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민자, 한국어 통합교육 절실

[기고] 양승주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국장

등록 2006.04.26 14:12수정 2006.04.26 14:13
0
결혼이민을 통한 다문화 가족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05년에는 국제결혼이 4만 3121건으로 전체 혼인건수의 13.6%나 차지했고, 특히 농촌의 경우 무려 35.7%가 국제결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한국에 온 결혼이민자들이 늘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한국말이나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혼인 생활을 시작한다. 말과 글이 안 되면 가족생활도, 문화 적응도, 그리고 제대로 된 사회생활도 어렵다. 이들을 위한 체계적인 언어교육이 필수적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 사회는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지 못했다. '눈치'와 '손짓'으로 시작된 이들의 한국생활이 순탄하기는 어려웠다. 최근에서야 여성가족부와 문화관광부가 한글 교재를 개발하고 한글 교육을 실시하게 되었다. 하지만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국가 출신의 결혼이민자를 대상으로 생각하면 여전히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러 있다.

걸음마 단계인 한국어 교육을 체계화하기 위해 교재 개발과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제기된 전문가 의견 중에는 기존 한국어 교재가 언어학적 측면이 도외시된 채 생존을 위해 필요한 어휘만 강조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언어학적 측면이 도외시되었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러나 결혼이민자들은 장기간 많은 시간을 투입하여 깊이 있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상황에 있지 않다. 초보적인 언어학습과 함께 매일 매일 가족생활을 영위해 나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문법적 지식(언어능력)보다는 의사소통 능력이 요구되고, 단순한 언어교육이 아닌 언어와 생활문화를 학습할 수 있는 통합적 교육이 요구되는 대상이다. 예를 들면 이들이 필요로 하는 어휘들 중에는 무엇보다 가사일, 특히 음식과 관련된 단어들이 많다. 일상생활에서의 직접적 욕구와 관련된 어휘를 우선 학습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장에서 한국어 교육을 담당하는 활동가들은 이들 단어를 가르칠 때 냉장고 사용법에 대한 교육이 함께 진행될 수 있도록 교재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제안한다. 실제로 농촌에서는 결혼이민자들이 냉동실에는 무엇을 넣어야 하고, 냉장실은 어떻게 채우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이를 둘러싼 시부모와의 갈등이 적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이들 대상의 언어교육은 일상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단어를 중심으로 교육을 진행하되 언어와 함께 일상적인 생활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여진 통합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이민자들의 출신국별로는 물론이고 이들의 생활여건, 즉 도시, 농촌, 어촌 등에 따라 각기 상황에 맞는 교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다. 언어교육과 관련된 기본적 체계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되고 교재 내용은 대상자들의 다양한 상황에 맞도록 응용하고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교재 개발 방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결혼이민자의 한국어 교육을 위해서는 언어와 가족생활을 이해하는 관련 부처간 협력체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부에서는 부처간 중복 투자를 비판하기도 하지만, 실제 결혼이민자들은 서비스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복 투자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관련 부처가 어떻게 통합된 협력 체계를 구축해서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상호 분담을 통해 정책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것인가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양승주 국장
양승주 국장우먼타임스
마지막으로 결혼이민자들의 언어 문제와 관련하여, 엄마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언어 발달이 늦어지고 학습 부진이 발생한다는 부정적 시각도 경계해야 한다.

실제 보육시설에서의 언어사용을 관찰할 때 통상적 언어소통 능력에서는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다고 한다. 편견에 입각한 진단에 의해 이들이 위축되고 자신감을 상실해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댓글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4. 4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5. 5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