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시민후보 전략' 힘 받을까

강금실 캠프 윤곽과 선거 전략은

등록 2006.04.02 09:03수정 2006.04.0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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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출마를 공식화한 3월 29일 연세대 강연에서의 강 전 장관.
사실상 출마를 공식화한 3월 29일 연세대 강연에서의 강 전 장관.여성신문
지방선거 역사상 첫 '여성' 서울시장 후보로 기록될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5·31 지방선거에도 강력한 새바람을 몰고 올 것이다. 그의 캠프와 선거 전략은 기존 후보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현재 드러나고 있는 큰 윤곽 몇 가지 중 하나는 열린우리당과 '여성' 대표성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둔다는 것, 최대한 자연인 강금실답게 선거를 치러낸다는 것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가장 부각되는 전략은 '시민 후보' 전략. 이에 대해 서영교 열린우리당 부대변인은 "'시민 후보' 전략은 강금실 장관에게 가장 잘 맞는 '맞춤' 전략"이라며 "소속 당을 떠나 서울 시민 중심으로 정책을 펴고, 서울 시민 모두의 대표가 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금실의 색깔 자체가 즐겁고 행복한 이미지이기에 이번 지방선거에 시민들도 즐겁게 참여시키면서 국민 감동의 정치를 펼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지만, 속내는 강금실 전 장관의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높기에 정치 색깔을 부각하기보다는 정당과 무관하게 가는 노선을 택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비쳤다.

한편으론 서울 여성들이 강 후보를 통해 대리전투의 만족감도 느끼길 은근히 기대했다. 다른 당들의 '시민 후보' 전략에 대한 비난에 대해선 "시민 후보가 된다고 강 후보가 열린우리당 후보라는 것을 시민들이 모르겠냐"며 "전혀 본질적이지 않은 비난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시민 후보 전략에 대해 정치학자들은 정당 대 정당의 대결구도, 대선 전초전적 성격을 최대한 피해 갈 묘안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열린우리당의 노선으로 '시민 후보' 전략이 자리잡기 이전부터 시민후보론을 폈던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지방선거를 정상화하려면 철저히 후보의 자질을 평가하는 선거문화로 바뀌어야 한다"며 "강금실 전 장관의 서울시장 출마가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사이의 대리전, 혹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로 연결되면 선거의 의미는 끝없이 퇴색해 버린다"고 강조했다. 중앙당의 개입을 최소화해 대리전 양상을 피하면서 가장 적합한 '지역일꾼'을 뽑는 결과를 낳아야 한다는 것.


김 교수는 "시민후보 전략을 제대로 밀고 나가지 못한다면 강금실 장관이 실패할 확률은 더욱 더 높아질 것"이라며 이에 더해 "강 전 장관의 개성을 살려 21세기 문화경쟁력 시대에 문화를 가장 섬세히 잘 이해하고, 이를 통해 서울을 명실공히 세계의 문화도시로 만들 수 있는 후보임을 내세우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민정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강 전장이 이제는 이미지 정치를 탈피해 실제 정치를 펼 때 얼마나 구체적 비전을 제시할 수 있고, 또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는지 입증해야 할 시점"이라며 "앞으로는 얼마나 적을 안 만드느냐가 가장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서 "유감스럽게도 선거 관련 대부분의 연구들에서 여성 후보가 지나치게 '여성'을 내세우고 강성 페미니스트로 비치면 오히려 불리하다는 결과가 있다"며 이제까지의 강 전 장관의 행보로 볼 때 굳이 '여성'임을 부각하지 않더라도 무엇을 하든 실제적으로 여성 권익 향상에 도움을 줄 것이란 신뢰가 있기에 '여성'을 굳이 내세울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다.

강 전 장관의 당면 현안은 당내 경선 여부. 당내 관계자뿐 아니라 정치학자들도 일단 경선을 치르는 것이 강 전 장관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본다. 현 정동영 의장이 지난 대선에서 끝까지 '경선 지킴이'를 고수하는 등 당 정서상 경선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것과 지방선거 '흥행'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주된 이유다.

오히려 강 전 장관이 4월 5일 입당하면서 결코 경선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만약 경선에서 지더라도 최선을 다해 상대 후보의 시장 당선을 위해 돕겠다고 선언하면서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이다. 강 전 장관의 임시캠프 관계자도 "열린우리당과는 약간의 거리를 유지하겠지만 당이 요구하는 절차는 따를 것"이라는 말로써 경선 수용 의사를 암시했다.

현재 강금실 캠프의 주된 동력은 경기여고 63회 동문들이다. 63회 졸업생들 중엔 강 전 장관뿐만 아니라 여성 첫 검사인 조배숙 열린우리당 의원, 여성 첫 대법관인 김영란 대법관, 서울대 생명공학부 노정혜 교수, 페미니스트 신학자 현경 유니온신대 교수, 백수경 인제대학원 대학교 초대 학장 등 유난히 '스타'들이 많다. 연대감도 강해 강 전 장관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벌써부터 지역별로 모임을 가지고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는 후문.

동문 캠프의 한 관계자는 "막바지 조율 단계에 와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것은 밝힐 수 없지만 기존 정치의 낡은 틀을 깨뜨리고, 강금실식 선거, 강금실식 정치를 통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것이 큰 윤곽"이라며 "선거가 시작되면 강단·솔직·투명한 인물론으로 유권자들의 호감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최근 모 일간지의 강 전 장관의 청담동 옷 구매 기사에 대해 일부 논란이 인 것과 관련해 "입당하기도 전부터 왜곡성 기사들이 나오는데, 현재로선 정색 대응보다는 무심히 가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다"며 언론에 의해 일거수 일투족이 재단되고 포장되는 현상이 점점 심해지는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강금실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

열린우리당 내 강 전 장관의 진영은 김영춘 의원이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으며, 여성 의원들 사이에선 이경숙 의원 등 여성 비례대표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강 전 장관의 캠프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리더는 성품이 따뜻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인물"
강금실 연세대 리더십 특강 현장

600여 명의 인파로 가득찬 특강 현장에 나타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초연한 얼굴빛으로 천천히 발을 떼며 강단에 올랐다. 그는 연세대 리더십센터의 초청으로 3월 29일 '미래지향적 리더십의 조건'을 주제로 한 시간 동안 강연했다.

강 전 장관은 "진정한 민주주의는 개인이 자유로운 상태"라며 "각각의 개인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고 소중한 관계를 맺길 바란다"고 서두를 열었다.

"리더라고 하면 많은 사람을 거느린 한 사람을 연상하게 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친구, 가족, 이성 등 다양한 관계에서 그 사람의 최선의 상태를 이끌어가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공유의 과정을 이끌어가는 것이 진정한 리더다."

강 전 장관은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역할을 하는 관계로 조직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며 "삶은 관계 맺음의 총합"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지향적 리더십의 조건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어울려 만들어가는 과정으로서의 삶을 중시하는 것이다."

그는 "항상 그대로일 것 같은 삶이지만 변화해가고 있는 과정으로서의 삶을 인정하면 어려운 상황을 수용할 수 있다"며 "삶을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이날 학생들에게 ▲ 대학 때 기초철학, 문학 관련 책을 많이 읽어 인문학적 소양을 쌓을 것 ▲ 전 세계적으로 기초언어가 된 영어 능력을 키울 것 ▲ 자신의 전문성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강연 후 30분간 이어진 학생들의 질문에 그는 성의 있게 답했다.

"리더로서 가장 중시여기는 조건이 무엇인가"란 질문에 그는 "따뜻한 성품"이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우선 기준이 무엇인가"란 물음에 대해선 "마음이 자유로운 쪽으로 결정한다. 같이 사는 사람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쪽을 선택한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에게 사회의식이 생긴 대학 1학년 때인 70년대 중반 시절의 경험을 학생들에게 들려줬다. 탈춤반에 들어가 선배들이 붙잡혀 가는 과정을 보면서 사회 현실에 눈을 떴다고 했다.

"나 혼자 사는 사회가 아니구나. 같이 사는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해야겠다. 사회적으로 소수인 인텔리 계층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특강을 위해 한 시간 전부터 앉아 있었다는 김덕희(법학 2)씨는 "강 전 장관의 자신감 있고 당당한 모습이 너무 좋다"며 "내게 법조인의 꿈을 심어준 사람"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강 전 장관의 친필 사인을 받아든 김씨는 밝은 표정으로 특강 장소를 빠져나갔다. / 임현선 기자

"비단보자기 속 좀 봅시다"
이계안 의원 강 전 장관에 경선 참여 촉구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 열린우리당 이계안(55·사진) 의원이 "조속한 입당과 당내 규정에 따른 경선 실시"를 주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계안 의원은 3월 29일 인터뷰에서 "(강 전 장관의) 입당 지연은 영입 효과를 높이려는 정치적 계산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며 "이는 '쿨'한 이미지로 인기를 얻은 강 전 장관 개인과 당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금실 전 장관은 비단보자기에 싸여 있다. 보자기를 풀고 내용을 보여달라"며 "경선을 통해 서로의 공약과 정책 내용을 검증하는 과정은 열린우리당의 창당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63.6%가 '경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했듯이 경선 실시는 대세"라며 "당 지도부가 조속히 경선 계획을 세우라"고 요구했다.

서울시장 경선 방식으로 '국민참여경선'을 제안한 이 의원은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일반국민선거인단 몫을 여론조사로 대체한다'는 제안을 거부한다"며 "지난 2002년 국민경선에서 채택됐던 '신청자 모집' 방식으로 일반국민선거인단을 구성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의원은 ▲ 후보자 간 TV토론 ▲ 구별 순회 연설회 겸 토론회 적극 활용 ▲ 4월 22일 혹은 29일 경선 투표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장 출마를 굳힌 이 의원은 3월 30일 현재 모두 8차례에 걸쳐 '서울 경영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정책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 현대캐피털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17대 총선을 통해 정계에 입문한 이 의원은 국회 재정경제위, 여성가족위 소속으로 활동하며 보육, 미혼모 등 여성과 소외 계층을 위한 정책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76년 현대중공업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뒤 20여 년 만에 기업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오른 그를 샐러리맨들은 '신화적인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 임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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