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은 생애 내내 가꿔야 할 진귀한 꽃

과도함과 침묵으로 양극화된 우리 시대 욕망 치료제 <욕망의 힘>

등록 2006.04.07 20:19수정 2006.04.1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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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욕망의 힘> 표지

<욕망의 힘> 표지

<욕망의 힘>은 현대인이 잃어버린 삶의 생명수로서의 욕망의 힘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친절한 안내서다. 이탈리아 정신의학자인 빌리 파시니가 다양한 상담사례를 바탕으로 현대인의 왜곡된 성욕을 파헤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이 책은 먼저 욕망의 본디 모습을 이해하게 하고 욕망이 우리 삶에 주는 긍정적 역할을 되돌아보게 한다. 나아가 욕망을 잘 다루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간략하면서도 명확한 지침서가 되어준다.

저자에 따르면 욕망은 근본적으로 삶과 동일시되며, 욕망이 없다면 삶은 물이 말라버린 강바닥일 뿐이다. 욕망의 힘을 잘 이해하는 것은 행복한 삶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욕망의 신비를 발견하고 싶어 하며 그 힘과 매력을 되찾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생리학과 심리학, 인간관계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 욕망의 본모습을 찾게 한다.

1장에서는 우리 시대 욕망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2장부터 4장까지 약 100여 페이지를 욕망의 실체와 그 성질을 분석하는 데 할애한다. 이어 5장과 6장에서는 삶의 원천적 에너지로서의 성욕을 위협하는 다양한 적들을 보여준다. 과도함과 침묵이라는 양극화된 우리 시대 욕망의 양면을 구체적으로 드러낸 뒤 그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해결방안을 9장과 10장에 제시한다.


현대사회에서 이 욕망을 저해하는 요소는 직업적 스트레스, 아이의 탄생, 불안과 우울증, 성도착증 등 수없이 많다. 욕망은 진귀한 꽃과 같다. 그것을 꽃피우기 위해서는 수없이 공을 들여 키우고 관리해야 한다.

저자는 부부를 자동차에 비유하기도 한다. 자동차가 도로 한복판에 멈춰서는 것을 막으려면 때맞춰 휘발유를 넣어줘야 하는 것처럼 부부 사이에도 관계가 정체되지 않도록 경직된 생활 양식에서 벗어나 적절한 유연함과 상대에 대한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또 서로 원하는 것, 상대를 흥분하게 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고 소통하는 일도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부부 싸움을 잘 하라'고 거든다. 부부 사이에 위기가 찾아왔을 때 대화는 그 무엇보다 좋은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욕망도 빈부처럼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과도한 욕망에 사로잡힌 성도착증 환자와 금기시하며 욕망을 억누르는 금욕주의자가 늘어가는 현상을 저자는 현대인이 욕망의 노예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조급증과 소비, 자기중심주의 등 자기도취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상대와 공유할 수 있는 욕망보다는 자기만족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 책의 결론에서 저자는 욕망에는 다음과 같은 원칙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1. 욕망도 가르쳐야 한다.
2. 스스로 욕망에 대해 훈련해야 한다.
3. 욕망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4. 욕망을 지속시키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욕망은 생명이 시작되면서 존재하는, 아니 어쩌면 출생 이전부터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며 저자는 욕망이 우리 삶을 관통하는 에너지의 중심 가운데 하나임을 여러 차례 말한다. 삶의 모든 시기에 뿌리내리고 있는 욕망을 이해하고 과도함과 금욕이라는 두 욕망의 충돌을 조화롭게 가꾸어가는데 이 책은 차분하고 똑똑한 안내서가 되어 줄 것이다.


출처를 명확하게 표기해 둔 꼼꼼한 인용과 저자가 수집한 다양한 사례가 풍부한 이 책에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표지 이미지다. 1970년대에 디자인된 살바도르 달리의 빨간 입술 모양 소파를 연상하게 하는 육감적인 빨강 입술에 투영된 남녀의 키스 장면이 책 제목과 만나 하이틴 로맨스류의 연애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책의 내용보다 먼저 보게 되는 표지 이미지를 좀 더 다양한 계층의 독자를 끌어낼 수 있는 디자인으로 했다면 더 많은 사람이 손때를 묻히지 않았을까.

욕망의 힘 - 착한 욕망을 깨우는 그림

이명옥 지음,
다산책방,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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