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페포포'에 숨겨져 있던 나비를 날리다

[서평] 심승현의 <눈 많은 그늘나비의 약속-프라미스>

등록 2006.04.29 17:05수정 2006.04.29 17:06
0
원고료로 응원
a <프라미스> 겉그림

<프라미스> 겉그림 ⓒ 예담

심승현, 그가 3년만에 신작을 선보였다. 눈 많은 그늘나비의 약속을 담은 책, <프라미스>(예담 8900원)다. 이번 작품은 한마디로 짧은 이야기, 많은 생각이다. 파스텔톤 색감이 전체를 아우르는 이 책에서 심승현은 탈 만화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선보였던 <파페포포 메모리즈>에서 책에는 담지 못했던 이야기가 있다. '해바라기 사랑'.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외면하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외면하는, 관계에 관한 내용으로 <프라미스>를 접하는 순간 해바라기 사랑이 겹쳐졌다. 작가는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나 보다. 한층 성숙된 시선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들은 예쁜 이야기 옷을 입고 독자들을 손짓한다.


해바라기 플레르, 해님 프리조니, 풀꽃 꾸르, 애벌레 보떼, 눈 많은 그늘나비, 바람 엘랑스 등을 통해 관계, 존재, 이해, 약속, 소통에 관한 것을 예쁜 그림과 예쁜 언어로 전하며 복잡한 세상에 큰 쉼표를 찍어 한숨 돌리라고 말하는 것 같다.

유난히 햇볕 잘 드는 섬. 해바라기 플레르의 유일한 행복은 해님 프리조니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간절한 플레르의 외침에도 해님 프리조니는 무심하기만 하다. 그런 플레르를 좋아하는 풀꽃 꾸르. 꾸르는 사랑의 꽃가루를 날리며 자신을 알리려 하지만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플레르는 귀찮기만 하다. 슬퍼하는 풀꽃 꾸르를 애타게 지켜보던 애벌레 보떼는 위로하기 위해 다가가지만 풀꽃 꾸르는 그 모습에 기겁을 한다.

사랑에 상처를 입은 애벌레 보떼는 눈 많은 그늘나비가 되어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자임한다. 그제야 풀꽃 꾸르의 존재를 알게 된 해바라기 플레르는 꾸르를 위로한다. 눈 많은 그늘나비는 해바라기 플레르의 부탁을 받고 해님 프리조니를 향해 날아가다 숲의 기억에서 날아온 바람 엘랑스를 만난다.

눈 많은 그늘나비는 해님 프리조니가 오지 말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가가다 그만 타버리고 만다. 바람 엘랑스는 재가 된 눈 많은 그늘나비를 숲의 기억으로 데려간다.

a 사랑에 상처를 입은 애벌레 보떼

사랑에 상처를 입은 애벌레 보떼 ⓒ 예담

눈 많은 그늘나비에게 마음을 전해 받은 해님 프리조니는 해바라기 플레르가 평소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자신의 나약함을 조심스레 고백한다. 의외의 모습을 알게 된 플레르는 그를 이해하고 진정한 사랑을 느낀다.

각자의 섬에 사는 이들은 제각기 누군가를 그리워했고
그리움의 대가로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
눈물은 바다 깊은 곳에서 처음처럼 마음 깊은 바다가 되고… -<프라미스> 중에서-



누구나 현실에서 벗어나는 멋진 꿈을 꾼다. 작가 자신도 학창 시절,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아이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 보호막을 쳤다고 고백한다. 그런 모습이 <프라미스>에 나오는 눈 많은 그늘나비를 닮아 그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그려나가기 시작했고 그는 이상 속의 나비가 되었고 힘을 얻었노라고 했다.

그는 "<파페포포>를 작업할 때 나는 나를 위로하려고 만들었다. 이제 남을 위해 그리고 싶었지만 이번에도 결국 나를 위로하는 이야기와 그림을 그렸다"고 수줍게 말을 했다.


사랑은 함께하자는 약속을 뜻한다는 <프라미스>. 꽤 많은 그림이 들어갔음에도 짧게 느껴지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아이에게 읽어 줘도 더 없이 훌륭한 그림책이 된다. 여기에 따사로운 햇볕과 향기로운 바람이 더해진다면 어떨까.

프라미스 - 눈 많은 그늘나비의 약속

심승현 지음,
예담, 2006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2. 2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3. 3 늙음은 자전거 타는 친구가 줄어들고, 저녁 자리에도 술이 없다는 것 늙음은 자전거 타는 친구가 줄어들고, 저녁 자리에도 술이 없다는 것
  4. 4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5. 5 대법원에서 '라임 술접대 검사 무죄' 뒤집혔다  대법원에서 '라임 술접대 검사 무죄' 뒤집혔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