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감수성으로 숲을 봐야죠"

숲 해설가 장김현주씨…생명 치유의 공간으로서의 숲 강조

등록 2006.04.04 19:06수정 2006.04.0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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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만난 동고비. 가까이 와서 먹이를 달라고 떼를 쓴다.
산에서 만난 동고비. 가까이 와서 먹이를 달라고 떼를 쓴다.장김현주
[홍지영 객원기자] "지배와 정복으로 숲을 대하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숲을 온몸으로 느끼려 합니다. 하찮게 보이는 풀 하나에도 경의를 표하고 함부로 짓밟지 않죠. 이런 여성들의 감수성이 결국엔 숲을 살리고 지구의 생명을 살립니다."

제61회 식목일을 맞아 예년처럼 곳곳에서 나무 심기 행사를 벌일 예정이지만 올해는 의례적인 행사보다 숲에 대한 이해를 달리하면 어떨까. 숲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요구되는 그 한가운데 여성 생태활동가들이 있다.

원주 치악산에서 5년째 숲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장김현주(40)씨는 숲을 인생의 고단한 짐을 내려놓고 편히 쉬어갈 수 있는 안식처이자 생명력이 가득한 치유의 공간으로 여긴다. 풀과 나무, 곤충을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고, 자연의 경이로움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는 그는 숲에서 얻은 것이 많으니 그 빚을 갚기 위해 숲 해설가로 나섰다고 한다.

최근 2, 3년 사이에 수목원, 휴양림, 도시 숲 등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이 여러 시민단체의 주최로 이뤄지고 있지만, 일반인에게 '숲 해설가'는 아직 생소하다. 숲 해설가는 숲에 관한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시키고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역할은 숲을 마음에 심어주는 것이다.

90년대 후반 태동된 (사)숲해설가협회(대표 장이기)의 김근배 사무국장은 "자기 스스로 감동을 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에게도 감동을 줄 수 없기 때문에 숲에서 느껴야 할 감수성과 생명존중 사상이 기본적 소양으로 요구된다"고 말하면서 "숲 해설가 교육과정을 희망하는 지원자 중 여성이 60%에 달하는 것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전 국토의 65%가 산림인 우리나라에서 숲은 인간과 공존해야 할 대상이자 보전 노력의 대상이다. 여성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감수성이야말로 숲이 숨을 쉬고 생명력을 지속하기 위한 시대적 요구다. "숲을 알고 나면 발을 어느 곳에 디뎌야 할지 모를 만큼 모든 사물이 생명으로 보인다"는 장김현주씨의 말처럼 어쩌면 우리는 모기 한 마리의 생사를 움켜쥐고 고민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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