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결제, 너무 쉬워서 문제다

명의도용 소액결재 등 피해 속출

등록 2006.04.27 19:23수정 2006.04.27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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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3일 경남 김해에서 학원을 하는 한 여성은 14만8500원(2만9700원씩 5번 결제)를 당하는 피해를 보았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저는 온라인 게임은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인데요. (게임 사이트에서) 14만8500원이나 되는 돈을 청구했습니다. 누가 제 주민번호를 도용한 것도 화가 나지만, 휴대폰을 제가 가지고 있는데도 어떻게 인증번호까지 눌러서 결제를 완료했냐는 겁니다.

사건 당일 오전부터 소액결제 인증번호 문자가 제 휴대폰으로 계속 와서 이상한 마음에 통신사 측에 전화를 했더니 안내원은 인증번호를 안 눌러서 결제가 되지 않았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웬걸. 4월 전화비 청구서를 보니 다 결제가 돼 있더라구요. 게다가 해당 사이트 측에서는 사용한 사람의 계정은 아는데 연락이 안 된답니다. 그리고 연락번호를 알려줄 수도 없다는 소리를 합니다. 물론 사이버 신고센터에 접수한 상태입니다."


이 피해자는 "당시 누군가가 온라인 소액결제를 시도하고 있다고 통신사 고객센타에 문의를 했고, 그 때 통신사는 승인번호를 입력하지 않아 결제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어떻게 생길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개했다. 그는 "명의 도용 상황을 통신사 측이 인지하고도 그 대처에 소홀해 피해가 발생했다"며 통신사 측의 안이한 태도를 원망스러워 했다.

다양한 피해, 일일이 열거하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

이같은 피해가 가능했던 것은 통신사 부가서비스 때문이다. 고객의 편리를 위해 홈페이지에서 휴대폰으로 보내진 문자메시지를 보고 답변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인데, 여기서 도용된 개인정보로 해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승인번호를 보고 입력 결제하는 도구로 사용된 것이다.

해당 통신사는 취재가 시작되고 피해자가 강력히 항의하자 해당 피해자에게 소비자의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피해는 빈도의 차이만 있을 뿐 특정 통신사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


비단 이 사례뿐 아니라 최근 들어 소액결제와 관련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본 기자도 얼마 전 휴대폰 무료통화권이라는 이벤트로 사기성 고객모집을 사례를 기사화했는데, 이와 관련된 많은 피해자들의 항의로 해당 업체들이 업무 마비를 토로했다. 이는 최근 온라인 소액결제로 인한 피해자들이 대량발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카페 '휴대폰 소액결제 피해자모임(cafe.daum.net/soeaek)' 회원인 임대천(대화명 '작은바램')씨는 최근 2~3개월 사이 소액 피해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는 소액결제 편리화에 의한 폐해라고 지적하고 속출하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소액결제시스템 보안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다음은 이 까페에 올라온 사례들이다.


" 잠자려고 누워있는데 문자가 오더군요. '승인번호와 결제금액 3000원' '승인번호와 결제금액 3만원' 뭐 이렇게 몇 개 오더니 '결제 04/24 23:53 금액 : 30000 상세내역' 이런 문자가 오더군요. 무료 접속이라길래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정말 결제되어 있더군요. 며칠 전에도 비슷한 '승인번호랑 결제금액 3000' '30000' '5000'이 오던데. 이번엔 결제가 성공됐더군요. 환불해주시지 않으면 소비자보호원·정보통신부 고발은 물론 적극 대응하겠습니다. 화나네요. 낼이 시험인데."

"금년 1월 1일부터 매월 3000원씩 자동결제되고 있음. 이것은 정회원 자동결제라 하나, 본인은 한 번도 해당 사이트의 정회원이었던 적이 없음. 단지 돈만 결제되고 있음. 이것은 명백한 부당이득이라고밖에 볼 수 없음."


무료통화권은 소액결제를 유도하기 위한 이벤트 상품으로 자주 활용된다. 그러나 일반휴대전화 이용요금이 보통 10초당 20원 이하인데 반해 무료통화권의 통화단가는 통상 1초당 4원, 10초당 30원, 20초당 50원 등으로 상대적으로 비싸다. 더욱이 무료통화권을 사용하기 위해선 080-****-****으로 시작되는 번호를 누른 다음 통화하고자 하는 번호를 또다시 입력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요금도 비싸게 책정해 통화권이 쉽게 소진되고, 이용이 불편해 몇 번 쓰다가 이내 사용을 않게 된다. 업체들은 이것을 이용한 것이다. 무료통화권을 주었지만, 사용하지않으므로 실제 소용되는 비용이 적어 상대적으로 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소액 결제

"'sexkorea2006 2만9700원' 'zzangtv.com 3만3000원' 'officenude.co.kr 2만7500원' 'joycomic.com 5500원' 'lovechoice.co.kr 3300원'

어떻게 조치를 해야하는 건지 답답합니다. 부모를 속이고 우리 아이가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가슴이 무너지고, 저러한 사이트에서 성인 인증을 초등학교 4학년짜리가 통과할 정도로 허술하게 관리한다는 점에서 분노를 터뜨립니다. 이 사건으로 부모와 자식 사이가 회복이 안 될 정도로 파괴되었으며, 아이가 입었을 정신적인 피해를 생각하면 해당 업체를 법적으로 고소하는 절차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처단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요금결제에 대한 취소는 가능한지 여러분들의 답변 기다립니다. 우울한 오후 ㅠ.ㅠ"


이처럼 피해자가 급증하고 있는 원인은 편리해진 소액결제방법에 있다. 유선전화로 결제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문제가 된 한 어린이용 게임사이트에 들어가 실제로 결제를 시도해보았다. 일반전화 ARS를 선택한 후 전화번호와 주민번호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결제가 가능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게임을 위한 아이템이나 홈페이지 장식 등을 위해 사이버머니 충전의 유혹을 받게 된다. 금전에 대한 인식이 완전하지 않은 어린이에게 이처럼 보호자의 허락없이 결재가 가능하도록 한 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위의 사례처럼 성인사이트까지 결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골아이고향☜ 에도 송고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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