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욕망에 귀 기울여라

빌리 파시니의 '욕망의 힘'

등록 2006.04.06 18:13수정 2006.04.0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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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욕망해소는 스토리 없는 포르노영화 같다"
인스턴트 쾌락 앞에 시름시름 병드는 현대인들


우먼타임스
[최희영 기자]현대인들은 성적 욕망에서 자유로울까. 유럽 성과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학자가 쓴 책 '욕망의 힘'은 현대인들이 성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듯하지만, 욕망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막는 개인적·심리적·생리적 장해요인은 더욱 많아졌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외양만 화려할 뿐 속은 헐벗고 병든 현대인의 욕망을 섬세하고 예리하게 파헤친다. 현대인은 미친 듯한 속도로 변하는 최첨단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욕망을 재빠르게 소비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현대사회를 특징짓는 조급증과 미친 듯이 날뛰는 삶의 리듬은 욕망을 살해하는 데 크게 공헌한 셈이다. 우리는 점점 사랑의 단계를 건너뛰어서, 마치 흥분이라는 목표에 단숨에 도달하기 위해 스토리가 최소한으로 축소된 포르노영화처럼 서둘러서 성적인 행위를 소비하고 있다."

자신의 내면에 흐르는 욕망의 소리에 귀 기울지 못하는 현대인은 사랑마저도 폐기처분하고 오로지 욕망놀음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은이는 욕망을 제대로 소비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이 자기만의 '벽'에 갇혔다고 진단한다.

"우리 시대를 정의하는 가장 핵심적인 말은 '자기중심주의'다. 자기도취의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상대와 공유할 수 있는 욕망보다는 스스로를 충족시키고 개인적인 성취를 느끼게끔 하는 욕망에 더 경도되어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 책이 여성의 욕망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성적 욕망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20세기에 이르러서야 여성의 성욕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았을 정도로 인류 역사는 '여성 욕망 잔혹사'였다는 것. 1970년대에 들어서서야 클리토리스가 '여성의 유희적 기관'이라고 과학적인 인정을 받은 것도 그 예.


지은이는 "여성의 성이 남성의 성보다 생리적으로 분명히 우월하다"고 말한다. "여성에게는 생리적 무감각의 시간이 없으며, 이런 특성 때문에 반복되는 성행위와 오르가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여성은 욕망이 없고 쾌락도 못 느끼는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왜일까.

‘욕망의 힘’은 현대사회를 특징짓는 조급증과 너무나 빠른 삶의 리등이 욕망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막고 있다고 분석한다.
‘욕망의 힘’은 현대사회를 특징짓는 조급증과 너무나 빠른 삶의 리등이 욕망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막고 있다고 분석한다.우먼타임스
이 책은 그 이유를 남성중심사회가 여성들에게 채운 '수동성의 족쇄'에서 찾는다. '욕망할 권리 대신 기껏해야 욕망의 대상이 될 권리밖에 가질 수 없었던' 여성에게는 그런 '무권리'의 자의식이 뿌리깊이 박혀 있다는 것이다.


여성뿐만 아니다. 지은이는 남성들 역시 욕망의 위기에 빠져 있다고 주장한다. "남성들은 페미니즘의 대두 이후 구습에서 해방된 여성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되어 욕망의 문제를 회피하거나 역으로 성적 가학성을 드러내기도 한다"는 것. 해결책은 무엇일까. 지은이는 "성별 대립을 마감하고 관용과 파트너십, 연합과 협력에 기반하는 새로운 장을 열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부의 성관계 만족도, 여성에 대한 남성의 성적 배려 수준, 40대 이상 부부의 성생활 지속 정도에서 세계 꼴찌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에게 이 책은 주체적으로 욕망을 표출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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