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사우나에 빠진 브로드웨이 배우들

[꼬투리의 falling in 뮤지컬 4] 뮤지컬콘서트 '지킬앤하이드' 주인공 인터뷰

등록 2006.04.10 11:12수정 2006.04.1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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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인터뷰 중인 '지킬앤하이드'의 세 주인공. 왼쪽부터 극중 엠마 역의 줄리 라이버, 지킬 역의 로버트 에반, 그리고 루시 역할의 맨디 곤잘레즈.

인터뷰 중인 '지킬앤하이드'의 세 주인공. 왼쪽부터 극중 엠마 역의 줄리 라이버, 지킬 역의 로버트 에반, 그리고 루시 역할의 맨디 곤잘레즈. ⓒ 노정연

오리지널 팀의 뮤지컬콘서트로 꾸며지는 '지킬앤하이드'의 세 주연배우 로버트 에반(지킬, 하이드 역), 줄리 라이버(엠마 역), 맨디 곤잘레스(루시 역)를 9일 공연에 앞서 대기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이들과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 언제 한국에 들어왔나? 그리고 첫 방문인지
맨디: "4월 5일에 입국했고 한국방문은 난생 처음이다."


줄리와 로버트: "우리는 2주 전에 기자회견 때문에 먼저 들어왔었고, 역시 이번 공연 이전에는 한국에 와본 적이 없다."

- 한국에 머무르면서 받은 느낌을 한 사람씩 얘기해 달라.
맨디: 한국은 물론 아시아 쪽이 처음인데 한국사람들은 말은 통하지 않아도 굉장히 친절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로버트: "서울 말고 한국의 다른 도시를 가본 적은 없지만 서울은 특별하게 생각이 된다. 한국이 미국에 비해 작은 나라임에도 서울은 뉴욕에 버금갈 만큼 크게 느껴져 많이 놀랐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들도 상당히 예의가 바르고 친절하다. 음식은 굉장히 맵지만 솔직히 식욕을 돋워주는 게 사실이다."

줄리: "한국인들은 상대방을 많이 배려해 준다. 내가 느끼는 한국은 매우 재밌는 나라다. 원래 사우나를 되게 좋아하는데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사우나는 처음 접해봤다. 또한 거리에도 볼거리가 많아 좋았다."

- 각자 이제껏 출연한 뮤지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을 말한다면.
맨디: "출연작품 중 한 가지를 고르기는 무척 어렵지만, 특히 '아이다'의 암네리스 역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극 중 인물 자체가 재밌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존 레논의 자전적 뮤지컬인 '레논'도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의 하나이다."


로버트: "물론 '지킬앤하이드'가 가장 중요한 건 당연하고, '레미제라블'이란 뮤지컬이 나를 뮤지컬 스타로 만들어 준 초창기 작품이라서 잊을 수가 없다."

줄리: "'렌트'에서 모린 역할을 했는데 그 역이 재밌고 특이해서 좋았고, '브루클린'이라는 작품도 상당히 좋은 느낌으로 남아있다."


a 줄리가 로버트에 대해 얘기해 주고 있다.

줄리가 로버트에 대해 얘기해 주고 있다. ⓒ 노정연


- 한 사람씩 옆에 있는 사람을 한국의 팬들에게 소개해 달라.
(로버트가 맨디를) "3년 전쯤부터 알고 지내는 친구인데 좋은 배우인 건 물론이고, 굉장히 주윗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유머러스한 사람이다."

(맨디가 줄리를) "줄리와는 원래 친분은 없었고 이번 공연을 통해서 친해졌다. 줄리는 나보다 훨씬 유머러스하고 쾌활한 친구다. '아이다' 공연을 할 때 암네리스 역도 훌륭하게 잘해낸 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사우나를 너무 좋아하고 피부도 참 좋은 친구이다."

(줄리가 로버트를) "로버트는 브로드웨이에서 너무 유명한 배우고 특히 남자배우로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톱스타다. 일단 노래를 정말 잘하고 뮤지컬배우로서는 물론 록스타로서도 각광을 받고 있는 배우 겸 가수이다. 덧붙이자면 노래방을 진짜 좋아한다."

-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맨디: "특별히 뮤지컬이라기보다는 팝적인 것도 있고 공연음악이라 할 무대음악도 많이 섞여있다. 음악이 굉장히 아름답고 좋다."

- 그의 곡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면.
로버트: "'지킬앤하이드'가 고전에 가까운 내용임에도 느낌을 현대적으로 잘 살려준 것을 들 수 있다. 원작인 소설의 내용 또한 음악을 통해 최대한 잘 표현해 낸 것이 훌륭하다고 하겠다."

- 이번 공연은 정통뮤지컬이 아닌 뮤지컬콘서트인데 공연에 대해 소개를 해 달라.
"이건 기본적으로 콘서트가 맞고 음악이 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장점을 살리는 공연이다. 다만 일반적인 콘서트와 다른 점이 있다면, 출연배우 세 명의 캐릭터가 살아있으면서 연기하는 것 같은 느낌까지 주는 콘서트는 이번이 처음이다."

- '지킬앤하이드'에 나오는 노래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무엇인가.
맨디: "'뉴 라이프(New Life)'라는 곡을 제일 좋아한다. 맨디의 극 중 역할인 루시가 새로운 삶을 살고픈 의지를 담은 노래이고 멜로디도 좋기 때문이다."

줄리: "내가 부른 노래는 아니지만 '대결'이라는 곡이 뮤지컬에 삽입된 전체 곡 중에 제일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 노래를 부르는 부분이 본격적으로 두 자아가 싸우는 대목인데, 목소리도 굵은 목소리와 가는 목소리가 반복되는데 로버트가 그 역할을 참 잘해냈다."

(로버트, 옆의 두 배우를 쳐다보며) "내가 이 시점에서 '디스 이즈 더 모먼트(This is the moment)'라고 얘기해야 하는 거지? 이 곡 자체가 중요하기도 하지만 이 노래가 내 인생에 끼친 영향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뮤지컬배우이면서 한편 로큰롤밴드의 리더이기도 한데, 내가 추구하는 로큰롤음악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노래이기에 '더 월드 해즈 곤 인세인(The world has gone insane)'도 상당히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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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정연


(다음은 세 배우에게 각각 질문한 내용이다.)

▲ 로버트 에반(지킬, 하이드 역)

- 지킬 역할로 600여 회의 무대에 섰는데 '지킬앤하이드'만이 가진 매력을 말한다면.
"정통극으로 비유하자면 '햄릿'처럼 자기 머릿속의 두 자아를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뮤지컬과는 비교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지킬앤하이드'에 빠진 이유이기도 하다."

- 역대 지킬 역 배우 중 최고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데, 그런 평가를 받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대답하기 참 어려운 질문인데 아마도 내가 가장 오랜 기간 연기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 미국의 역대 대통령과의 만남과 뉴욕 양키즈 월드시리즈에서 국가를 부르는 등 중요한 자리에 많이 초청을 받은 걸로 알고 있다. 그 중 스스로 가장 영광스럽게 여기는 순간을 꼽는다면.
"J.F.케네디 사고 기념행사에서 노래를 한 적이 있다. 의미있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고 생각해서 그 순간을 가장 영광스럽게 여긴다."

- 눈부신 활동으로 여러 상을 받았는데 그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수상의 순간은.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계의 그래미상으로 여기는 '조지아뮤지컬어워드'에서 상을 받았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요즘 우리나라는 온통 뮤지컬 열풍에 휩싸여 있는데 혹시 알고 있는 뮤지컬 배우가 있다면.
"김비비와 만난 적이 있는데 노래도 참 잘하고 아름다웠던 뮤지컬스타로 기억한다. 그리고 조승우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었는데 실제 본 적은 없다."

a 포즈를 취해 달라는 부탁에 함께 응해 준 세 주인공의 모습

포즈를 취해 달라는 부탁에 함께 응해 준 세 주인공의 모습 ⓒ 노정연


▲ 줄리 라이버(엠마 역)

-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완벽한 트리플 트리트(연기와 노래, 춤)의 상징으로 꼽히는데, 그래도 그 중 본인이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뮤지컬은 각기 작품에 따라 댄스를 많이 필요로 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또한 댄스를 요하는 경우에도 다른 배우들과의 조화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댄스를 연습할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세 가지 중 댄스가 상대적으로 더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

- 연기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도 할 수 있는데, 굳이 뮤지컬배우의 인생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무대에서 노래하는 걸 가장 좋아한다.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런 역할이 주어진다면 흔쾌히 할 의향은 있다."

- '지킬앤하이드'의 내용처럼 드라마틱한 사랑을 해본 적 있나.
"모두가 원하듯이 그렇게 드라마틱한 사랑을 꿈꾸지만, 현실 속에서 과연 누가 그런 사랑을 해봤을지 궁금하다."

- 한국에서 먹어 본 음식 중 가장 맛있었던 것은 무엇이었나.
"(주저함 없이) 비빔밥이 제일 맛있었다."

▲ 맨디 곤잘레스(루시 역)

- '아이다'에서의 암네리스 역도 그렇고 이번 공연의 루시 역할도 마찬가지로 애절한 사랑을 연기했다. 만약 현실 속에서 늘 꿈꾸던 것이지만 이뤄질 수 없는 사랑과 조금은 불만족스러워도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사랑 중에서 어떤 쪽을 선택하겠는가.
"내가 극 중에서 맡은 역할은 비극적인 것이지만 실제 원하는 건 그렇지 않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사랑을 원한다."(참고로 맨디는 기혼자이다.)

- 뮤지컬배우로서 앞으로 꼭 맡아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웨스트사이드스토리'에 꼭 출연해 보고 싶었고 지금도 그렇다."

-한국에 있는 동안 꼭 가보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
"제주에 꼭 가고 싶은데 시간이 허락할지는 모르겠다."

a 한국의 팬들에게 인사를 해달라고 하자 세 사람이 동시에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한국의 팬들에게 인사를 해달라고 하자 세 사람이 동시에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 노정연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해달라고 했더니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며 진짜 인사를 한다. 그리곤 세 명이 동시에 '대한민국'을 외치고 2002년 월드컵 때의 그 박수를 하는 게 아닌가. 미국의 뮤지컬배우에게도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아있는가 보다.

덧붙이는 글 | 뮤지컬콘서트 '지킬앤하이드'는 4월 16일까지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공연합니다. 인터뷰 진행을 도와주신 씨엘커뮤니케이션즈의 임헌란 팀장님과 통역으로 수고해 주신 이재경님에게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맛있는 음식과 멋스런 풍경사진을 테마로 하는 제 홈피 '멀리서 바라보다 뜨겁게 사랑하기' 
(http://blog.naver.com/grajiyou)에도 올려 놓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뮤지컬콘서트 '지킬앤하이드'는 4월 16일까지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공연합니다. 인터뷰 진행을 도와주신 씨엘커뮤니케이션즈의 임헌란 팀장님과 통역으로 수고해 주신 이재경님에게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맛있는 음식과 멋스런 풍경사진을 테마로 하는 제 홈피 '멀리서 바라보다 뜨겁게 사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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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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