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후보들 "어찌 하오리까"

금품살포·비방·폭로등 경선부터 진흙탕선거‘잡음’

등록 2006.04.10 16:35수정 2006.04.1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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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향식 경선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選경선 後중앙당 심사제도, 경선공영제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여성후보 선거지원에 나선 여성 자원봉사자들.
상향식 경선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選경선 後중앙당 심사제도, 경선공영제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여성후보 선거지원에 나선 여성 자원봉사자들.우먼타임스
[주진 기자]4월 중순부터 본격화되는 5.31 지방선거 후보 선출 경선이 과열되면서 여성후보들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경선을 앞두고 유령당원 모집, 금품 살포, 상대방 비방, 폭로전이 잇따라 터지면서 경선을 준비해온 여성후보들이 들러리로 전락하는 모습까지 보여 여성계와 여성후보자들이 긴장하고 있는 것.

여성후보들이 경선의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돈과 조직력에서 여성후보들이 남성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이기 때문. 남성 중심의 정치문화와 여성후보에 대한 편견도 여전해 경선에 나선 여성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앙당과 시·도당, 지역구 국회의원이 특정 남성 후보를 점찍어둔 상태에서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형식적인 경선을 치른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

4월3일, 한나라당 강남구청장 경선을 둘러싸고 지역구 의원인 이종구 의원이 특정 남성 후보를 지지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의원 후원회 사무실에서 자원봉사자 모니터 요원들이 강남구청장 후보 경선에 나선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를 부탁하는 전화를 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압수수색 결과 현장에서 사전선거운동에 쓴 것으로 보이는 강남구 통반장 명단과 각종 단체 명단도 발견됐다.

현직 여성 구의원으로 강남구청장 후보 경선에 나선 박춘호 의원은 “공정한 경선을 관리 감독해야 할 지역구 국회의원이 불법을 저지르며 ‘자기 사람 챙기기’에 나섰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서울시당이 형식적인 공천심사위원회를 만들어놓고 밀실정치를 하면서 여성후보들을 배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접 선출에 의한 상향식 공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분 도입된 여론조사 경선 방식도 곳곳에서 표본 조작 파문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 정당 관계자는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표본을 추출해 여론조사를 하거나 당원과 국민을 혼합한 경선 방식에서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비율을 조정하는 식으로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 2002년 지방선거 때 당내 경선에서 남성 후보와 피를 말리는 접전 끝에 후보로 당선된 한 여성 지방의원은 “경선만 떠올리면 지긋지긋하고 끔찍하다”고 토로한다. 그는 “경선을 치르면서 총알(자금)이 바닥나고, 각종 비방과 흑색선전은 후보가 본선에 나섰을 때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한다”며 경선 부작용을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당은 당원과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기간당원 경선, 국민경선, 여론조사경선 등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당원들에 의한 직접 선출 방식으로 중앙당 인준을 거쳐 후보를 뽑는다. 민주노동당은 각 지역에 여성후보 20% 강제 할당을 의무화하도록 당헌당규에 규정했으며, 이를 지키지 않은 경우 그 지역의 후보 전체 인준이 되지 않는다.

한편, 여성계와 여성 출마자들은 경선에서 여성후보에게 총점의 20%에 해당하는 가산점을 주는 제도는 여성후보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열린우리당·한나라당 출마자연대는 실효성 없는 20% 가산점 대신 여성 전략공천 확대와 함께 경쟁력 있는 여성후보는 무경선을 원칙으로 하는 단수 후보로 추천해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양경숙 열린우리당 종로구청장 예비후보는 “여론조사 등을 통해 당선 경쟁력이 검증된 여성후보에겐 무경선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거전문가를 중심으로 학계 일각에서는 상향식 경선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여성의 지방의회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전략공천 확대와 ‘선 경선 후 중앙당 심사제도’, 경선공영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 경선 후 중앙당 심사제도’는 경선 후 중앙당에 추천하는 후보를 2~3인으로 하는 복수추천을 의무화해 최종 후보를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여성후보가 출마하면 경선 결과에 상관없이 공직 후보 추천 명단에 포함시켜 중앙당에서 최종 심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김 교수는 “돈과 조직력이 부족한 여성후보들을 위해서는 경선공영제 도입도 적극 실현되어야 한다”면서 중앙당 차원에서 전국 동시선거로 개편하고 경선 비용 자체도 국가 혹은 정당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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