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한식의 '절묘한 궁합'

[Weddiing World Wine] 한식과 와인이 만났을때

등록 2006.04.27 11:46수정 2006.04.2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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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기자] 삼청동 골목에 자리 잡은 아담한 와인 바. 삼삼오오 짝을 이룬 젊은 여성들이 와인잔을 부딛치며 ‘맛있는 수다’를 떤다. 그들 앞에는 와인과 어울리는 요리도 함께 놓여 있다.

와인을 즐기는 인구가 크게 늘면서 커리어 우먼에게도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을 선택하는 센스가 요구되고 있다. 생선류나 흰 살코기 요리에는 화이트 와인, 붉은 살코기에는 레드 와인, 과일과 달콤한 케이크 같은 후식에는 로제(분홍색) 와인이 와인과 맞는 음식 고르기의 기본적인 룰이다. 그러나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에 어떤 공식이나 규정은 없다. 개인의 식성이나 음식 미각의 경험, 음식 환경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

떡볶이, 잡채, 불고기, 삼겹살과 같이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한식도 와인과 잘 어우러지는 음식들이다. 맛과 향이 와인과는 정반대지만 의외로 훌륭한 파트너가 되는 한식들이 많다. 와인과 함께 먹으면 훨씬 맛이 근사해지는 한식들을 알아보자.

우먼타임스
▲양념을 많이 사용한 불고기, 찜등에는 타닌분 많은 강한 와인과 매치시켜야 = 불고기, 갈비찜처럼 양념 맛이 강하고 특히 마늘향이 첨가된 요리는 맛이 강한 와인과 매치시키는 것이 요령이다. 쌩떼밀리옹, 뽀므롤 와인이 좋다. 또한 소스가 많고 진하지 않으며 단맛이 있기 때문에 중간 정도의 밀도를 가진 와인도 추천한다. 특히 갈비찜은 육질이 풍부하고 양념이 많이 들어가므로 타닌 성분이 많은 와인이 좋다. 보르도의 쌩떼밀리옹, 뽀므롤 등이 이들 음식과 먹으면 뒷맛이 잘 어우러지는 느낌을 준다.

부르고뉴 지방의 샤샤뉴 몽라세, 마콩 빌라주, 뉘 생 죠르주 보졸레, 빌라주 등이나 이탈리아 와인 무스카데, 쥐라 지역의 레드 와인 샤또 네프 뒤 파프 등도 불고기, 갈비찜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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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판·로스·등심·주물럭·삼겹살등 구이요리 레드와인 찰떡궁합 = 기본적으로 굽는 요리법은 와인과 조화를 이룬다. 음식에 있는 당분과 단백질을 구워 캐러멜로 만드는 과정은 와인을 숙성시키는 과정과도 비슷하기 때문에 궁합이 잘 맞는다.

육류 로스구이에는 숙성이 오래되고 드라이한 보르도와 부르고뉴 지방의 레드 와인과 론 지방의 샤또 뇌프 뒤 파프 등의 프랑스 와인은 물론 이탈리아, 에스파냐,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등 대부분 나라의 레드 와인이 잘 매치된다. 한편 닭이나 오리구이 등은 레드 와인보다 산뜻한 맛의 화이트, 로제가 잘 어울린다. 마고, 뽀약, 보졸레, 론 지역의 로제 등과 이탈리아의 키안티, 미국의 카베르네 소비뇽, 피노 누아와 에스파냐, 포르투갈 등의 레드와 로제 와인이 좋다. 샤브샤브처럼 기름기 없는 쇠고기를 얇게 썰어 삶아 먹는 요리에는 레드 진판델이나 미국산 메를로가 잘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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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김 요리 샤르도네 ‘딱’ = 육류, 생선, 야채 등을 살짝 튀기는 방법은 조리 과정에서 다른 요리 재료의 맛이 고기와 생선 등에 직접 배는 이점이 있다. 때문에 맛은 서로 잘 혼합되고 멋진 조합을 이룬다. 튀김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은 샤르도네. 와인 중에서 기름진 느낌이 강한데 버터나 오일 등에 살짝 튀겨내는 요리와 잘 어울린다. 까베르네 소비뇽과 쉬라는 높은 타닌성 와인으로 튀김 음식과 만나면 느끼함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참고 자료 : 와인(김준철 저), 와인을 알면 비즈니스가 즐겁다)



■ 와인, 이렇게 고르세요

1. 음식의 색깔보다는 조직에 따라 와인을 고른다.
생선이라도 살의 조직이 섬세한지 팍팍한지에 따라, 또 기름기가 많은지 담백한지에 따라 와인 선택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생선요리에는 화이트 와인이 잘 어울리지만 기름지고 육질이 강하고 살에 색깔이 있는 생선요리라면 가벼운 레드 와인 중에서 선택하는 것도 좋다.

2. 주재료보다는 양념, 소스에 맞춰서 와인을 고른다.
음식의 가장 강한 맛과 음식의 전반적인 조화를 고려, 와인을 선택해야 한다. 때문에 주재료보다는 향신료나 부재료의 맛과 향이 강할 때는 그에 맞춰 와인을 고르는 것이 현명하다.

3. 지역음식에는 그 지역 와인을 매칭하는 것이 좋다.
특산물 같은 지역 음식을 먹을 때에는 그 지역에서 생산한 와인과 매칭하는 것이 좋다. 지역 주민들이 오랜 경험과 검증을 통해 가장 어울리는 지역 와인을 선별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① 와인의 역사

인류의 역사에서 포도주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포도주는 문명의 발달과 호흡을 같이 해왔다. 서양의 역사가 와인과 함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고학자들은 약 9천 년 전 흑해 동쪽의 코카서스에서 포도나무 씨를 발견했고 이후 축제나 종교의식에서 포도주가 의약품 또는 알코올로 사용됐다고 전한다.

산업혁명 이후 귀족들 고급와인으로 부 과시

이집트 벽화에서도 고대인들의 포도주 양조를 암시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집트인들이 포도주를 담았던 옹기 항아리에 빈티지, 포도밭과 생산자 이름을 기록했던 ‘와인 리스트’까지 남긴 모습이 그려진 것.

와인의 흥망성쇠는 로마의 운명과 같이 했다. 로마는 그리스도교를 국교로 선포한 뒤 로마군이 가는 곳마다 포도나무를 심는다. 미사용으로 쓰이는 포도주를 쉽게 구하기 위해서였다. 오늘날 세계 와인 산지의 거의 대부분이 그리스도교 문명 국가들이라는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로마제국의 쇠퇴와 함께 와인문화도 쇠했다. 미사용 포도주만이 명맥을 유지하였고, 이슬람의 전파로 인해 양조용 포도 경작이 사라지고 식용 포도만이 퍼지게 된다. 그러나 10세기 이후 수도원이 번창하고, 십자군 원정이 시작되면서 와인산업은 다시 번창했다. 높은 학식을 자랑하던 수도사들이 노동력을 조직적으로 활용,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생산하게 된다.

전쟁에서 활약한 위인이 와인의 고유명사가 되는 경우도 있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서 일어난 백년전쟁이 그 예. 전쟁은 초기에는 영국이 우세했으나 잔 다르크가 나타나면서 프랑스의 승리로 끝이 난다. 당시 영국의 장군 이름이 탈보트.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샤또 딸보(Chateaux Talbot)의 유래가 여기서 시작됐다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 것이다.

고급 와인이 출현하게 된 배경은 산업혁명이다. 산업혁명으로 많은 부를 축적한 기업가들은 왕과 귀족들에게 자신들의 파워를 자랑하기 위해 고급 와인을 구입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잘난 척하는 귀족이라고 해봐야 자신들에게 돈이나 빌리는 우스운 존재라고 업신여기면서도 출신의 한계에서 오는 자격지심을 가진 계층이었다. 이런 심리는 귀족들과는 차별화된 와인을 마시고자 하는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결과적으로 비싸고 특별한 와인을 갈구하는 기업가 계층의 탄생으로 와인의 질적인 도약이 일어났다.

산업혁명의 성공과 철도의 영향으로 와인 운송 시간이 단축되고 와인의 왕래가 활발해지는 19세기 이후, 와인산업은 위기를 기회로 삼으며 발전해 나간다. 1860년 루이 파스퇴르는 미생물에 의해 발효와 부패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 현대적 양조 기법을 세우고 위생적인 와인을 제조할 수 있게 했다.

반면 와인 역사에서 최대의 재앙이라고 불리는 필록세라 사건(포도나무 뿌리를 갉아먹는 선충 필록세라가 아메리카대륙에서 유럽으로 건너와 큰 피해를 입힘)으로 인해 포도밭이 황폐화된 것도 이때다.

이후 와인산업의 정체를 극복하기 위한 각종 제도들이 정비된다. 1935년 프랑스 정부는 품질을 관리하는 AOC제도를 만들어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각국의 품질관리제도의 모범이 됐다. 1980년대 이후 와인산업은 전성기를 맞이하고, 20세기 말 번영의 시기가 된다.

이유리 (혜천대학교 푸드스타일리스트학과 외래교수, 파티플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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