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부터 창업까지 원스톱 ... CEO된 주부들

IT 교육의 메카,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

등록 2006.04.20 11:29수정 2006.04.2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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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감수성에 초점을 맞춘 인테리어와 수강생 개개인을 고려한 1:1수업으로 각광 받는 경기도여성개발센터.	노민규 기자 nomk@iwomantimes.com
여성의 감수성에 초점을 맞춘 인테리어와 수강생 개개인을 고려한 1:1수업으로 각광 받는 경기도여성개발센터. 노민규 기자 nomk@iwomantimes.com우먼타임스
[권미선 기자]임부복 생산업체 (주)플러스피플의 서민희 대표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전업주부였다.

서 대표가 연 1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의 사장자리에 오르게 된 것은 1997년 집 앞에 있던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www.womenpro.or.kr)에서 IT교육을 받는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다른 회사의 임부복과 차별화된 임부복을 만들어 전자상거래로 수입을 얻고 있다.

서 대표는 자신이 사업에 뛰어들게 된 것은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의 '블루오션 전략'이 자신에게 전염됐기 때문이라고 회고한다.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는 여성들이 선호하는 수업을 과감히 접고 '시장'이 원하는 수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수업에 인원수를 채워야 한다는 실적에 집착하지 않고 큰 그림을 그리고 전략을 짠 것이다. 이곳에서는 오직 IT교육만 한다.

리눅스, 자바, 3D맥스 등 듣기만 해도 어려울 것 같은 프로그램들을 주로 이메일만 주고받는 수준의 주부들에게 가르친다. 그것도 매일 3시간씩 5~8개월 과정이고 졸업작품도 완성해야 할 만큼 일반 대학 수준의 커리큘럼으로 운영한다.

리눅스· 3D맥스 등 질 높은 교육'만점'... 사업가로 변신한 주부들

아이 보고 살림하는 주부들이 수업 시간 내기도 빠듯할 텐데, 이곳 수강생들은 거뜬히 수료하고 취직은 물론 창업까지 한다. 이들이 그 어려운 수업 과정을 무사히 졸업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감성'이다.


이곳의 인테리어는 마치 별장에 온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쾌적하다. 넓은 잔디와 자연친화적인 목조 마루가 깔려 있고, 휴게실은 고급 카페 뺨치게 깔끔하다. 또 강의실과 건물 외벽에는 벽화가 가득하고, 여성창업지원실은 마치 매장의 쇼룸처럼 조명까지 신경 써서 꾸며져 있다.

철저히 여성의 눈높이로 만들어진 다양한 공간들은 오래 머물고 싶을 만큼 편안하고 친숙함을 느끼게 한다. 이처럼 인테리어에 공을 들인 것은 어려운 IT교육을 받는 여성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다니고 싶도록 만드는 작은 동기라도 제공하려는 센터만의 전략이기도 하다. 여기에 덧붙여 보이지 않는 감성 까지도 터치한다는 데 진짜 핵심이 있다.


이곳의 강사와 직원들은 모두 '여성학' 교육을 받는다. 가정과 육아에 전념하느라 사회생활 경력이 단절된 30~40대 주부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해야 진정한 교육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센터의 전 직원과 강사들은 여성의 생애주기 이해와 호칭, 대화 방법, 눈높이 교육까지 받는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는 수강생과 직원들 사이에 벽이 없다. 모든 수강생들에게 강사와 직원이 1:1면담을 해 이들의 고충과 아픔을 들어주기 때문. 직원들은 수강생들과 유기적으로 정보를 교류해 비슷한 업종이나 같은 분야의 공부를 하는 여성끼리 네트워크를 짜주는 역할까지 한다. 스터디그룹을 만들어주는가 하면 창업을 준비하는 여성에게 선배 창업자를 연결시켜 상담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처럼 든든한 네트워크는 서로의 창업에 도움을 주고 선배 창업자가 수료생을 직원으로 채용해 자연스럽게 취업까지 연결된다.

이곳 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한 업체들의 사업 아이템은 대부분 아직 미개척 분야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낸 '블루오션 아이템'이란 점이 놀랍다. 그림을 구상하면 접시나 그릇에 새겨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쉬즈데코', 국악 방문교육을 실시하는 '단소야', 인사동 전통상품을 인터넷 쇼핑몰로 구현해 놓은 '우리살림' 등 창업지원센터의 입주 업체들은 톡톡 튀는 블루오션 아이템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조정아 경기여성능력개발센터의 소장은 창립 당시부터 신간 경제경영 서적을 읽으면서 늘 트렌드를 살피며 운영했다고 설명한다.

조 소장은 "인기 있던 요리, 제빵, 미용 교육 등을 과감히 포기하고 큰 그림을 보고 선택한 IT교육이 점차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도 “아직도 여성들이 IT교육에 관심이 적은 것이 큰 숙제다”라며 여성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센터를 이끄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저비용으로 수준높은 교육 통했죠”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경기도에 사는 15세 이상의 여성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이들 모두가 이 센터의 실질적인 고객은 아니었다.

이 센터의 교육과정을 이용하지 않고 학원 등 다른 교육기관을 찾는 사람들, 창업을 위해 다른 기관에서 자금을 지원받거나 혼자 이곳저곳 찾아다니며 정보를 얻는 사람들, 그리고 교육이나 창업에 관심이 없는 가정주부들은 블루오션 이론으로 보면 여성센터의 비고객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는 변신을 거듭하며 비고객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였다. 다른 공공기관이 제공하지 못하는 차별화된 가치를 저비용으로 제공하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 센터에서는 월 2만원의 비용으로 유명 학원이나 대학에서 받을 수 있는 양질의 IT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다른 공공기관에서는 제공받지 못하는 경영 컨설팅과 사업아이템에 대한 멘토링 등 다양한 창업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월 7만원의 임대료를 내면 센터에 입주하여 사업을 시작할 수 있으며 컴퓨터와 인터넷 쇼핑몰에 필요한 사진 촬영 스튜디오를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

이는 센터가 정부 지원금을 합리적으로 활용하여 고객에게 저비용으로 고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발상은 바로 블루오션의 초석인 가치혁신으로 경기도 여성들에게 교육과 취업, 그리고 창업이라는 거대한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게 한다. /이민정 (비악코리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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