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판단 미래를 결정한다

[Economic View]이종은 세종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등록 2006.04.19 11:01수정 2006.04.1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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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타임스
세상을 살면서 여러 가지 선택을 하게 된다. 즐거운 선택도 있지만,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때도 많다. 이때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치관을 투영해 결정하기도 하고, 감정이 담기기도 하고,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후대에 나아진 사회를 기대하며 역사에 선례를 남기겠다는 차원 높은 결정을 하기도 한다.

우리 선조들은 중용과 평소의 건전한 가치관을 주문해 왔다. 결정의 주체가 리더라면, 현명한 판단의 중요함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선다. 더구나 민주화를 지향하는 사회라면 구성원들의 판단이 그 사회의 미래를 결정짓기 때문에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자질은 모든 국민에게 요구된다. 이번 기회에 현명한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두 가지 조건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우선, 한계적 사고를 중요한 요소로 강조하고 싶다. 대체로 사람은 평균 개념에 익숙하다. 그러나 평균에는 앞으로 어떤 길을 선택하든 바꿀 수 없는 매몰비용이 들어 있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어떤 결정을 할 때는 현재의 위치에서 어떤 길을 선택했을 때, 앞으로 감당해야 할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의 크기를 비교해야 하며, 어떤 결정을 하든 바꿀 수 없는 부분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이것을 한계적 사고라고 하는데 경제학에서 종종 강조된다. 즉, 이윤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라면 한계비용과 한계수입을 일치시키는 생산량을 선택해야 그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수학적으로 명백하지만 이것은 그다지 인간적인 접근은 아니다. 실제 1960년대와 1970년대만 해도 한계적 사고가 보편화되지 못해 미국의 프랭클린 국립은행이 평균비용 개념을 적용하다가 파산하기도 했고, 콘티넨탈 항공사는 독보적으로 한계적 사고로 의사결정을 해 경쟁 항공사들보다 현명한 경영을 하기도 했다. 본전을 찾겠다거나 그동안 들인 노력과 시간에 연연하는 것, 또는 올인하자는 생각은 대체로 매몰비용을 포함하는 사고로 현명한 판단과는 거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다음으로, 대부분의 결정이 알 수 없는 미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확률을 염두에 둔 선택을 해야 한다. 이것도 인간적인 접근은 아니다. 여러 가능성이 있다면 자신이 보고 싶은 것에 중점을 두고 보고자 하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대개는 어떤 일을 이루고자 하는 욕심이 앞서 긍정적인 측면만을 크게 보기도 하고, 위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부정적인 측면만을 중요하게 보기도 한다.

더 나아가 알 수 없는 확신에 차서 사실 확인을 소홀히 하기도 한다. 확률도 주관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경향을 반드시 잘못이라고 할 수만은 없지만,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불확실성 앞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의 기대치를 생각하는 노력, 사실에 기반하고, 사실을 확인한 후에 기대치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필수로 요구된다.


전체 사물의 경중을 판단하는 혜안은 결정하는 순간에 이미 상당 부분 결정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사회도 그리고 나 자신도 양비론 양시론 뒤에 숨지 않고, 사실 확인 없이 예단하지 않고, 가벼운 인기 영합주의에 휩쓸리지 않는 성숙함과 역량을 갖추길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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