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아이의 모습이지요. 이 사진은 180도로 한 바퀴 돌려 놓은 것인데요, 본래는 머리 쪽이 아래로 발쪽이 위로 비스듬히 누워 있는 사진이지요. 그래서 내 딴엔 무척이나 걱정스러웠던 것이지요. 저렇게 있다가 한 바퀴라도 굴러 버리면 어떨까 하구요.권성권
“왜 이렇게 비스듬히 누워 있도록 하나요?”
“아, 이거요.”
“예. 저렇게 놓다가 굴러버리는 것 아니에요.”
“괜찮아요. 이렇게 두면 속에 있는 이물질이 나올 수 있거든요.”
“아, 그런가요.”
2시간이 지났을 때, 나는 녀석에게 처음으로 물병을 물렸다. 찬물과 따뜻한 물을 섞은 미지근한 물을 녀석의 입에 물렸다. 녀석은 마치 기다려왔다는 듯이, 어찌나 세차게 빨던지 하마터면 공기까지 잔뜩 먹일 뻔했다. 다행히도 녀석이 물을 다 빨고 난 직후에 곧바로 물병 젖꼭지를 빼낼 수 있었다. 정확한 타이밍이라는 말은 아마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셋째 녀석이 태어났을 때, 내게 잊히지 않는 일이 있다면 그건 물병 젖꼭지를 빨린 일일 것이다. 내가 물린 젖꼭지를 녀석이 힘차게 빨아줬으니 무엇보다도 그게 감격스러웠던 것이다. 뭐랄까? 엄마 품에서 엄마의 젖꼭지를 입에 물고 평화롭게 젖을 빠는 그런 모습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내 딴엔 녀석이 혹시 내 젖꼭지를 빠는 것은 아닌지 착각할 정도였다.
물론 비몽사몽간에 느낀 착각이었다. 저녁 9시부터 2시 5분까지, 그리고 새벽 4시까지 한숨도 쉬지 못 하고 지켜보며 물린 물병의 젖꼭지였으니 그도 그럴 법했다. 20리터에 불과한 적은 양의 물이었지만, 녀석이 그것을 내 품에서 빠는 동안은 흡사 내가 엄마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첫째 때도 그리고 둘째 때도 느껴보지 못한 셋째 때만 느낀 기분이었다. 그 기분 그대로, 그 마음 그대로 간직하고 첫째와 둘째에게 쏟았던 사랑처럼 앞으로도 꾸준히 그 사랑을 쏟아 부으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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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태어난 셋째, 물병 젖꼭지를 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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