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다스북스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인간답게 살다 죽는 것일까. 어떻게 살다가는 것이 가장 후회 없는 삶이 되는 것일까. 이는 삶의 중간 중간 누구나 한번씩 품어보는 의문이다. 인생이란 무대는 누구에게나 단 한번 뿐이고, 단 한번 뿐이기에 사람들은 저마다 나름의 의미를 찾으려 애를 쓰기도 한다.
인간은 ‘빵’만으로도 살 수 없지만 ‘정신’만으로도 살지 못한다. 게다가 오늘날은 어찌된 게 ‘정신’보다 ‘빵’에 더 비중을 두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솔직한 현실이기도 하다. 마음의 양식의 부족에는 눈 하나 깜짝 안할 수 있지만 물질적 부족에는 견딜 수 없이 불안해 한다.
그런데 박이문 선생은 불문학 교수라는 안정된 직장에서 ‘정신’을 논하고 살아도 뭐라 말할 사람이 없겠건만, 서른이 넘어 그 ‘안정’을 박차고 과감히 철학을 공부하고자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
'나는 영원히 해답이 없는 삶의, 그리고 모든 존재의 궁극적 의미에 목말라 있었다. 나의 근본적 문제는 지적인 것을 넘어서 아니 그 이전에 종교적인 것이었다. 만약 앎 자체, 앎의 투명성 자체만이 나의 실존적 문제였다면 나는 문학 대신에 수학에, 철학 대신에 자연과학에 관심을 쏟았을 것이다. 물론 지적인 문제와 실존적인 문제는 동일하지 않다. 그러나 깊이 따지고 보면 구체적인 한 인간에게 있어서 지적 가치와 실존적 의미는 서로 뗄 수 없는 역동적 관계를 맺고 있다.'
그는 ‘지적이고 실존적이라는 양면성을 띤 본능적 욕구’ 때문에 문학과 철학 그중 어느 하나도 소홀할 수 없었다
<행복한 허무주의자의 열정>(미다스북스)은 이와 같은 박이문 선생의 시와 철학 사이를 헤맨 여정의 넋두리를 철학적 산문으로 기록한 책이다. 솔직히 나는 ‘철학’이라는 주제는 너무 어렵게 느껴져서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어야 확실히 관심이 가 질 것 같은데 30대의 그는 철학을 위해 현실의 달콤한 안정을 버렸다.
내게 있어선 시 또한 소설이나 아름다운 산문에 비해 매력이 덜한 분야인데 박이문 선생은 70여 평생 그 ‘두 화두’에서 지칠 줄을 모르니 나의 무지가 쑥스럽다. 시인을 꿈꾼다는 넋두리를 그의 산문에서 많이 접했지만 5권씩이나 되는 시집의 존재는 정말 몰랐다. 때문에 철학자가 꿈꾼 시의 세계는 어떠한 것인지 조만간 그 궁금증을 풀어볼 생각이다.
'내가 택한 길은 지적 삶이다. 시인, 작가로서 인간의 영혼을 흔들 수 있는 예술작품을 열정적으로 창조하는 강렬한 삶을 살고 싶었고, 사상가, 철학자로서 여태까지 아무도 보지 못한 세계와 인간에 대한 궁극적 진리를 밝힘으로써 투명한 지적 삶을 살고 싶었다. 나는 넓은 의미에서 사상가인 동시에 시인, 철학자인 동시에 문필가를 줄곧 꿈꾸어 왔다.'
그는 지적, 감성적 삶과 더불어 ‘도덕적으로 선한 삶’에의 추구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진리가 중요하지만,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지적으로 뛰어나다 해도 도덕적으로 선하지 않은 인간의 삶은 보람과는 거리가 멀리라. 그는 이 ‘지적 투명성’과 ‘감성적 열정’ 그리고 ‘도덕적 진실성’이라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알맹이 셋을 평생 화두로 삼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의 20대를 일러 ‘우울한 허무주의자’로 30~40대는 ‘철학적 허무주의자’로 오늘의 그는 ‘행복한 허무주의자’라 부를 수 있을 것이라 했는데 끝까지 따라붙는 ‘허무’의 정체는?
그것을 그는 ‘궁극적으로 모든 것이 허망하다는 생각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삶의 궁극이 허무이긴 하지만 ‘살아 있어 느끼고, 생각하고, 활동’하는 과정의 ‘행복’또한 부정할 수 없기에 마지막엔 ‘행복한 허무주의자’가 되었으리라.
'꽃이 진다고 해서 그 꽃이 아름답지 않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조만간 죽어 흙이 되고 벌레의 밥이 되게 마련이라고 해도 삶 일반, 특히 인간의 삶은 아름답고 귀하다. 아니 우리가 머지않아 사라지기 때문에 그만큼 더 우리들의 삶은 보람을 갖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삶의 존엄성, 절대적 가치를 의식하고 삶에 대한 경외, 삶의 성스러움을 새삼 깨달을 필요가 있다.'
인간의 삶은 해마다 재생되는 봄의 속삭임과는 대조되기에 이 계절에 느끼는 박이문 선생의 삶에 대한 고찰은 한결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행복한 허무주의자의 열정’, 이보다 더 달콤쌉싸름한 삶이 있을까.
행복한 허무주의자의 열정 - 지적 열정을 추구한 나의 삶, 나의 길
박이문 지음,
미다스북스,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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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라는 말이 좋습니다.
이 순간 그 순간 어느 순간 혹은 매 순간 순간들....
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그런 순간을 살고 싶습니다.
# 저서 <당신이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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