운 밀실에 갇혀서 볼 때는 전혀 알 수 없었던 일종의 의미적 영역 확장이다. 그렇다면 왜 오늘 같은 최첨단 시대에 신화가 필요할까? 그것은 바로 신화 속에는 선조들의 삶에 대한 성찰과 지혜가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사람들로 하여금 영화를 보면서 신화를 읽고, 신화를 읽으며 삶을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길라잡이 역할을 해줄 것이다. 이 책을 보지 않았으면 <와호장룡>을 보면서 구약성서의 하나님이 주신 소명에 응하지 않았던 '요나'와 그리스 신화의 '나르키소스'를 떠올릴 수 있었겠는가! 그 외에도 하나의 영화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신화들의 발자취는 정말 무궁무진함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작업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지적 능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고 영화를 볼 수 있다면 어렸을 적에 읽었던 그리스로마신화이야기의 한 토막이라도 떠올릴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 작업이 의미 있는 것은 그것을 통해 조금이지만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그 어디엔 가 있을, 안 보이는 그 의미를 억지로 캐내려고 몸부림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영화보기라고 할 필요는 없다. 복잡한 게 싫어서, “아 그 배우 무술 잘하데.” “역시 주인공은 오래 살아.” 하면서 단순히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보고 잊어버리는 사람들도 많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작게는 수십 억에서 수백 억 되는 제작비를 들여서 만든 이 문화적 덩어리들을 보면서 몇 천 원 안 되는 돈으로 우리 인생에 값진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난 이 성가신 작업을 적극 권장하고 싶다.

신화로 읽는 영화 영화로 읽는 신화

유재원 지음,
까치,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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