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없는 쿨... 강금실 당선은 텄다"

여의도 정치 전문가들이 말하는 '안되는 이유 4가지'

등록 2006.04.17 08:57수정 2006.04.1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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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등장했던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하지만 한나라당에서 대항마 격으로 등장한 오세훈 후보에게 맥을 못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연 그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등장했던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하지만 한나라당에서 대항마 격으로 등장한 오세훈 후보에게 맥을 못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연 그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 오마이뉴스 이종호

[프롤로그] '강풍'의 풍속이 줄어들고 있다

4월 11일(MBC): 39.0%(오)-36.4%(강) = 2.6%p
4월 12일(CBS): 45.5%(오)-36.2%(강) = 9.3%p
4월 13일(KBS): 43.6%(오)-39.9%(강) = 3.7%p
4월 16일(경향): 46.6%(오)-33.3%(강) =13.3%p


여론조사 추이야 들고나는 것이지만, 일단 현재까지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한나라당 예비후보(전 한나라당 의원)가 강금실 열린우리당 예비후보(전 법무부장관)를 앞지르고 있다.

'강풍'(강금실 바람)의 독주를 대항마로 나선 '오풍'(오세훈 바람)이 제압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선거전문가들은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오세훈 카드'가 제시되기 전, 그러니까 '강금실 인기'가 상종가를 칠 때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회의적인 반응이 컸다. 열린우리당에 우호적인 인사들의 경우에도 '강금실 카드로는 안된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 이유와 근거를 들어봤다.

이유 ① 투표율 : "캐스팅보트는 40대가 쥐고 있다"


낮은 투표율. 가장 많이 거론되는 사항이다.

1995년 첫 지방선거에서 투표율은 68%에 달했지만 점점 떨어져 지난 2002년 선거에선 49%였고, 이번엔 그 이하로 떨어질 거란 분석이 나오는 상황. 물론 대중적 인기가 높은 강금실·오세훈의 출현으로 당장의 선거관심도는 높아지고 있지만 선거일은 45일이나 남았다.


전문가들은 특히 '연령대별' 투표율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강 후보는 20·30대, 오 후보는 40대 이상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2002년 선거에서 연령대별 투표율에 현재의 지지도를 반영하면 15% 차이로 강금실 후보가 진다"고 말한다. 큰 차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대표는 또한 "과거엔 386으로 대표되는 30대가 아래 20대와 위 40대를 리드하며 캐스팅보트를 쥐는 양상이었지만, 이제 40대가 아래 20·30대를 이끌고가는 추이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민 컨설팅'의 박성민 대표는 '40대 여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박 대표는 "40대 여성은 우리사회에 벌어지고 있는 100가지 이슈에 반응한다"며 "교육·주택·노인·복지 등 대한민국의 모든 정책이슈가 자기 생활과 직접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살림살이' 성격을 지닌 지방선거에선 특히 이들의 여론장악력이 크다는 것. 40대 여성의 경우, 최근 조선일보-한국갤럽 조사에서 오 후보(53.7%)가 강 후보(36.8%)에 비해 절대 우위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투표율이 53%만 넘기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일리가 있다는 주장이라면서도 "민주노동당과 민주당과의 표 분산이 문제"라고 봤다. 김헌태 소장은 "투표율이 어느 정도 된다 해도 2~3%p 수준의 근소치로 이길 텐데 이를 민주노동당이 쥐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철 민주노동당 후보는 현재 3% 안팎의 지지도를 보이고 있다.

a 40대여성을 잡아라!...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청계천에서 만난 시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40대여성을 잡아라!...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청계천에서 만난 시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유 ② 정당 : "인물이 정당을 앞섰던 선거는 없다"

낮은 투표율에 '정당'이라는 마이너스 요소가 추가된다.

김 소장은 "서울시장 선거는 대선의 미니선거이자 정부 여당에 대한 중간평가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지난 네번의 지방선거에서 인물이 당을 넘어선 적이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회복되지 않는 지지도는 강금실 후보의 뒷덜미를 잡는 요소라는 얘기다.

이명박 '황제테니스' 파문, 최연희 성추행 사건 등 여러 악재에서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30%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오세훈 영입 이후 다시 치솟는 현상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비해 열린우리당은 최근 소폭 상승하고 있지만 20%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물 중심의 선거 구도는 언론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성민 대표는 "선거는 기본적으로 구도와 컨셉이 있어야 하는데 언론이 강금실·오세훈을 띄우면서 이계안(열린우리당)·홍준표·맹형규(한나라당) 등 다른 후보들이 주목받을 기회가 차단되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CEO 출신의 이계안 열린우리당 의원은 "나도 국회의원이 안 되었더라면 영입 앞순위였을 것"이라고, 또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여당의 강금실 띄우기 10분의 1만 해줬던들…"이라며 각각 자당 지도부에 불만을 토한 바 있다.

아울러 박성민 대표는 "강금실 후보는 양극화 등 서민층을 공략하려는 정부여당의 정책 방향과 맞지 않고, 오세훈 후보는 그 이미지로 인해 한나라당의 참여정부 심판론이 묻히는 효과를 낸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둘을 놓고 보자면 오 후보에겐 정당 기반이 있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덧붙였다.

a 그의 캠프는 정치인+비정치인...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경선 출마를 선언한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지난 9일 종로구 신문로 선거사무소에서 김영춘 본부장, 오영식 대변인, 김호기 교수와 함께 회의를 하고 있다.

그의 캠프는 정치인+비정치인...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경선 출마를 선언한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지난 9일 종로구 신문로 선거사무소에서 김영춘 본부장, 오영식 대변인, 김호기 교수와 함께 회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유 ③ 전략 : "감동없는 '쿨'... 너무 낯설다"

"이건 산수이고 법칙이다." 선거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객관적인 지표상에선 '강금실 완패'라는 얘기다. 동시에 이들은 "법칙은 감동 앞에선 모래성"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즉, 시대정신과 역사적 감동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 있어서도 전문가들은 강 후보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알려졌다시피 강금실 후보는 시민의 주체성·진정성·포용성 등 '정치 패러다임의 전환'을 선거 기조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면서 선거정치에 접근하는 언어와 방법을 달리면서 '낯선 실험'을 감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헌태 소장은 "단절이 지나치면 대중과 뜬다"라며 "새로운 시도라도 과거와의 연속성을 지녀야 하는데 아직은 강금실의 시도가 대중에게 어필하고 있지 못하다"고 말한다. 더욱이 "본인이 지니고 있는 소신과 강단의 이미지와 주장하고 있는 패러다임 목표 사이에 연결 고리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좋은 의미도 가시화에 실패하면 무용지물"이라고 말한다.

홍형식 대표는 아예 "통치는 계몽이 가능하지만 선거는 철저하게 '짱돌' 싸움"이라면서 "역사적으로 누적된 정치불신을 선거기간 동안 해소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일갈한다. 아울러 "참신하다는 인상은 주지만 세대교체 정도의 메시지로 전달된다"고 덧붙였다.

박성민 대표 역시 "노무현은 역사적 감동이 있었지만 강금실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통하는 '쿨(cool)하다'는 정도"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여당 지지층에 호소하기엔 강남족, 문화귀족 등의 이미지가 강하다고 지적한다.

열린우리당은 "같은 '신상품'이지만 막상 포장지 뜯고 내용물을 확인하는 순간 국민들의 판단은 달라질 것"이라며 차이를 강조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중들은 강금실과 오세훈의 차이를 모른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강금실 후보가 누렸던 이미지 독점력은 오세훈 후보가 등장하면서 나눠먹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

이유 ④ 선거캠프 : "정당 문화와 후보 취향의 부조화"

이외에도 '강금실이 안 되는 이유'는 더 있다. 선거캠프에 대한 관리능력.

강금실 선거대책본부는 정치인과 비정치인이 섞여있다. 게다가 시민위원회 등 의견그룹도 다양하다. 이에 대해 강 후보는 정당에 의존하지 않는 이같은 시도를 '실험'이라며 시작은 더디지만 가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도 자신했다.

하지만 한 전문가는 "정당시스템이나 선거에 대한 '무지'가 선거캠프에 대한 기본적인 장악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후보가 너무 똑똑하면 사람이 오래 머물지 않는다"는 말도 나왔다. 강금실 후보 개인의 취향이 지나치게 반영되고 있다는 얘기다. 강 후보는 출마 전부터 승패를 떠나 자기 정체성을 잃지 않는 선거운동을 강조한 바 있다.

[에필로그] 강금실은 재미있고, 전문가는 걱정스럽다

"텄다!"

사실 이번 기사의 기획은 지난달 몇몇 리서치 전문가들과 사석에서 만난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강금실 카드'에 대해 이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가망이 없다'고 단언했다. 출마 결심 과정을 그대로 대중에게 노출한 강금실식 정치에 대해 "선녀 정치"라는 표현도 나왔다.

하지만 강금실 후보의 반응은 정반대다. 출마 결심까지 장고에 장고를 거듭한 게 언젠가 싶게 최근엔 "너무너무 재밌다, 안 나왔으면 큰일날 뻔했다"는 말이 그의 지인들로부터 들린다. 강 후보의 '재미'와 전문가들의 '우려' 사이, 유권자들의 심판이 남았다.

"무슨 소리, 강금실은 된다"
강 캠프가 말하는 당선 가능성과 전략

▲ 정해구 교수가 제시한 '강금실의 정치실험' 도표. 정 교수는 16일 열린 '패러다임 시프트(전환)와 한국정치' 공개토론회에서 이같은 그림을 내놓으며 "권력정치→생활정치로, 거시정치→미시정치로 한국정치의 교착 상태를 뚫고 가는 데 강금실의 정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선거전문가들의 비관적인 전망에 대해 강금실 캠프는 "모르지 않는다"면서 크게 흔들리지 않는 반응이다. 이들이 '강금실이 된다'고 보는 이유는 크게 3가지. 리더십·진정성·여성이다.

[리더십] "우린 전직 장관, 오세훈은 기껏 20명 법인 대표"

이광재 열린우리당 전략기획위원장은 "강금실 vs 오세훈, 일대일 구도가 본격화되면 강 후보가 이긴다"며 "강 후보는 1만2천명의 법무부 조직을 움직여 봤고 검찰을 지휘·감독하며 개혁을 주도한 경험이 있다"고 말한다. 반면 오 후보의 경우 법무법인 지성의 대표변호사와 국회의원 초선을 지낸 정도라는 것.

[진정성] "포장 같아도 내용 달라"

또한 포장지는 비슷해도 내용물이 다르다는 논리. 즉 '방송토론' 등 대중과의 직접 소통에 나서면 강 후보의 '진정성'이 드러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오영식 의원(강 캠프 대변인)은 "이미지가 겹치기는 하지만 정면승부를 벌이다 보면 '진정성'에서 차이 드러난다"며 "선거막판에 가면 콘텐츠의 차이가 어필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여성] "남성이 강금실 찍을 것"

강 후보가 여성이라는 점. 민병두 의원(강 캠프 기획실장)은 "이번 선거는 성대결 측면이 있다"며 여성 유권자들이 오세훈 후보를 지지한다는 점을 의식해, 남성유권자들은 강금실 후보를 지지한다는 역논리를 폈다. 아울러 여당은 한명숙 총리 지명자가 당 지지도와 무관하게 선호도가 높은 점에서 보여지듯 여성 정치인이라는 '시대적 프리미엄'도 적극적으로 해석했다.

한편, 정해구 교수(성공회대 정치학)는 16일 강금실 캠프 주최로 열린 '패러다임 시프트(전환)와 한국정치' 공개토론회에 참석해 '강금실의 정치실험'을 도표화해 눈길을 끌었다(표 참조). 그는 "권력정치→생활정치로, 거시정치→미시정치로 한국정치의 교착 상태를 뚫고 가는 데 강금실의 정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강금실의 실험은 기존의 정치공학으로 따지면 실패할 수 있다"면서도 "미래정치를 여는 모델을 제시한다면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실험"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지난 총선에서 전체 의원의 63%가 초선으로 물갈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구태 정치가 반복되는 이유를 자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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