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바닥과 돌부리가 부딪치면서 기름이 새어나왔습니다.문일식
승용차가 이곳에 멈춰 서 있는 이유를 들어보니 참으로 기가 막혔습니다. 맨 앞에 멈춰선 차량의 주인은 여수 영취산에 갔다가 올라오는 길이었고, 네비게이션으로 길을 설정했더니 이 길이 나오더랍니다. 더 웃긴 것은 산을 오르던 등산객에게 이 길로 갈 수 있냐고 물었더니 갈 수 있다라는 대답을 듣고 올랐는데, 승용차라 차고가 낮다보니 흙길, 특히 돌길에서는 무력했던지라 옆에 계시던 부인되시는 분이 차에서 내려 돌을 골라가며 차가 다니는 길을 만들고 오셨다는 거였습니다. 그러다가 거의 다 와서 방심한 채 차를 몰아내려가다가 그만 돌부리에 차가 걸렸고, 그 자리에 멈춰 고장이 났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쨌거나 그 부부로부터 산을 넘어온 사연과 하소연을 듣고 나니 측은한 생각도 들고, 이 차가 움직여야만 갈 수 있다는 생각에 한 배를 탔다는 동질감이 느껴지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올지도 모르는 AS기사와 견인차를 기다리다보니 시간은 하염없이 지나갔고, 여행은 이미 물 건너 가고 있었습니다. 시간을 빼앗겼다는 생각이 들면서 화도 나고, 아쉬움도 들었지만, 몇 시간 동안이나 차를 몰고 내려오신 분들의 노고나 자신들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하는 몇 명의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을 생각하니 감히 그럴 수도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