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인기 좇는 스타보다 설원 날고 싶었어요

댄스그룹 멤버서 프로스노보드 선수 된 송진아씨

등록 2006.04.27 11:28수정 2006.04.2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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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영 기자 - 사진 노민규 기자]


역동적인 삶은 아름답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직업마저 바꾸며 노력하는 삶은 펄떡이며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아름답다. 1990년대 중반 댄스그룹 멤버로 활동하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다가 프로 스노보더로 전향해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송진아(29)씨의 역동적인 삶을 소개한다.


팍팍하게 지내온 연예인의 삶 탈출…스노보드 타며 자유 만끽
척박한 프로보더 시장 개척…온 국민 즐기는 사회체육 만들터


가수생활 청산…자유분방 스노보드 올인

국내 최고의 댄스그룹‘영턱스클럽’멤버로 활동한 송진아씨가 인기를 뒤로한채 프로보더로 전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작은 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가 영턱스 클럽 시절의 송진아씨 모습.
국내 최고의 댄스그룹‘영턱스클럽’멤버로 활동한 송진아씨가 인기를 뒤로한채 프로보더로 전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작은 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가 영턱스 클럽 시절의 송진아씨 모습.우먼타임스
송진아씨는 ‘영턱스클럽’이란 댄스그룹 출신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 이주노씨가 결성한 이 그룹은 1996년 데뷔해 ‘정’ 등의 노래를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그녀는 이 그룹에서 6년간 활동했다. 평생을 따라다닐 경력에 대해 그녀는 시큰둥한 표정을 짓는다. 인기를 얻고 돈도 많이 버는 연예인의 삶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적성에 맞지 않았어요. 답답했다고 할까요. 빡빡한 스케줄도, 여러 사람 눈치 보는 것도, 멤버들과 함께 움직여야 하는 것도, 가슴이 막혔어요. 쉬고 싶었어요. 자유롭게 살고 싶었어요.”

그녀는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일까. 연애하고 결혼해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평범한 삶에 대한 기대는 애초에 없었다. 자유롭게 즐기면서 살고 싶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은, 프로 스노보더로서의 삶이었다.

1996년 그녀는 처음 스노보드를 접했다. 국내에서는 스노보드를 탈 수 있는 슬로프도 거의 없던 때다. 극소수의 마니아들만 즐기는 ‘남의 나라’ 스포츠였던 시절, 우연히 프로로 활동하고 있는 주변 사람의 권유로 스노보드를 접한 그녀는 짜릿했다. 평소에 운동을 좋아했지만 스노보드는 다른 스포츠와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우선 스타일이 멋있었다. 스노보더들의 자유분방해 보이는 패션과 짜여진 틀을 벗어나려는 듯한 태도에 끌렸다. 하얗게 빛나는 슬로프에 몸을 맡길 때 그녀는 그저 행복할 따름이었다. 단 몇 초간 선보이는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지치도록 넘어지고 눈밭을 뒹굴었다. 새로운 기술에 성공했을 때 어떤 형용사로도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벅차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스노보드를 선택했다. 영턱스 클럽 활동을 할 때도 틈틈이 스노보드를 즐기던 그녀는 1999년 프로에 입문한다. 2002년까지 가수 활동과 병행하다가 이제는 스노보드에만 전념하고 있다.


“가수생활을 그만둔 걸 후회한 적은 없어요. 프로 보더가 된 걸 후회한 적도 없고요. 제가 선택한 거니까요. 스노보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보더와 비보더는 참 다르거든요. 성격이든 사는 방식이든. 자유롭고, 삶을 즐기고 그런 모습… 전 그게 좋아요.”

말만 프로보더 현실 여건은 아마추어

빡빡하게 살지 않는 것, 일상의 리듬을 숨 가쁘게 따라가며 허덕이지 않는 것, 목적 중심의 삶에서 한 걸음 비켜나 짐짓 농담처럼 건들대며 과정 중심의 삶을 즐기는 것. 스노보더들에게서 발견되는 그러한 성향이 그녀에게도 배어난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스스로 선택한 그녀는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많은 결실을 맺고 있다.

빅에어(점프대를 뛰어 기술을 보이는 종목), 하프파이프(반원통형 경기장에서 기술을 선보이는 종목), 레일잼(가드레일 같은 기물을 통과하며 기술을 보이는 종목) 등 스노보드의 모든 종목에 출전해 발군의 실력을 뽐내고 있다. Buzrun배 슬로프스타일, 휘닉스파크 챔피언십, 코리아챔피언십, EA코리아 SSX 온 투어 등 국내에서 열리는 거의 모든 대회 1위를 휩쓸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스노보드는 그녀에게 취미가 아니다. 남는 시간 즐기면 그만인 레저스포츠가 아니다. 그녀의 생활이다. 삶이다. 가을을 제외한 모든 계절을 스노보드와 함께 한다. 3개월의 국내 시즌이 끝나는 봄이면 캐나다와 유럽으로 원정을 떠나 또 다른 시즌을 맞이한다. 여름에도 뉴질랜드 등지에서 시즌을 맞이한다.

스노보더로 활동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지원을 받는다. 버튼, 아논 등 스노보드 업체가 장비와 의류, 원정비 등을 지원해주는 프로 선수이기 때문이다. 아직 스노보드 대회의 횟수와 규모는 적다. 말이 프로일 뿐이지,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는 환경이다. 스노보드를 탈 수 있는 최저 수준의 수입만 올리고 있을 뿐이다.

힘든 일이 어찌 그뿐이랴. X스포츠 분야에서 여성이 프로로 활동하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국내 여성 프로 20여 명은 해외 선수들과 어깨를 견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X스포츠 여성 프로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그저 여성 프로는 신기한 대상일 뿐이다. “여자가 대단하네”, “여자가 간도 크네”, “그러면 뭐해, 남자한텐 안 되는데”는 말을 듣곤 한다.

여성보더 키우는 일 하고파

X스포츠의 특성상 부상 위험도 높다. 인대가 늘어나고 파열되고, 뼈가 부러지고 으스러지기 일쑤다. 그녀도 처음으로 큰 부상을 당했다. 올해 1월 3일 대회를 앞두고 킥커(점프대)에서 연습을 하던 중 착지를 잘못해 정강이뼈 복합골절 부상을 입었다. 공중에서 착지하는 그 찰나의 순간, 그녀의 마음속에는 무슨 생각이 자리하고 있었을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요. 병원에 실려 가서 X레이를 찍을 때까지 정신을 잃었어요. 나중에 부상당한 곳에 있었던 사람들이 얘기해줬어요. 제가 계속 울더래요. 그냥 울기만 하더래요. 그런데 어떻게 착지를 했는지는 말해주지 않아요. 무척 끔찍했나 봐요.”

그녀는 철심을 박아 뼈를 고정시키는 수술을 받았다. 현재 뼈가 붙고 있는 중이고 재활훈련중이다. 재활이 끝나면 철심을 빼는 수술을 다시 받아야 한다. 수술을 할 정도로 크게 다친 적은 처음이기에 쉽지 않은 재활 과정을 겪고 있다. 평소 워낙 활동적인 탓에 답답함이야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래도 그녀는 웃는다. 다시 스노보드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재활하면 이번 겨울 시즌에 복귀할 수 있대요. 다친 것에 대해선 별 생각 안 들어요. 부러졌구나, 수술했구나, 재활해서 복귀해야겠구나, 하고 생각할 뿐. 왜냐고요? 프로니까요.”

몸이 부서지도록 스노보드를 타고 있는 그녀. 서른을 코앞에 둔 나이에 미래가 불안할 만도 하거늘! 그저 웃을 뿐이다. 나름대로 미래의 지형도를 그려 놓은 까닭이다. 앞으로 여성 보더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일을 해볼 생각이다. 여성 보더 대상 캠프와 이벤트 등에 참여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강사, 대회 심판, 해설자 등도 그녀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일이다.

그녀는 체육특기생으로 중앙대 사회체육과에 입학했다. 스노보드가 일부 마니아만 즐기는 스포츠가 아니라 사회체육이 되는 날까지, 프로 보더들이 프로로서 기본적인 대접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여성 프로 보더들이 자신이 선택한 삶에 당당해질 수 있을 때까지, 그녀는 스노보드를 타면서 학업에도 열중할 생각이다. 역동적인 그녀의 삶은 그렇게 펄떡이고 있다.


그녀가 아름다운 이유

▲돈도, 인기도 부질없다. 내가 원하는 걸 하는 삶을 살기 위해 기꺼이 직업을 바꾸는 결단력!
▲자신이 가야 할 길은 스스로 선택한다. 그 선택을 믿고 쭉~ 밀고 나가면 그만이다.
▲뼈가 부서지고 으스러져도 좋다. 다리에 철심을 박아도 괜찮다. X스포츠 프로니까!
▲미래지형도는 확실하게! 스노보드 대중화와 활성화에 내 능력과 미래를 바친다.
▲서른을 코앞에 둔 나이에 학업에 다시 열중하는 센스! 공부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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