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에게 전단을 나누어주는 종비련 회원들.김범태
31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 건물 앞. 매서운 봄바람이 옷깃을 절로 여미게 하는 다소 쌀쌀한 날씨지만 인도에는 10여 명의 사람이 어깨띠를 두르고 나와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에게 열심히 전단을 나누어주고 있다. 이들은 종교인 탈세방지 범국민 서명운동에 나선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대표 이드, 이하 종비련) 회원들.
전날 조계사 앞 거리서명에 이어 서울시내에서 다섯 번째 서명운동에 나선 이들은 "대한민국은 평등사회인데 왜 소득세를 내는 부류가 있고, 그렇지 않은 부류가 있느냐"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회원들은 "월급쟁이는 100만 원을 벌어도 세금을 내는데, 연간 수억 원의 소득을 얻으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 분들이 바로 대한민국의 종교인"이라고 꼬집으며 "목사님과 스님, 기타 종교 성직자들도 이제는 종교와 종파를 초월해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의 이드 대표는 "우리나라 소득세 법률에는 종교인의 소득에 대한 면세 조항이 없는데도, 이들이 관행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봉사직이란 핑계로 성직을 빙자해 탈세를 일삼고 있는 종교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시민들이 이러한 운동을 계속 벌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서명운동에는 이날 오후 12시 현재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모두 35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아직 많은 수는 아니지만, 서명운동은 점차 확산하는 추세다.
특히 각 캠퍼스에서도 종교인 납세 서명운동이 이어지고 있어 활기를 띠고 있다. 이미 단국대와 서울대 등에서 140여 명의 학생이 지지서명에 참여했으며, 주말에는 전남대와 조선대에서도 움직임이 이어질 계획이다.
거리서명에 참여한 서동걸 할아버지(85, 서울시 신길동)는 "납세는 종교인이기에 앞서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의무"라며 "종교인이기에 더욱 양심적으로 자기 수입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사는 이종규(60)씨도 "종교인들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자질 부족의 종교인들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어느새 종교집단이 이 시대의 공룡집단이 되어버린 느낌"이라고 혀를 찼다.
한 회사원은 "직장인들에게는 유리지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철저하게 세금을 부과하면서 왜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종교인들에 대해서는 세무행정이 이토록 관대한지 모르겠다"면서 "서민들은 그런 모습에서 상대적 박탈감과 정부와 종교에 대한 불신만 커진다"고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