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편 시대, 어떻게 볼 것인가

[포커스] 시즌 제도 정착 기여, 흥행공식 답습은 지양해야

등록 2006.04.07 16:03수정 2006.04.0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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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궁

ⓒ mbc

지난 30일 공식 종영된 MBC 드라마 <궁>의 시즌 2 제작이 일찌감치 확정되면서, 이번 결정이 향후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본격적인 시즌제 시대를 열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후속편이 검토되는 작품이 <궁>뿐만 아니다, <내 이름은 김삼순> <올인> <종합병원> <신입사원>에 이르기까지, 검증된 성공작들 중에 시리즈를 이을 수 있는 이야기 구조와 캐릭터의 연속성을 갖춘 작품들이 우선 순위에 올라 있다.

시즌제가 정착된 외화의 경우, <엑스 파일>과 <24> <섹스 앤 더 시티> <프렌즈> <로스트> <위기의 주부들>같은 수작들은 약 6개월 단위의 시즌제를 통해 높은 인기를 유지한바 있다. 이런 작품들은 주로 철저한 사전제작과 기획, 전문화된 작가진의 분업 시스템을 앞세워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에선 시즌제 역사 짧아…90년대 '우리들의 천국'이 시초

드라마 시장을 크게 나누었을 때 1-2개월 단위로 방영되는 미니시리즈(트렌디 드라마)와 4-6개월 주기의 일일-주말극(가족 드라마/특별 기획)이 주류를 이루는 한국에서는, 아직 시즌제의 뿌리가 짧은 편. <전원일기>나 <수사반장> <대추나무 사랑걸렸네>처럼 방영 10년 이상을 넘긴 장수 드라마는 여럿 있었지만, 시즌제도는 아니었다.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시즌제를 시도한 작품으로는 90년대 홍학표와 장동건 등을 청춘스타의 반열에 올린 캠퍼스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을 비롯하여, 청소년 드라마 <학교>와 <반올림> 시리즈, 시트콤 <논스톱>과 <안녕 프란체스카> 등을 이야기할 수 있다.

또한 국내에서는 트렌디 드라마를 중심으로 연작 형식의 속편들이 선보인 사례가 많았다. 이런 작품들은 스토리 구조나 캐릭터, 배우 자체가 직접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동일한 제작진(연출가 및 작가)에 의하여 드라마 컨셉트나 기본적인 주제의식 및 방향 설정들이 전작과 유사하게 이어지며 연속성을 가진다.


가장 대표적인 시리즈는 한류 드라마의 첫 붐을 주도한 윤석호 PD의 계절 연작이다. 현재 방송중인 KBS 2TV <봄의 왈츠>는 <가을동화> <겨울연가> <여름향기>로 이어지는 윤석호 PD의 계절 4부작의 완결 편, 각기 다른 계절과 배경으로 만들어진 네 작품이지만 운명적인 '첫사랑'과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결고리를 지닌다.

이국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신분의 차이를 넘는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드는 커플 이야기를 다룬 박신양, 김정은 주연의 <파리의 연인>은, 지난해 전도연, 김주혁이 주연한 속편 <프라하의 연인>으로 이어지며 '연인 시리즈'가 하나의 새로운 유행이 되는데 성공했다. 제작사는 현재 오는 10월 방영을 목표로 후속작인 <지중해의 연인>을 기획 중에 있다.


또한 2003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이장수 PD의 히트작 <천국의 계단>은, 올해 전작의 아역 연기자였던 박신혜와 이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속편 <천국의 나무>로 이어지기도 했다.

속편, 시리즈 유행…이유는 소재 고갈과 열악한 제작환경

a 천국의 나무

천국의 나무 ⓒ sbs

최근 들어 이처럼 속편과 시즌제 도입이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은, 소재 고갈과 열악한 제작환경에 시달리는 드라마 시장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한정된 자원과 소재로 짧은 시간에 매번 새로운 이야기와 작품을 짜내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 이미 성공한 드라마의 속편은 큰 위험 부담 없이 검증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성공적인 속편과 시즌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일단 캐스팅과 시나리오 작업 등 철저한 사전기획이 전제되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외화 <프렌즈>나 <섹스 앤 더 시티>의 경우, 폭등하는 주연 급 스타 배우들의 몸값으로 인하여 시즌을 거듭할 때마다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가 있다. 이미지 변신이 요구되는 배우들의 입장에서는 몸값도 몸값이지만 같은 작품에 오랜 시간을 투자하며 동일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고수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전편의 이야기와 캐릭터를 계승하면서도 지속적인 활력을 잃지 않는 아이템 개발과 시나리오의 힘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안녕 프란체스카>의 경우처럼, 초반의 인기에 기대어 급조된 시즌제를 추진했다가 준비 부족으로 낭패를 본 적이 있다. <천국의 나무>와 <봄의 왈츠>같은 경우도, 전편과 너무 흡사한 캐릭터나 설정으로 아류작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전작과의 차별화에 실패했다. 전작의 인기나 흥행공식에만 의존하는 안일한 속편에 대해서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최근 가장 먼저 속편 제작을 선언한 <궁>의 경우, 일단 전편의 배우들이 그대로 다시 출연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 경우는 캐스팅에서 주연 급 배우들이 다행히 모두 아직 신인급이라는 이점을 봤다. 더구나 이미 원작의 에피소드를 다 소비하고,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 구조로 승부해야할 시즌 2가 전편만큼 흥미를 끌 수 있을지도 아직 미지수다.

전편만한 속편이 없다는 속설이 있다. 성공한 전작의 후광은 동시에 그늘이 될 수도 있다. 대중의 기대치는 나날이 높아지는 가운데, 본격적인 속편 시대의 서막을 알릴 후속작들이 일정한 완성도로 보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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