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 "실록반환문제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

환수위, 도쿄대학 미지근한 답변에 강한 압박

등록 2006.04.18 12:20수정 2006.04.1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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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환수위 간사 법상 스님에게 답변서를 전달하는 도쿄대 도서관 사사카와 사무부장

환수위 간사 법상 스님에게 답변서를 전달하는 도쿄대 도서관 사사카와 사무부장 ⓒ 송영한

김원웅 국회의원을 비롯한 조선왕조실록 환수위원회(이하 환수위, 공동의장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 봉선사 주지 철안 스님) 실무방문단은 17일 일본 도쿄대학교 도서관을 방문해 3월 15일 1차 협상에서 약속한 답변서를 전달받고 도쿄대학 측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반환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해 "실록 반환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는 답변을 받아 냈다.

오전 10시 도쿄대학 도서관 제1소회의실에서 있은 이날 만남에서 도쿄대학은 "현재 역사적 사실을 조사 중이고 반환 여부를 결정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이라는 내용의 답변서를 환수위 측 간사인 법상 스님에게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의 답변서를 전달받은 김원웅 자문위원장과 혜문 스님, 문만기 실행위원장 등 환수위 관계자들은 "도쿄대학 측의 성의 없는 답변에 실망한다"며 답변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조사기간을 명시할 것과 다음 회담에는 도쿄대학 총장이 직접 나와 반환 여부 등 책임 있는 답변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a 회담에 앞서 도쿄대학 아까몽(赤門) 앞에서 실록의 무사반환을 발원하며 독경하는 법상 스님과  혜문 스님

회담에 앞서 도쿄대학 아까몽(赤門) 앞에서 실록의 무사반환을 발원하며 독경하는 법상 스님과 혜문 스님 ⓒ 송영한

김원웅 자문위원장은 "월드컵 공동 개최와 한국의 일본문화 개방에 발맞춘 일본의 한류바람 등 한일간의 교류가 어느 때 보다 활발한 지금 아직까지 실록을 인도하지 않은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도쿄대학 측이 주장하는 역사적 사실은 더 규명할 필요가 없는 명약관화한 일"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김원웅 위원장은 "일본 측이 총장 앞으로 보낸 3월 15일자 공문에 대한 답변을 도서관장 이름으로 하는 등 기본예의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공박하고 "다음 회담에는 총장이 직접 나와 견해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또 "이 문제는 한국국민의 정서상 휘발성이 높은 사안으로 이미 한국 국회가 소모임 결성을 추진하고 있는 등 시민단체, 학계, 법조계 모두가 관심을 갖고 있는 일인만큼 아시아의 지성이라고 자부하는 도쿄대가 현명한 판단을 해 줄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a 도쿄대학과 실록 반환을 협상하는 환수위원들(오른쪽 줄)

도쿄대학과 실록 반환을 협상하는 환수위원들(오른쪽 줄) ⓒ 송영한

이에 대해 도쿄대학 도서관 사사카와 사무부장은 "반환문제는 도쿄대학교의 문제만은 아니며 문부과학성, 문화재청, 외무성 등 관련부처와 협의해야 한다"고 밝히고 "아직 역사적 규명이 남아 있고 도쿄대학교가 국립에서 법인으로 바뀐 뒤 처음 있는 일로 아직까지 재산처리 규칙이 정해지지 않아 시간이 걸린다"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김 위원장은 다시 "도쿄대학은 야스쿠니신사가 반환해도 좋다는 일본 외무성의 통보만으로 북관대첩비를 선선하게 반환한 것을 본받아야 할 것"이라며 "구차스럽게 규칙을 들먹이는 도쿄대학을 이해하지 못 하겠다"고 따졌다.

환수위 간사 혜문 스님도 "일본이 실록을 약탈해 간 사실은 당시 동경제국대학이 발행한 사학잡지에 고스란히 수록돼 있는데 무슨 규명이 필요한가?"라고 통박하고 "해방 후 60년이면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른 시일 안에 반환할 것을 촉구했다.


a 회담을 끝내고 성명서를 낭독하는 문만기 실행위원장(왼쪽에서 세번 째)

회담을 끝내고 성명서를 낭독하는 문만기 실행위원장(왼쪽에서 세번 째) ⓒ 송영한

환수위 측이 "총장의 일정에 따라 날짜를 조정할 수는 있으나 오는 5월 10일까지 진행사항을 중간보고 받으러 다시 도쿄대학을 방문할 것"이라고 일방 통보하자 도쿄대학교 측은 "실록 반환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회담을 마친 환수위원들은 도쿄대학교 구내에서 성명서 낭독에 이어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사에 대해 교언영색을 일삼는 일본정부와 도둑을 비호하는 도쿄대학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아시아의 모든 지성 세력은 물론 일본의 양심세력과 협력해 따끔한 경책을 내릴 것"이라며 "세계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민족이 모두 떨쳐 일어나 조선왕조실록 반환 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한편 이날 회담에서 도쿄대학은 답변서에 첨부한 소잔본 목록을 통해 47번째 책은 중종실록1권과 2권을 합본한 책임을 밝혔다.

a 기자회견하는 이춘희 재일동포 변호사(가운데)

기자회견하는 이춘희 재일동포 변호사(가운데) ⓒ 송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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