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 표지에 나온 사진은 홍콩 WTO 각료회의 기간 중 반세계화 운동가들이 빅토리아 공원에 설치한 조각작품으로 자유와 평등, 정의를 말하는 서구인들의 부와 약탈성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녹색평론>은 정부가 추구하는 대규모 기업농은 기본적으로 잘못이라고 비판한다. 소규모 가족농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이번 <녹색평론>을 통해 접하게 될 것이다. 자세한 논거는 여기서 다 말할 수 없다. 단지 우리가 얼마나 경제논리, 돈벌이 논리에 물들어 제대로 된 깊이 있는 생각 한번 못하고 허겁지겁 살고 있는지를 보게 될 것이다.
이 책 첫머리에 실린 좌담의 핵심 문제의식이 이런 것이다. 생협활동가와 농민회 간부, 그리고 전교조 교사 등이 참여한 이 좌담회는 농업을 바라보는 생태적 시각들이 잘 나와 있다.
잘 준비된 논문이라고 할 수 있는 박승옥씨의 글도 농업의 문제를 사회통합적 안목으로 접근하는데 도움을 준다. 우리나라의 농업이 얼마나 지독한 고 투입 농법으로 지속가능성이 희박한지를 박씨는 <현재의 햇볕농업>이라는 새 말을 만들어 설명한다. 농사일이 기계화되어 석유와 화학비료가 투입되는 고 투입 농업은 과거와 미래의 자산을 강탈해 현재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97%로 세계 최대인 한국의 1년 석유 소비량은 드럼통을 일렬로 늘어 놓았을 때 서울과 부산을 648회 왕복할 분량이라고 한다. 에너지 위기와 식량 위기에 한국은 어떤 완충지대도 없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의존적 경제체제다. 반미를 외치기 전에 식량과 에너지 자립을 도모하지 않고서는 어떤 급진적 운동도 헛수고라 아니 할 수 없다.
농업이 살지 않고서는, 다시 말해 순환과 생명이라는 농업의 기본가치가 우리 삶 속에서 살아나지 않고서는 파멸을 향해 질주하는 지금의 토목건설공화국 한국은 머지않아 큰 응보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사실 농업문제가 빠진 환경운동이나 생태운동은 허구라고 본다. 농업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인식 없이 벌이는 환경운동이란 대증요법이나 다름없다. 삶의 틀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 새로운 시대의 농업운동이다. 따라서 지금 전국농민연합이 주도하는 농민운동은 박승옥씨의 주장처럼 규탄하고 요구하는 운동이지 스스로 개혁하는 운동은 아니다. 시대문명 자체가 바뀌고 있는 때에 스스로 대안적 삶으로 바뀌지 않고서는 안 된다는 게 박씨의 주장이다.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향촌건설운동의 중심인물인 원 티에췬(溫鐵軍)의 대담도 주목할 만하고 100년 전 이 땅의 농민들이 어떻게 주장하고 싸웠는지를 생생하게 복원한 서평 <다시 듣는 100년 전 농민의 외침>도 좋은 읽을거리다. 무엇보다 책의 뒷부분에 여러 쪽에 걸쳐 실리는 지역별 <녹색평론> 독자모임 안내는 풀빛세상살이에 참여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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