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12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외환은행 불법 매각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2003년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 당시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의도적으로 축소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정찬영 감사원 홍보관리관은 12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외환은행에서 산정한 BIS 비율 6.16%에 대한 근거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수백억대의 부실규모가 이중 계산된 점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도 이 부분을 시인했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은 또 최근 매각 당시 외환은행 BIS 비율을 재산정해 8%대 중반의 결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홍보관리관은 "최종 확정과정에서는 8%를 기준으로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지만 BIS 비율이 6.16%보다는 높을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재산정 결과 BIS비율이 6.16%보다 높게 나온다면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애초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외환은행 등이 '2003년 말 BIS 비율이 6.16%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치를 근거로 론스타의 은행대주주 자격 취득과 매각을 승인해줬기 때문이다.
BIS 비율 8%대에 이르는 은행은 부실은행이 아니라 비교적 건전한 우량은행으로 분류된다. '투기자본' 비난을 받고 있는 론스타에 성급하게 매각할 필요성도 없었다는 얘기다.
누가 지시했나... 검찰 칼 끝은 고위급으로
실제 감사원의 재산정 잠정치(8%대 중반)는 당시 금감원 조사 결과와도 들어맞는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2003년 외환은행 실제 BIS 비율은 8.55%(3월 말)→9.56%(6월 말)→9.48%(9월 말)→9.35%(12월 말) 등의 변화를 보였다. 재경부와 금감위가 외환은행 매각의 근거로 삼았던 BIS 비율 전망치 6.16%(2003년 7월 25일 보고)와는 크게 다른 수치다.
감사원 조사 결과, 외환은행과 일부 정부당국자들은 수백억원의 부실채권을 이중계산하는 방식으로 BIS 비율을 축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조사의 초점은 누가 BIS 비율의 '의도적 축소'를 지시했는지에 맞춰지고 있다.
의혹의 초점이 되는 1차 대상자들은 이미 조사를 받았다. 이달용 전 부행장과 외환은행 실무자들이 감사원을 다녀갔고, 정성순 전 은행감독국장 등 금감원 관계자도 줄줄이 소환될 예정이다.
하지만 감사원의 칼 끝은 실무자들을 넘어 고위급 경제당국자들로 향하고 있다. 이정재 전 금융감독원장, 백재흠 은행검사1국장, 김석동 재경부 차관보,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등이 모두 감사원 조사 대상이다. 현직 교육부총리인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까지 조사받게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들이 받고 있는 혐의는 간단하다. 외환은행의 BIS 비율이 의도적으로 축소됐는지 미리 알고도 이를 묵인해줬느냐는 점이다. 론스타와 외환은행 경영진의 로비를 받고 압력을 넣지 않았느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