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는 타이타닉호.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www.titanicmovie.com
일본은 영국·이스라엘 등과 더불어 미국의 지역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 동북아 역내(域內)에서 미국의 대리인으로서의 일본의 위상은 나날이 강화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동북아에서 일본이 전개하는 외교행위는 기본적으로 '미국을 대리하는 것'이거나 아니면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이 북한을 상대로 인권을 빌미로 압박을 가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이다. 또 일본이 중국과 영역 분쟁을 벌이거나 혹은 인권을 명분으로 중국을 비판을 가하는 것 역시 미국과의 관련성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반미 경향이 점증하고 있는 한국을 상대로 일본이 각종 도발을 가하는 것 역시 일정 정도는 미국과의 관련성 속에서 파악할 여지가 있다.
일본의 대외관계는 미국과 관련
일본이 동북아에서 벌이는 외교행위는 2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를 기준으로, 미국의 역내 패권을 위한 행위와 일본 자신을 위한 행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일본이 아무리 미국의 대리인이라지만, 일본 역시 독립된 주권국가인 이상 100% 순수하게 미국만을 위해서 일하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군사·경제력 측면에서 세계 2, 3위권을 차지하는 일본에게 오로지 '미국의 대리인'으로만 살라고 강요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이 동북아에서 미국과의 명시적·묵시적 교감 하에 전개하는 외교적 행위 속에는 일정 정도는 일본의 '사욕'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본이 미국을 위해서 하는 행위에 '사욕' 개입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일본이 동북아에서 미국을 대리하면서도 경우에 따라서는 사욕을 지나치게 추구하기 때문에, '주인'인 미국의 이익을 도리어 침해하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이다.
예컨대, 야스쿠니신사 참배의 경우에도 그러하다. 국왕이나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가 아니더라도 일본 우익이 국민들을 군국주의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우익은 굳이 총리 등의 야스쿠니 참배를 고집하고 있다.
최근까지 나타난 바와 같이, 야스쿠니에 대한 일본 우익의 집착은 일본을 동북아에서 고립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미·일 연대에 중국이나 러시아를 끌어들여 북한을 고립시킨다'는 미국의 전략은 일정 정도 차질을 빚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일본의 사욕이 미국의 패권에 지장을 초래한 좋은 사례다.
그리고 독도에 대한 일본의 침탈 기도는 관점에 따라서는 한국의 '탈미 경향'을 견제하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일정 정도는 미국의 패권 유지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의 과도한 '사욕'은 결국 한일관계에 지장을 초래하고 나아가 미국 주도의 한·미·일 연대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은 한편으로는 미국의 패권에 긍정적 기능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의 패권에 부정적 기능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일본의 과욕은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의 역내 패권을 와해시키는 기능을 할 수도 있다.
일본이 조어도 영유권을 주장하면 할수록 중일관계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중일관계가 악화되면, 한·미·일 연대에 중국을 끌어들인다는 미국의 전략은 그야말로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단독으로는 더 이상 역내 패권을 유지할 수 없는 미국으로서는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또 일본이 독도에 대한 침탈을 그치지 않으면, 한국은 일본과 결코 가까워질 수 없다. 일본 우익은 한국인들을 자극해서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소탐대실'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독도가 분쟁지역이 되더라도 한국인들은 독도를 순순히 내어주지 않을 것이다. 설령 국제 법정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판결한다 해도, 한국인들은 그 재판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독도에 대한 일본인들의 발언권이 강화되거나 혹은 국제여론이 일본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면, 아마도 한국인들은 독도를 지키기 위해 '군사력'에 눈길을 돌리려 할지도 모른다.
일본은 한국의 반일 경향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한국인들은 '반일'이라는 깃발 아래에서는 이념적 편차를 벗어나 고도의 단결력을 과시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일본과 가까운 것에 대해서는 '원초적인 거부감'을 표출하는 사례도 종종 발견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한일관계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거나 혹은 일본을 두둔하게 되면, 한국인들 중에는 아마도 미국을 '을사오적'에 포함시키는 사람들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이처럼, 미국은 북한이나 중국의 도전에 의해서가 아니라, 대리인 일본의 '과잉 충성'에 의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는 것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한국 속담도 있다.
일본의 '사욕'이 미국 패권에 부정적 기능
한일관계 악화에 이어 한미관계까지 약해지면, 미국의 역내 패권을 지탱하는 한·미·일 3각 동맹은 자연스럽게 와해될 수밖에 없다. 한·미·일 동맹이 와해되면, 일본은 더 이상 미국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설령 독도를 차지한다 하더라도, 일본은 본토마저 지킬 수 없게 될 것이다. 위에서 '소탐대실'이란 표현을 쓴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1871년 이래 지금까지 일본은, 기본적으로 서구에 의존하여 주변국들에게 도전하는 태도를 취해 왔다. 일본이 서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근대 시대 이래로 일본은 본래 외교적으로 취약한 나라다. 왜냐하면, 고대로부터 근세까지 한반도의 견제 때문에 일본과 대륙의 외교관계가 늘 방해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본은 외교적 경험이 일천한 상태에서, 서구와 손잡고 1871년 이래 동북아 무대에 본격 등장했다. 과거 일본이 한반도와 만주를 장악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바로 서구와의 협력에 있었던 것이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요인 중의 하나도 바로 서구와의 단절이었다. 그러므로 이제 와서 일본이 서구의 협력을 상실하게 되면, 일본은 동북아 역내에서 외교행위를 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미국 없이는 살 수 없는 일본
그래서 미국의 몰락은 곧 일본의 몰락이 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약화가 눈에 두드러지는 상황 속에서, 최근 들어 일본이 여기저기서 야심에 찬 도발을 벌이는 것도 바로 '포스트 미국' 시대를 대비해 자립 기반을 만들어 두기 위한 행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훗날을 위해 자기 살 길을 열심히 닦고 있는 일본에게, 미국이 대리권을 맡기고 있으니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은 일본이 북한이나 중국 같은 역내 국가들을 상대로 적당한 수준의 도발을 해주기를 바라지만, '사욕' 혹은 의욕에 넘치는 일본 때문에 매번 말썽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미국도 더 이상은 일본을 통제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미국은 일본의 '과잉 행동'이 자국의 패권을 침해한다는 것을 잘 알지만, 일본을 통제할 만한 능력도 대책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독도 사태 같은 경우도, 미국이 힘만 있다면 얼마든지 중재를 하거나 혹은 일본을 말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제 더 이상은 그렇게 할 힘이 없다. 그것을 잘 알기 때문에, 일본도 아무 거리낌 없이 행동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전국시대 중국의 제후들이 주나라 천자 앞에서는 머리를 숙이면서도, 막상 그 앞을 떠나면 제멋대로 행동하던 것과 마찬가지다.
일본을 말릴 수 없는 미국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일본의 과욕 때문에 미국의 패권에 서서히 금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타이타닉호에 구멍을 내듯이, 일본은 지금 미국이라는 '배'에서 열심히 구멍을 내고 있다.
만약 타이타닉호 앞에서 거대한 폭풍이 불거나 혹은 대형 상어가 나타나면 선원들이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겠지만, 특정 선원이 남몰래 아래층에 가서 배에 구멍을 내고 있다면 이에 대해서는 제대로 대처하기 힘들 것이다.
지금 일본이 하는 행위가 바로 그러하다. 사욕 또는 과욕에 사로잡혀 한국을 상대로 연일 악담을 퍼붓는 일본의 행위는 사실상 한·미·일 동맹(타이타닉호)을 은밀히 와해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일본이 진정한 '반미국가'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타이타닉호에 구멍을 내면 선박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 구멍을 내는 사람 자신도 결국에는 공멸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일본이 지금처럼 주변국들을 상대로 비이성적인 도발을 계속한다면, 이는 미국의 패권은 물론 일본의 생존권까지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실린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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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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