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는 새만금의 과거이자 미래다

대부도 방아머리 갯벌 기행 (下)

등록 2006.04.01 12:58수정 2006.04.0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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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6일 대법원 판결이 내려짐에 따라 새만금 끝물막이 공사가 시작되었다. 현지 어민들과 환경단체의 물리력 동원을 불사한 반발에도 당장에 공사를 막을 방도는 막막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어디에서 답을 찾아야 할까?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때는 과거를 돌아보라고 했다. 답답한 마음을 안고 과거의 새만금이자 새만금의 미래라 할 시화호에 다녀왔다. 대부도 방아머리 갯벌 일대를 중심으로 한 답사 내용을 두 번에 나누어 싣는다. <편집자주>
a 방아머리 갯벌. 멀리 왼쪽으로 배수갑문과 시화호 환경문화관이 보인다.

방아머리 갯벌. 멀리 왼쪽으로 배수갑문과 시화호 환경문화관이 보인다. ⓒ 박정민

갯벌은 화두다. 오랜 세월 '조개 캐는 곳' 이상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갯벌은 이제 환경뿐 아니라 경제, 정치, 사회에 걸쳐 하나의 논제가 되어있다. 그 가치를 놓고 많은 말들이 오가고, 어떻게 할 것이냐를 놓고 또 많은 것들이 오간다. 지금 새만금이 그렇고, 앞서 시화호가 그래 왔다.

하지만 그 어떤 생태계도 과거형으로 다루어져 무방한 곳은 없다. 그것을 '현안'으로 보는 이들은 그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곳을 터전으로 삼고 있는 뭇생명에게는 어떻게든 살아내야만 하는 숙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을 오가고 있는 시화호를 보라. 이 사안을 어느 시점에서 종결할 수 있을 것인가. 환경문제를 현안 중심으로 다뤄서는 안 되는 이유가 이런 데에 있는 것 아닐까.


a 간척지 곳곳에서 폐사한 굴 껍질 무더기가 보인다.

간척지 곳곳에서 폐사한 굴 껍질 무더기가 보인다. ⓒ 박정민

시사적으로 접근하더라도 시화호 문제가 끝났다고 생각한다면 커다란 오해다. 먼저 해수유통으로 개선되었다는 수질은 사실 2000년까지의 얘기이고, 그 이후로는 더 개선되지 않고 있다. 불안한 수치인 COD 4~5ppm을 몇 년째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개발 문제다. 한편으로는 세계최대의 조력발전소를 짓고(2009년 완공 예정) 30만 평 규모의 갈대습지공원이 들어섰으니 친환경적 개발이 되고 있는 듯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북쪽과 남쪽의 간석지에 각각 산업단지와 농지를 조성하려는 계획을 놓고 여전히 줄다리기 중이다. '종결시점'이 그리 쉽게 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a 도요새의 발자국과 부리 자국. 이들이 다녀간 갯벌 어디에서나 이런 흔적이 가득하다.

도요새의 발자국과 부리 자국. 이들이 다녀간 갯벌 어디에서나 이런 흔적이 가득하다. ⓒ 박정민

a 민물도요

민물도요 ⓒ 박정민

a 흰물떼새. 도요새 무리와 섞여 지낸다.

흰물떼새. 도요새 무리와 섞여 지낸다. ⓒ 박정민

갯벌 저 안쪽으로 한 무리의 자그마한 새들이 바지런하게도 돌아다닌다. 도요새와 물떼새들이다. 이들의 살림살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경이 그 자체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도요과의 새는 무려 45종, 물떼새과도 11종이나 된다. 대다수가 20cm 내외의 자그마한 체구를 가진 이들은 시베리아 벌판, 심지어는 북극해 연안에서 동남아·호주까지 실로 엄청난 거리를 해마다 왕래한다.

저 작은 몸집에 어찌 단번에 북극에서 호주까지 날아갈 수 있겠는가. 중간기착지가 없다면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다. 이들의 생명을 보장해주는 주요 기착지가 바로 서해안 갯벌이다. 매년 30여만 마리의 도요새가 새만금에서 고단한 몸을 쉬어간다고 한다. 20cm의 몸을 이끌고 북극에서, 호주에서 날아온 손님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이 고작 "매립해서 돈 벌어야 하니까 다른 데 가 보세요"란 말인가.

a 혹부리오리

혹부리오리 ⓒ 박정민

a 흰죽지와 댕기흰죽지 무리

흰죽지와 댕기흰죽지 무리 ⓒ 박정민

그 밖에도 다양한 물새들이 보인다. 혹부리오리와 청머리오리는 서울에선 보기 어려운 친구들이다. 한강변에서 낯익은 청둥오리, 고방오리, 홍머리오리, 흰죽지와 댕기흰죽지까지, 오리류는 총출동한 듯하다. 뿔논병아리와 물닭, 왜가리도 빠지지 않는다.


a 배수갑문으로 밀려드는 밀물

배수갑문으로 밀려드는 밀물 ⓒ 박정민

어느덧 만조, 어딘가에서 우렁찬 물소리가 들려온다. 배수갑문으로 밀려드는 바닷물이다. 시화호에는 2개의 배수갑문이 있다. 하나는 이곳 방아머리, 또 하나는 대부도에 딸린 섬인 탄도에 있다. "물은 사랑이요"라던 노래 구절이 이처럼 절실하게 느껴지기도 드문 일이다.

a 방아머리 음식문화거리

방아머리 음식문화거리 ⓒ 박정민

대부도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차도 양편으로는 집집이 바지락 칼국수와 조개구이를 파는 음식점이다. '경기도 지정 음식문화거리'라는 간판 문구가 이채롭다. 도시락을 싸오지 않았으니 사먹을 수밖에 도리가 없지만, 지방을 가면 꼭 그 동네 것을 사주자는 이도 있다. 구경 온 사람들이 지역경제에 조금이나마 이바지를 해야 보전돼도 될 것 아니냐는 말이다. 일리 있는 얘기다.


기사의 하편을 준비하는 사이 또 하나의 의미심장한 보고서가 나왔다. 국무총리 산하 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지난 30일 발표한 <해양매립사업으로 인한 환경영향의 효율적인 저감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 42년 동안 한국의 갯벌 49%가 사라져갔다는 것이다. 그나마 2015년까지 다시 1/4이 줄어들 예정이란다.

우리나라는 갯벌을 가진 지구상에서 몇 안 되는 나라다. 이 또한 과거형으로 다루어져서는 안 될 명제다. 생태계에서 이미 늦었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

a 방아머리 갯벌의 낙조

방아머리 갯벌의 낙조 ⓒ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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