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통화권 이벤트, 알고보니 사기

인터넷 게임 경품 내세운 '사기성' 광고 마케팅 성행

등록 2006.04.18 11:06수정 2006.05.2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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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엉터리' 월드컵 무료행사 게임, 차면 다 들어간다.

'엉터리' 월드컵 무료행사 게임, 차면 다 들어간다. ⓒ 김장회

경기도에 사는 박아무개씨가 한 PC방에 들어가 인터넷에 접속하자 "골을 넣으면 3만원 무료통화권이 펑펑"이라는 큰 행사 문구와 함께 골넣기 게임이 나타났다. '3만원 무료통화권'이라는 문구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박씨는 골넣기 게임에 참여했다.

그러나 이 게임은 한 영화사이트의 유료회원 모집을 위한 '사기성' 무료 행사였고, 박씨는 클릭 한 번에 오히려 돈 3만원을 날렸다.

한국소비자연맹 게시판에도 이같은 피해자의 고발을 찾을 수 있었다. 한 피해자는 고발글을 통해 "타이틀상 무료통화권을 준다고 믿고 개인정보(핸드폰번호, 주민번호, 이름)을 쓰게 되죠, 저희 같은 서민은 핸드폰비가 3만원이 안 되게 아껴 쓰는데 그 이상의 결제가 나온 것에 충격일 뿐입니다"라고 토로했다.

차면 차는 대로 다 들어가는 페널티킥 게임

"월드컵 16강 기원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무료휴대전화 통화권'을 준다며 만들어진 이 게임은 축구 페널티킥 게임이다. 골을 넣으면 3만원 무료통화권을 준다고 되어 있다. 3만원 무료통화, 솔깃한 유혹이다.

공 방향을 잡고 공을 차는 대신 마우스로 클릭을 하면 골이 들어간다. 3만원을 기원하며 혹시 안 들어갈까 봐 심사숙고하여 방향을 정한다. 그리고 슛 골인. "축하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3만원 통화권 받기 버튼이 나타났다. 기쁜 마음으로 통화권 받기 버튼을 누르니, 휴대전화 입력페이지가 나타난다.

휴대전화번호 등 정보를 입력하자 휴대폰으로 승인 메시지가 온다. 그리고 회원가입페이지가 화면에 뜬다. 회원가입을 해야 무료권을 준다고 되어 있다. 회원가입을 한다. 24시간 내에 적용된다고 뜬다.


혹시 이렇게 한 적이 있다면 당신은 3만원짜리 유료회원 가입비를 결제한 것이다. 기자도 취재를 위해 게임에 직접 참여해 보았다. 사전에 문제를 알고 한 일이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회원가입이 되고 말았다. 혀를 내두르는 정말 교묘한 방법이었다.

a 핸드폰 무료통화권을 받기 위한 정보입력창으로 보이지만, 실제론 회원가입을 위한 결제정보창이다. 정보를 입력하면 3만3000원의 금액이 결제된다.

핸드폰 무료통화권을 받기 위한 정보입력창으로 보이지만, 실제론 회원가입을 위한 결제정보창이다. 정보를 입력하면 3만3000원의 금액이 결제된다. ⓒ 김장회

해지는 복잡... 환불해도 3만원 중 1만2천원만 돌려받는다


a 어처구니없는 환불규정만 있는 고객센터 페이지

어처구니없는 환불규정만 있는 고객센터 페이지 ⓒ 김장회

"가입 48시간 이후~3일 이내에 탈퇴를 원하시면 가입약관에 따라 결제대행 수수료 및 광고대행 비용을 일부 본인이 부담하셔야 하며, 신분증 사본과 환불가능한 본인명의 통장사본을 신청서와 함께 보내주셔야 합니다.

(환불금액은 1만2200원이며 업무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매주 수요일 일괄처리 됩니다)"


'무료휴대통화권' 준다고 해놓고 은근슬쩍 회원가입비 결제해 놓고, 환불시 수수료까지 피해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더욱이 광고 대행비까지 일부 부담이다.

무료통화권 이벤트를 통해 사이트 유료가입 판매 문제가 되고 있는 ○○무비를 비롯해 문제가 되고 마케팅을 하는 곳은 대부분 유료 영화사이트들이다. 이 사이트들을 들어가 보면 최신영화는 구경하기 어렵다. 겨우 수십 편의 영화만 상영하고 있다.

더욱이 일부 콘텐츠는 겉으로 보기와 달리 실제로 들어가면 직접 서비스하지 않고 타업체 사이트에 링크만 되어 있기도 했다. 이 또한 소비자 기만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문제의 ○○무비는 악성코드 유출로도 유명, 많은 네티즌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네이버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무비를 성토하는 네티즌 글이 줄을 잇고 있다.

게다가 문제의 방법으로 회원을 모집하는 사이트들은 대부분 성인 콘텐츠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무비의 경우 가입시 입력한 핸드폰 번호와 주민번호만으로 성인인증이 끝나 부모 등 타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일부 청소년들은 아무런 제한 없이 성인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PC방 사용자들이 집중 피해... "프랜차이즈가 수익 위해 광고 유치"

특히 PC방 사용자들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었다. 안산의 한 PC방 업주조차 피해자가 되었다. 이는 사기성 사업자들이 주로 PC방 가맹점을 통해 광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인 PC방 업주 함아무개씨는 "PC방들은 대부분 관리 프로그램을 프랜차이즈사에서 제공받는데 프랜차이즈업체는 수익의 일환으로 광고를 유치해 인터넷 홈페이지 랜덤 띄우기를 한다, 문제의 경품행사 같은 광고도 있어 많은 PC방 사용자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말하다.

이같은 무료를 가장한 사기성 물건 판매는 소비자들의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이중삼중으로 피해를 준다. 더욱이 사기성 물건을 파는 회사 치고 환불이 쉬운 경우는 거의 없다. 관계 당국은 이같은 사기성 마케팅에 대해 철저히 수사,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한 피해자는 "돈보다는 속은 것이, 속은 것보다 (업체가) 전화를 피하는 통에 그것에 더 열통 나요"라며 취소를 하려 해도 통화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에 더 분통을 터트렸다.

행사업체 측 "대기업도 다 쓰는 방법... 표시했으니 문제없다"

1시간여 시도 끝에 문제의 업체 고객센터와 통화에 성공했다. 광고 문제를 말하자 상담자는 알겠다는 듯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취소해 주겠다고 했다.

이같은 행위를 하는 업체는 대부분 통화가 어렵거나 불가능했다. 업체에서 전화를 피하는 이유가 취소를 안 해주기 위한 것 아니냐고 따져묻자 업체는 "전화받는 사람이 안 나와 그렇다"고 둘러댔다. 이들 약관에 보면 48시간을 넘기거나 휴대폰 무료통화권을 얻은 경우 완전 환불은 불가능했다.

이같은 사기성 광고마케팅에 대해 해당 업체측 책임자는 "대기업들도 다 사용하는 마케팅 방법이고 표시할 것을 다 했으므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피해 구제를 위해서는 두세 배 보상하게 해야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연맹(http://www.consumersunion.or.kr/) 윤영미 담당자는 "이 방법이 새로운 방법은 아니다, 이미 지난번 제로옥션 문제로 공정위에서 표시 권고안을 발표하기까지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업체들이 글자체를 줄이는 방법으로 법망을 피해 가고 있다, 소비자 단체로서는 마땅한 처벌 방법이 없어 고발이 들어오는 대로 최대한 취소를 시켜주고 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소비자 단체의 처리는 후속 대책일 뿐 근본적인 처방이 되지 않으므로 공정거래위원회 차원의 근본적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와 같은 피해 때 지체없이 소비자단체 등에 고발하거나 해당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환불 요청을 할 것을 당부했다.

이런 사기성 피해로 환불받으려다 보면 그 절차가 복잡하고 무척 번거로워 되레 비용이 더 든다. 이중삼중으로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피해자는 환불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소액 피해의 경우 표준규정을 만들어 간단한 절차로 보상토록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또 정신적 피해를 보상토록 하는 규정을 만들어 피해액보다 몇 배 많은 보상을 하도록 해 피해를 사전에 예방토록 하는 등 특별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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